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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라는 감옥에 갇힌 나, 모범수가 되기로 결심하다!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6.12.19 11:54:00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노예가 된다.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자식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가 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감옥에서는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 어차피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모범수가 되자.”
자식이라는 감옥에 갇힌 나, 모범수가 되기로 결심하다!

김지룡씨에게 ‘아버지’라는 종신형을 선고한 딸 시아(9)와 아들 동현(4).

자식이라는 감옥에 갇힌 나, 모범수가 되기로 결심하다!

사람들은 나를 ‘자유인’이라고 부른다. ‘괴짜’라고 부르기도 한다. 생각이나 행동에서 자유분방함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결혼을 했다는 말에 놀라고, 아이가 둘이라는 말에 더욱 놀라고, 아내가 전업주부라 세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는 말에 경악을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놀래기에는 이르다. 나는 ‘육아중독자’다. 틈만 나면 아이들과 놀고 먹이고 입히고 씻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정말 즐겁다. 살아오면서 별일을 다해보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혼자 조용히 글을 쓰려고 마련했던 사무실도 철수하고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처음부터 아이를 좋아한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아이들은 모두 ‘귀찮고 끔찍한 동물’로 보였다. 아이를 낳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아내가 피임 주기를 속여 임신을 해버렸다. 아이가 들어섰을 때 감격이나 감동은커녕 조그마한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
첫아이인 딸아이가 때어났을 때 그래도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신생아실에서 유리 너머로 딸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순간 머리가 멍했다. 사람보다 원숭이에 가까운 얼굴이었다.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 있을까?’
놀라움과 충격 그 자체였다. 귀엽다거나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런 아이를 사랑스럽게 보듬으며 젖을 먹이는 아내의 모습에 ‘모성이란 대단한 것이구나’ 생각했다. 아이는 매일 조금씩 사람의 얼굴에 가까워졌지만 예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아빠가 됐다는 것이 무엇인지 좀처럼 실감할 수 없었다.
퇴원을 하자마자 아내의 가슴에 염증이 발생해 모유를 줄 수 없게 됐다. 모유를 포기하고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다. 나는 주로 야밤에 글을 쓰므로 한밤중에는 내가 분유를 먹이기로 했다.

자식이라는 감옥에 갇힌 나, 모범수가 되기로 결심하다!

‘모범수’로 살기로 한 후 육아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자식이라는 감옥에 갇힌 나, 모범수가 되기로 결심하다!

새벽 두 시, 딸아이에게 분유를 먹였다. 쪽쪽 빠는 힘이 약한 것인지 분유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조는 것인지 먹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한두 모금 빨고는 이내 눈을 감았다. 젖병을 흔들면 잠이 깨어 다시 한두 모금 빨고는 눈을 감았다. 그러기를 한 시간. 짜증도 나고 힘도 들었다. 확실하게 잠을 깨워 빨리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젖병을 심하게 흔들었다. 딸아이가 눈을 번쩍 떴다. 마치 노려보듯이 내 눈을 똑바로 보았다. 그 눈빛은 분명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낳았으면 똑바로 키워야지. 그거 조금 힘들게 했다고 짜증을 내?!”
순간 처음으로 ‘내 새끼구나’ 느꼈다. 나를 노려보는 표정이나 태도가 내 생김새와 내 성격 그대로였다. ‘나’라는 인간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딸아이가 사랑스러워졌다. 처음으로 아빠가 됐다고 느꼈다. 그 뒤로는 자연스럽게 딸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시켜주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온 일은 아니었다. 단지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육아의 일부분을 담당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딸아이에게 묶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트레스도 켜져갔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구속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너무 많은 희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됐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밤중에 이글스의 노래 ‘Hotel California’를 듣게 됐다. 그리고 세 시간 동안 눈물을 흘렸다. 가사가 폐부를 깊숙이 찔러댔기 때문이다.

We are all just prisoners here of our own device
우린 모두 우리가 만들어낸 도구의 죄수가 돼버리죠.
You can check out every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
당신은 언제든지 (호텔을) 체크아웃할 수 있지만, 이곳을 결코 떠날 수는 없을 거요.

이 노래는 원래 캘리포니아에 대한 환상을 테마로 한 곡이다. 하지만 내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의 노예가 된다.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자식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가 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감옥에서는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
나는 종신형을 언도받은 죄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영원히 자유란 없다. 그래서 눈물이 나왔다. 세 시간을 펑펑 울고 난 뒤 모든 상황을 긍정해버렸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나는 평생 죄수로 살아야 한다. 어차피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모범수가 되자.”
모범수로 살기 시작한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사는 것이 편안해졌다. 부부싸움을 할 일이 거의 없어졌고 육아 스트레스도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부부로 산다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을 진정으로 즐기게 된 것이다.
‘괴짜’에서 벗어나 평범한 가장으로 변했다. 한동안 내 삶에서 없애고 싶었던 성실과 건전을 다시 끄집어내 좌우명으로 삼기로 했다. 아빠가 성실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굶고, 아빠가 건전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내가 다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가석방’일 것이다.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독립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한다면 자식이라는 감옥에서 ‘가석방’이 되는 것이다. 입가에 미소를 띠고 아이들이 꿈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도 되니까. 자식 걱정은 평생 하는 것이기에 완전한 석방이 아니겠지만, 그때쯤에는 꽤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나는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있다.
글쓴이 김지룡씨는 …
자식이라는 감옥에 갇힌 나, 모범수가 되기로 결심하다!
9년 전 베스트셀러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로 이름을 알린 후 문화평론가로 활동해왔던 김지룡씨는 현재 어린이경제교육 전문가로 활동을 펴고 있다. 96년 결혼해 딸 시아(9)와 아들 동현(4)을 둔 그는 큰아이를 키우면서 어린이경제교육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CBS 라디오 ‘곽동수의 씽씽 경제’ 키즈 경제학 코너에 고정출연 중이며, 머니투데이에 ‘어린이 가슴 높이 경제교육’을 연재 중이다. 최근 ‘아이의 미래, 똑똑한 경제습관에 달려있다’를 펴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여성동아 2006년 12월 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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