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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성교육 올바로 하는 법’

인형극으로 어린이 성교육하는 ‘엄마랑 극단’ 주부 6인이 들려주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4.06.08 15:41:00

“엄마랑 아빠랑 사랑하면 아이가 생겨?” “사랑은 어떻게 하는 거야?” 아이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성에 관한 질문은 엄마들을 늘 당황케 한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다 보니 무작정 ‘모르쇠’로 일관할 수도 없는 일.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인형극으로 어린이 성교육을 하고 있는
주부 6인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 아이 성교육 올바로 하는 법’

경춘대로를 달려 춘천 보건소 옆 시민복지회관 3층에 들어서니, 6명의 주부들이 공연실황을 촬영한 모니터를 보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시선을 사선에서 정면으로 바꾸니까 좀더 낫지?”
“소심이와 씩남이가 겹치는데, 좀더 떨어져야 할 것 같아.”
“해냄이가 좀 숙여줘야겠는걸.”
어린이들에게 보다 재미있게 올바른 성문화와 건전한 성에 대해 일러주기 위해 창단한 ‘엄마랑 인형극단’의 주부 회원들이 공연을 앞두고 한창 공연 내용을 점검하는 중이다. 2002년 5월 창단 이래 전국 곳곳을 다니며 1백20여 회 공연을 가진 엄마랑 인형극단의 단원들은 모두 가정주부로 유치원생이나 초중고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다. 인형극의 대본 작성과 캐릭터 설정, 인형 제작과 홍보 등을 단원들이 도맡아하는 엄마랑 인형극단은 그동안 ‘미나의 용기’와 ‘해냄이의 꿈’ 등 성폭력과 남녀 양성평등 등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호평을 얻었다. 인형극이라는 형식을 통해 내 아이에게 하듯 재미있게 성교육을 펼치는 6명의 주부들이 어린이 성교육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권분경(이하 권) 전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다 엄마랑 인형극단의 멤버가 됐어요. 성교육 강의를 하면 아이들에게 성에 대한 개념을 짚어주는데, 어느 날 강의를 나가기 전에 우리 작은아이에게 “얘, 넌 성이 뭐라고 생각하니?” 하고 질문을 했더니 이름 앞에 붙는 성씨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때 ‘아뿔싸, 내 아이에게 먼저 성교육을 시켜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 아이 성교육 올바로 하는 법’

권분경(38)
11세인 아들과 10세인 딸을 키우고 있다.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상담원으로 활동하다 인형극단 창단 멤버가 됐다. 현재 총무를 맡고 있다.


최인숙(이하 최) 우리 집은 큰딸이 열한살인데 요즘 젖멍울이 생겨 아파해요. 평소 신체의 변화에 대해 일러줬던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다른 아이들 같으면 “엄마, 가슴이 아픈데 무슨 큰병이 아닐까” 하며 걱정할 텐데, “이제 제 2차 성징이 시작되나봐” 하고 먼저 아는 척을 해요(웃음).
배현주(이하 배) 생리에 대한 준비도 해야겠네요.
‘우리 아이 성교육 올바로 하는 법’

최인숙(37)
11세, 8세인 두 딸이 있다. 구연동화에 소질이 있었는데 엄마랑 극단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멤버가 됐다.


네. 그런데 며칠 전에 아이가 학교에 갔다 와서 혼란스러운 얼굴로 제게 “엄마, 우리 반 어떤 아이가 생리는 더러운 거라고 하더라. 그런데 엄마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 하고 묻더라고요. 평소에 제가 아이에게 생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생리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제 아이 낳을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라고 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 아이는 생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친구들 얘기를 듣고 좀 당황스러웠나봐요.
이인자(이하 이) 저는 중3, 고2 남자아이만 둘을 키우고 있는데 사실 그 나이가 되면 남자아이들은 자위를 하잖아요.
노민순(이하 노) (끄덕이며) 여자아이들은 그래도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엄마와 대화를 하는데 남자아이들은 그런 얘기를 통 안 해요. 특히 엄마한테는.
그래서 하루는 고2짜리 아들에게 “너도 자위를 하니?” 하고 물었더니 무척 쑥스러워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말 꺼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성교육을 받은 엄마로서 무관심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지요. “너희 나이 때는 다들 하는데 너는 어떠니? 괜찮아, 자연스러운 거야” 했더니 처음에는 엄마랑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받아들이더니 차츰 마음을 열더라고요.

