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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기대되는 남자

‘다모’ 이어 SBS 드라마 ‘폭풍 속으로’로 주목받는 김민준

“‘해운대 갈매기’로 불렸던 내가 서울 연예계 상륙하며 겪었던 설움과 각오”

■ 기획·구미화 기자 ■ 글·김범석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4.04.02 11:44:00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 ‘다모’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스타덤에 오른 김민준이 다시 여성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SBS 주말극 ‘폭풍 속으로’에서 이종격투기 선수로 등장, 완벽한 몸매를 선보이고 있는 것. 오랜 무명생활 끝에 연예계에 진출해 설움도 많이 겪었다는 그를 만났다.
‘다모’ 이어 SBS 드라마 ‘폭풍 속으로’로 주목받는 김민준

‘연기력이 외모를 못 따라간다’는 말도 있지만 팬들의 그런 관심이 자신에겐 용기가 된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이제 웨이브 장은 잊어주세요. 저, 사실은 하나도 안 터프해요. 김민준은 터프할 것이란 편견은 저를 두 번 죽이는 거예요(웃음).”
탤런트 김민준(28)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낯선 모습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름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MBC 화제의 드라마 ‘다모’에서 장성백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곱슬거리는 헤어스타일 때문에 ‘웨이브 장’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여성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지난 3월13일 첫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폭풍 속으로’에서 바다냄새 물씬 풍기는 거친 사나이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실제 고향이 부산이라 학창시절부터 ‘해운대 갈매기’로 불렸다는 그는 요즘 ‘폭풍 속으로’ 오픈 세트가 지어진 경북 울진에서 살다시피 한다.
“극중 동네 건달로 살다가 소년원에 들락거리는, 말 그대로 비전 없는 3류 인생이에요. 그러다가 어떤 운명적인 사건에 휘말려 한국을 떠나게 되죠. 그 후 일본을 거쳐 태국에서 떠돌이처럼 살다가 이종격투기 스파링 파트너, 그러니까 무에타이 선수가 됩니다. 믿을 건 주먹밖에 없다고 믿는 천부적인 싸움꾼이거든요.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모범생 형으로 나오는 김석훈 선배와 180도 다른 길을 걷게 되죠. 현대물은 처음이라 촬영이 재미있어요.”
실제 유도 3단이라는 그는 케이블 방송을 통해 이종격투기를 열심히 시청하는 마니아이기도 하다. 이종격투기인 ‘K1’은 신체 구조를 극단적으로 활용한 종합예술이라는 게 그의 설명. 그러나 발차기 등 무술 장면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두 형제의 엇갈린 인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게 그의 주문이다.
‘폭풍 속으로’는 ‘올인’의 최완규 작가와 유철용 PD가 의기투합해 만드는 드라마로 방송가에선 ‘올인2’로 불리는 대작이다. 자연스럽게 누가 주인공이 되느냐에 촉각이 모아졌던 작품. 김민준의 형이자 송윤아의 연인에는 김석훈이 캐스팅 돼 그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석훈이 형은 농담도 잘하고 주위 사람들을 정말 편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어요. 격식 차리려고 하는 가식적인 멘트도 없고, 솔직한 게 장점인 것 같아요.”
그는 ‘폭풍 속으로’ 캐스팅에 얽힌 비화도 공개했다. 자신이 맡은 현태 역을 신인에게 맡길 것이란 소문을 듣고 그는 한번 만난 적도 없는 유철용 PD에게 먼저 연락했다고 한다. 하루라도 늦으면 다른 연기자에게 배역을 빼앗길 것 같아 노심초사했던 그는 “뼈가 부서질 정도로 열심히 할 테니 믿고 맡겨 달라”고 간청했고, 연출 팀은 그의 이 같은 패기에 승부수를 걸어보기로 하고 가장 먼저 그와 출연 계약서를 작성했다.
촬영 현장인 울진에서 만난 김민준은 그의 말처럼 뼈가 부서질 정도로 열심이었다. 실제로 그의 양쪽 주먹에는 일렬로 피딱지가 앉아 있었고, 온몸은 온통 멍투성이었다. 실제 무도인의 손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주먹은 샌드백을 두드려서 생긴 상처인데 사진은 찍지 마세요. 연기자가 대본에 충실한 건 자랑할 게 아니라 당연한 일이잖아요. ‘다모’에서도 절감했지만 미니시리즈는 결국 체력전이더라고요. 열심히 먹고 운동하니까 몸이 더 좋아지고 있어요.”

‘다모’ 이어 SBS 드라마 ‘폭풍 속으로’로 주목받는 김민준

지난해 겨울 열린 ‘2004 SS서울컬렉션’ 때의 모습.


