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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스타 메이커

전지현 섹시 댄스, 맷돌춤 탄생시킨 광고 안무가 곽용근

“표현력은 전지현, 정확도는 하지원, 넘치는 끼는 류승범이 최고예요”

글·구가인 기자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 2006.05.18 16:46:00

맷돌춤, 꼭지점 댄스, 섹시 댄스… 몸으로 말하는 세상이다. 특히나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잡아야 하는 CF일수록 춤의 힘은 세다. 광고 안무가 곽용근씨는 지난 98년부터 CF 속 몸짓을 만들어왔다. 2백50여 편의 CF에서 전지현, 김태희, 이효리, 비, 정우성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의 안무를 지도해온 ‘모션의 마술사’ 곽용근씨를 만났다.
Step1 브레이크 댄스에 빠진 소년
전지현 섹시 댄스, 맷돌춤 탄생시킨 광고 안무가 곽용근

2000년 개봉한 영국 영화 ‘빌리 엘리엇’에는 빌리라는 이름의 예쁜 소년과 가난한 광부인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들에게 권투를 가르치며 남자답게 자라 성공하길 바라던 아버지는 권투연습보다 발레수업에 더 관심을 갖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글러브를 버리고 발레복을 입은 빌리를 수치스러워하는 아버지. 그러나 그 완고한 아버지도 우연히 보게 된 빌리의 아름다운 춤에 매료되고, 결국 발레하는 아들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몇 년 뒤, 빌리는 영국 왕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로 성장한다.
광고 안무가 곽용근씨(38)에게 ‘빌리 엘리엇’은 ‘내 인생의 영화’다.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마이클 잭슨의 브레이크 댄스에 반해 춤꾼이 된 그 역시, 학창시절 아버지와 갈등이 많았다고 한다.
“영화(빌리 엘리엇)와 비슷해요. 다만 빌리와 달리 저는 많이 맞았죠(웃음). 중학교 3학년 때 마이클 잭슨에 반해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로에서 퍼포먼스를 했으니까 그때 이미 길이 정해졌다고 할 수 있죠.”
대학에 가서도 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휴학을 하고 다시 춤판에 뛰어든 그는 88서울올림픽에 무용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레크리에이션학과에 진학했는데 시간낭비 같아서 한 학기 마치고 휴학을 했죠. 춤과 관련된 영화에 출연했고, 88올림픽 때는 무용수로 뽑혀서 참가했어요.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 중에 남경주씨를 비롯, 지금 공연판에서 한 획을 긋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Step 2 재즈댄스를 접하고 춤꾼으로 거듭나다
올림픽이 끝난 후 바로 군대를 다녀온 곽용근씨는 당시 인기가수였던 민해경의 백댄스 그룹 ‘블랙타이거즈’에서 활동을 하다 MBC 무용단에 입단한다. 처음엔 반대하던 그의 아버지도 그가 MBC에 들어가자 춤꾼 아들을 인정하게 됐다고 한다.
“MBC 무용단이 되니까 비로소 인정해주셨어요. 대학에 가는 것도 결국 직업을 얻기 위한 거니까,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신 거죠.”
이때 그의 춤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간 춰온 브레이크 댄스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춤을 접하게된 것.
“그전까지 췄던 브레이크 댄스 외에 재즈댄스를 본격적으로 접했는데 혹독하게 훈련받으면서 많이 배웠죠. 춤이 그렇게 재밌는 건지 새삼 느끼게 됐어요.”
하지만 IMF를 맞으며 그의 인생에도 전환점이 찾아온다. 댄스가수들의 출연이 줄어든데다 대부분의 댄스가수가 자신의 팀을 이끌게 돼 무용단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 당시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그때까지 번 돈을 모두 투자해 댄스학원 ‘더 댄스’를 차렸다.
“예상외로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났어요. 처음 생기는 학원이다 보니 언론의 관심도 받고, 그러면서 CF 안무도 맡게 된 거예요.”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지난 1999년 광고촬영을 위해 새벽에 나가던 곽용근씨는 교통사고로 오른쪽 무릎 관절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전지현 섹시 댄스, 맷돌춤 탄생시킨 광고 안무가 곽용근

최근 인기를 끈 맷돌춤(위)과 이효리의 섹시 댄스도 그의 작품이다.


“무릎 관절이 나갔죠. 그 자리에 핀을 박으면 걷는 데 조금 안정적일 거라는 말을 들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춤은 못 출 거 같아 재활치료를 시작했어요. 그때 엄청 좌절했어요.”
게다가 입원으로 몇 개월 자리를 비운 사이, 학원 운영에도 문제가 생겼다. 그가 돌아왔을 때는 파산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다시 접어야 하나 망설였지만 도저히 포기를 못하겠더라고요. 이것(춤)밖에 잘하는 게 없고, 이걸 해도 만족하지 못하는데 다른 걸 또 어떻게 할까 싶더라고요. 재활한다 생각하고 나 혼자 하자. 그렇게 다시 일어났어요.”