‘우리 아이 성교육 올바로 하는 법’

엄마랑 극단 주부단원들은 아이들 성교육에 앞서 부모가 먼저 성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딸만 둘을 키워서 그런지 성교육을 하기에는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가 편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남자아이는 엄마가 성교육을 하는 게 좀 쑥스럽지 않아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한번 아들과 툭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니까 오히려 편하더라고요. 여자의 성에 대해서는 아빠보다 엄마가 더 잘 알잖아요. 또래 여자아이들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엄마가 대신 답해줄 수도 있고요.
또한‘여자의 No는 Yes!’ ‘여자는 와일드한 남자를 좋아한다’ 같은 여성에 대해 남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엄마가 여자의 입장에서 바로잡아줄 수도 있죠. 그러면 그만큼 이성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사라질 거예요.
남자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성적 욕구가 강해지는데 자위를 하자니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할 텐데 그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자위는 필요한 거지만, 거기에 너무 매달리면 다른 데 관심 둘 시간이 줄어드니까 너무 자주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위생에 신경을 써서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니?” 하는 정도로 이야기했어요.

엄마와 아들이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이성에 대한 편견 깨는 것이 중요
‘우리 아이 성교육 올바로 하는 법’

노민순(39)
12세, 10세, 7세인 2남1녀를 뒀다. 우연한 기회에 성교육 상담 교육을 받고 자원봉사를 하다 지난해 9월부터 인형극에 참여했다.


저희 집은 큰아이가 5학년인데 남자아이에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서 요즘은 아이가 음란물을 보는 게 아닐까 신경이 많이 쓰여요. 음란물 사이트를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아이에게 말을 못 꺼내고 있었죠. 그런데 마침 기회가 생겼어요. 어느 날 아이가 먼저 “엄마, 남자의 어떤 부위가 여자의 어떤 부위로 들어가서 아기가 만들어지는 거야” 하고 묻지 않겠어요. 4학년 때 선생님이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아기가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도대체 몸의 어디가 어떻게 만나서 아이가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다는 거예요.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 음란물에 대해서 아들과 대화를 한번 나눠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라 잘 됐다 싶었어요. 어차피 알아야 할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여자와 남자가 어떻게 다른가를 이야기하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그런 다음 남녀가 사랑으로 만나서 서로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여자의 몸이 열려서 그렇게 된다고 설명을 해줬죠.
‘우리 아이 성교육 올바로 하는 법’

김경희(37)
결혼 10년차 주부. 9세, 8세인 두 딸을 키우고 있다. 6개월 전 상담 기술을 배우고자 성폭력 상담소 문을 두드렸다가 인형극을 시작하게 됐다.


잘 받아들였어요?
처음엔 얼굴이 상기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니?” 하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서 “너는 처음이라 잘 모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그 할머니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모두 그렇게 했다”고 말했어요. 동물들의 짝짓기에 대해서도 얘기해줬어요. 그랬더니 “이상하지 않아요. 괜찮아요” 하더니 “엄마와 아빠도 그랬어요?” 하고 묻더라고요. “엄마 아빠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너희들이 세상에 나왔겠니?” 하면서 음란물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돌렸어요.
김경희(이하 김) 메일함을 열면 하루에도 서너 통 이상의 음란 메일이 들어와 있고 요즘엔 인터넷을 하고 있는 중간에 음란물이 끼어들기도 해요. 갑자기 그러면 얼마나 낯이 뜨거운지 몰라요.
저도 그래서 이야기를 해야겠다 마음먹은 거예요. “진짜 사랑하는 남녀가 관계를 갖는 건 두 사람만의 비밀이다. 인터넷이나 비디오에 있는 음란물은 가짜로 사랑하는 것이고, 돈벌이로 하는 거니까 믿을 게 못 된다”고 했지요. 내친김에 성폭력에 관한 얘기도 했어요. 우리 아이는 성폭력에 대해 여자친구의 치마를 들추는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성폭력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말해줬죠.

‘우리 아이 성교육 올바로 하는 법’

엄마랑 극단은 인형극 대본작성과 인형 제작 등을 모두 주부단원들이 도맡아 한다.


대단하시네요. 사실 내 자식 교육하기가 더 어려운데. 성교육은 여자나 남자 모두에게 중요한데 알게 모르게 남자는 잘 몰라도 된다는 의식이 팽배한 것 같아요.
딸 가진 부모도 교육을 잘 해야 하지만 아들 가진 부모도 열심히 가르쳐야 해요.
우리 딸은 아빠랑 같이 목욕하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아이가 크니까 아빠가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우리가 부모 성교육을 할 때 ‘여자아이의 경우 아빠와 언제까지 목욕을 해도 되나’ 하는 질문을 받으면 ‘아이가 원할 때까지 자연스럽게 해줘라’라고 대답하잖아요. 그래서 남편한테도 아이가 좋아하니까 함께 목욕을 하라고 하는데 만일 제가 성교육 강사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아빠와 목욕하지 못하게 했을 것 같아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생각엔 이론상 그렇다 하더라도 아빠가 어색해하면 아빠의 심정을 아이에게 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봐요. “네가 너무 커서 이젠 아빠가 함께 목욕하기가 좀 그래” 하면 아이도 아빠의 심정을 이해할 거예요.