그는 지난해 육체적인 상처보다 훨씬 큰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신예 이재규 PD의 눈에 띄어 일찌감치 ‘다모’에 캐스팅돼 액션 스쿨에서 두 달간 구르고 달렸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 같은 비보를 접했던 것. 탤런트 이정진이 뒤늦게 ‘황보윤’으로 캐스팅 됐는데 이정진 소속사에서 상대 배우의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김민준 하차를 요구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KTF CF로 갓 얼굴을 알린 신인이었던 그는 눈물을 삼키며 항의 한번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이정진이 출연을 포기했고 결국 다시 ‘다모’에 재기용됐다. 이에 대해 김민준은 말을 아꼈다.
“뭐,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기억이고, 다 지난 일이잖아요. 오히려 저한텐 전화위복이 된 셈이니까 괜찮아요.”
그는 여느 스타들처럼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케이스는 아니다. 오랜 기간 모델로 활동하며 연기자 진출을 모색해왔던 것. 가장 친한 연예인 동료로도 모델 활동 당시부터 알고 지내던 권상우를 꼽았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요즘 서로 바빠 전화 통화로 간신히(?)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권상우 외에 모델 출신 공유, 고향 친구인 장혁과도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옆에 있던 김민준의 소속사 박무신 대표는 “상체는 권상우가 나을지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민준이가 훨씬 낫다. 비교하면 우리가 기분 상한다”며 김민준을 치켜세웠다.
서울에서 자취 생활중인 김민준은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중학교 동창들 덕분에 외로울 틈이 없다고 한다. ‘우렁 총각’이라 이름지은 이들은 그가 촬영 때문에 집을 비우더라도 수시로 그의 집을 찾아와 청소와 빨래는 물론 각종 요리들을 해놓고 사라진다고 한다. 냉장고 채워놓기는 기본이며, 심지어는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언제든 먹을 수 있게끔 찌개까지 끓여놓는 경우도 있다고.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사람 복은 넘치는 것 같아요. 정말 전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데 친구들한테 이렇게 과분한 신세를 져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친구들은 그냥 ‘너 잘 되는 게 우리들의 보람’이라고들 해요.”
부산 토박이 김민준을 둘러싼 궁금증 하나. 부산에서 태어나 중고교 시절을 보냈고 지금도 동아대학교에 재학 중임에도 그는 경상도 억양이나 사투리를 전혀 쓰지 않는다. 이에 대해 그는 맞벌이 부모 때문이라며 다소 엉뚱한 답을 들려줬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귀가가 늦으셨죠. 덕분에 집에 있을 땐 늘 텔레비전을 켜놓고 애국가가 나올 때까지 보곤 했어요. 제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표준어를 구사할 수 있는 건 순전히 TV 덕분이죠.”

‘다모’ 이어 SBS 드라마 ‘폭풍 속으로’로 주목받는 김민준

드라마 ‘다모’에 이어 ‘폭풍 속으로’에서 여성 팬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김민준. CF 모델 출신인 그는 오랜 무명생활을 딛고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김민준은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고개를 잠시 갸웃거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글쎄요,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사실 내세울 게 없어 지금껏 인터뷰에도 적극적이지 않았거든요. 묵묵히 연기력으로 인정을 받자는 생각이었죠. 저는 친구들과 어울려 나이트클럽도 놀러 가고 또래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20대 평범한 청년이에요.”
내친 김에 요즘 남자 연예인들도 열심히 한다는 성형 수술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코 때문에 관심이 많다고 말해 귀를 솔깃하게 했다.
“몇 년 전 코가 부러져 지금도 만지고 흔들면 소리가 나거든요. 성형 수술이 아닌 교정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무서워서 계속 미루고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뭔지 아세요? 병원 가는 거예요. 특히 치과.”
만일 KTF CF나 ‘다모’에 출연하지 못해 아직까지 주목받지 못한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그는 계속 ‘청년 실업자’로 살면서도 어디에선가 연기 연습에 몰두하고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반짝 스타가 아닌 배우가 최종 목표이기 때문에 현재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자어로 보면 배우(俳優)의 배자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잖아요. 최민식 선배나 설경구 선배를 보면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빠지잖아요. 진짜 배우인 거죠. 저도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 그런 선배들처럼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나 ‘폭풍 속으로’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연기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 ‘외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연기력이 아쉽다’는 글이 대거 올라와 그를 힘 빠지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머쓱해 하면서도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색한 대사 처리와 연기 때문에 이런 비판은 당연하고,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언젠가 영화 배우가 돼 관객들에게 희로애락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어릴 때 장래희망은 탤런트가 아닌 코미디언이나 수의사였어요. ‘영구와 땡칠이’의 심형래씨가 제 영웅이었죠. 수의사는 모든 동물을 다 진찰하잖아요. 어릴 땐 그런 점이 무척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였거든요.”
가장 애지중지하는 보물 1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기다렸다는 듯 “MP3”라고 답했다. 무려 5천곡을 다운받아 저장해놓았다고. 해외 로케 촬영을 갈 때도 MP3만큼은 꼭 챙겨 간다는 그는 노래 실력은 영 아니지만 음악을 듣는 감상자로선 일가견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연기는 감상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죠. ‘폭풍 속으로’를 통해 연기자에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노력할게요.”
그가 ‘다모’의 인기 돌풍을 이어갈지 기대된다.

여성동아 2004년 4월 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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