Step 3 광고 안무가로 제2의 춤 인생을
현재 곽용근씨는 대한민국 최고의 광고 안무가다. 지금까지 맡은 광고가 2백50여 편. 전지현의 마이젯 프린터, 전지현과 정우성이 함께 등장하는 지오다노, 이효리의 애니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스카이 맷돌춤 등 인상 깊은 동작이나 안무가 들어 있는 광고들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광고 안무가의 조건으로 영상에 대한 감각을 꼽았다. 그 역시 영상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위해 일주일에 서너 편 씩 영화를 본다고.
“CF 안무가는 항상 화면을 염두에 둬야 해요. 카메라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고요. 예를 들어 바스트 샷을 찍는다면 바닥을 구르는 동작은 필요 없잖아요. 춤이 아닌 화면을 봐야 하는데 이런 게 쉽지 않다 보니 계속해서 저를 쓰는 거 같아요. 저랑 작업하면 필름이 반 이상 절약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렇다면 그가 만나본 수많은 스타 중 베스트 댄서는 누굴까. 곽용근씨는 남자배우로 류승범을, 여자배우 중에서는 전지현과 하지원을 꼽았다.
“기본적으로 일반인보다 끼가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연예인들의) 춤 실력이 낫죠. 남자는 류승범씨가 잘해요. ‘아’ 하면 ‘어’ 하고 바로 반응하는 사람이 있어요. 굳이 설명을 안 해줘도 카메라에 맞게 반응해요. 끼를 타고났어요. 선수끼리는 알아보잖아요(웃음). 여자배우 중 표현력이 좋은 건 전지현씨고, 모든 춤을 정확하게 잘 추는 건 하지원씨예요. 전지현씨는 어떤 동작도 자신에 맞게 바꿔서 예쁘게 춰요. 반면 하지원씨는 모든 춤을 정확하게 잘 춰요. 연기자가 안됐으면 춤꾼이 됐을 거예요.”
내친김에 워스트도 귀띔해달라고 요청하자 손사래를 친다. “잘못 말했다간 밥줄 끊어진다”며 곤란해하는 그에게 실명 대신 이니셜을 요청했다.
“솔직히 많긴 하죠(웃음). 한 예로 S양의 경우 너무 부끄러워해서 애를 먹었어요. ‘하나 둘~ 하나 둘~ 세엣~ 네엣~’ 손가락 까딱거리는 딱 네 동작인데 따라하다가 ‘아~ 진짜 못하겠어요’ 하면서 울상을 짓더라고요.”
15초의 짧은 CF 속에서 안무는 하나의 소품으로 묻혀버릴 때도 많다. 안무가로서 아쉬움은 없을까.
“CF는 내가 한 게 바로 보여서 좋아요. 좋다, 나쁘다 피드백이 잘되고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위해 엄청난 투자가 뒷받침되잖아요.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다만 CF는 기본적으로 춤보다는 연기에 중점을 둬요. 처음에는 춤이 죽는 게 속상했는데 이제는 제품을 위해서라면 연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걸 알아요. 예를 들면 먹는 CF에 무슨 춤이 많이 필요하겠어요. 아무리 좋은 춤도 CF 안무라면 그 제품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저는 그 구성원이 돼야죠. 개인작품이 아니잖아요.”

전지현 섹시 댄스, 맷돌춤 탄생시킨 광고 안무가 곽용근

그러면서 좋은 CF 안무는 결국, 안무가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의 노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최근 일고 있는 맷돌춤 신드롬에도 자신이 기여한 부분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맷돌춤은 목 돌리기가 핵심이에요. 비좁은 클럽무대에서 코믹하게 출 수 있는 춤이 목 돌리기라고 제안했는데, 모델 박기웅씨가 거기에 싸이의 더듬이 춤을 접목시켰어요. 온전히 제 춤이라고 할 순 없죠. 하지만 춤이 전부가 아니에요. 4박5일 동안 다른 스태프들이 엄청 고생했어요. 그렇게 나온 게 결과가 좋았던 거고, 맷돌춤도 그 덕분에 인기를 끌게 된 거죠.”



Step 4 꿈을 향해
춤에 대한 열정으로 가출까지 했던 골칫거리 소년은 이제 병상에 계신 아버지를 위해 집을 옮길 정도의 효자로 거듭(?)났다. 아직 미혼인 그가 꼽은 배우자의 첫 번째 조건은 ‘춤 잘 추는 여성’이 아닌, ‘부모님을 잘 모실 수 있는 여성’이다.
곽용근씨는 현재 CF 안무를 넘어 영화 안무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소년, 천국에 가다’에서 안무를 맡은 데 이어 현재는 ‘미녀는 괴로워’ 촬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이번에는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배우들의 오디션과 안무를 맡게 됐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에 대해 물었다.
“CF 안무를 맡게 되면서 영상의 매력을 알게 됐고, 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CF가 너무 짧게 끝나서 아쉬움을 주는 반면 (영화는) 긴 호흡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언젠가 저도 제 주변의 춤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코러스 라인’이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그리고 ‘빌리 엘리엇’ 같은 영화요.”

여성동아 2006년 5월 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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