부부관계 들키면 감추지 말고 자연스럽게 이해시켜야
저희는 둘째가 여덟 살인데 학교에서 별명이 ‘성폭력 예방 지킴이’래요. 남자아이들이 ‘아이스케키’ 하고 장난을 하면 우리 아이가 나서서 “그렇게 하면 안돼” 하고 정색을 한다나요(웃음). 여자아이들끼리 치마를 들춰서 팬티를 보여주는 장난을 할 때도 얼른 달려가 “네 소중한 곳을 그렇게 함부로 남한테 보여주면 안돼” 하고 일러준대요(웃음).
‘우리 아이 성교육 올바로 하는 법’

배현주(38)
극단 창단 멤버로 현재 단장을 맡고 있다. 9세, 6세된 두 딸이 있다. 효과적인 성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인형극단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극단을 만들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에요. 얼마 전엔 여행을 갔다가 모텔에 들어갔는데 모텔 방 안에 콘돔이 있었어요. 포장지에 그림이 있으니까 큰아이가 “엄마, 이게 뭐야?” 하고 물었어요. 이제 겨우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한테 콘돔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참 난감하더라고요. 그래서 한참을 머뭇거리다 “엄마와 아빠가 사랑을 할 때 사용하는 도구야” 하고 말해놓고는 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혀 또 “어어…” 하다가 “아기씨가 나오지 않도록 막아주기 위해서 아빠 잠지에 끼우는 거야” 하며 대충 얼버무리는데 얼굴이 얼마나 빨개졌는지 몰라요.
우리는 ‘성’ 하면 오버해서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요. 엄마는 더 많은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말문이 막히지만 아이들은 간단히 답해주면 “어, 그래” 그러고 말아요. 성적인 놀이조차도 터부시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엄마 모르게 우리끼리만’ 이런 식이다 보니 ‘성’하면 음울한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성이 밝아지는데 말이죠. 저희 집에서는 남편한테 “여보, 아이들 목욕 좀 시켜줘” 하고 부탁하면 남편이 “내가 성희롱을 당해야 해?” 하며 마지못해 목욕을 시켜줘요. 그런데 한번은 여섯 살짜리 딸아이가 아빠와 목욕을 하다 아빠의 성기를 보고 질문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럴 땐 얼버무리지 말고 “다른 남자아이들도 자라면 아빠처럼 된다. 이 안에 아기씨가 있다”고 말해줄 필요가 있어요.
저희 집에서도 막내가 아주 어렸을 때 속옷을 입고 집안을 돌아다니는 아빠의 앞부분이 시커먼 걸 보고는 “아빠가 응가를 앞에 쌌어” 하며 휴지를 가져다 준 적이 있어요(모두 웃음).
그 말씀 하시니까 저도 생각나는 게 있어요. 부부관계에 관한 이야기인데 어느 날 초등학교 4학년인 남자아이가 묻는 거예요. “엄마, 내가 여덟 살 땐가 엄마 방에 들어갔을 때 아빠 엄마가 당황했었는데 그때 생각 나?” 하고요. 잘은 모르겠지만 엄마 아빠의 태도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는 거예요.



‘우리 아이 성교육 올바로 하는 법’

이인자(45)
결혼 19년차 주부. 고2, 중3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평소 연극에 관심이 있었는데 엄마랑 인형극단이 창단된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봉사로 참여하기 시작해 3년째 활동하고 있다.


저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어요.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까 한 방에서 자는데 침대 위에서 재우다 부부관계를 하려고 아이들을 바닥에 내려놓았어요. 그런데 아이가 안 자고 있었나봐요. 다음날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큰아이가 “엄마, 사실은 나 안 자고 있었어” 하지 뭐예요. 깜짝 놀라서 “그랬어?” 하고 넘어가고 말았어요.
그럴 때는 대충 넘어가지 말고, 그때 아이의 기분이 어땠는지 짚어줄 필요가 있어요. 아이에게 부부관계를 들키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이왕 들켰다면 너무 놀라지 말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하도록 설명해줘야 하죠.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싸운다거나 아빠가 엄마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거든요.
성교육에 관한 얘기는 밤을 새워 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 같은 성교육 전문가들도 집에서는 다른 엄마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잖아요.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하자면 중요한 건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워하거나 당황하지 말고, 편안하게 성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죠. 엄마가 당황하면 할수록 아이들의 호기심은 더욱 커지고, 엄마가 뭐라 대답을 해줘도 ‘뭔가 감추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거든요. 아이가 질문을 할 때는 정확한 용어로 대답을 해주는 것도 중요해요.



여성동아 2004년 6월 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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