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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친구 같은 배우

드라마 ‘백만송이 장미’에서 감초 연기로 사랑받는 탤런트 안정훈

“4월 말이면 두 아이의 아빠, 드라마에서나 가정에서나 우리 시대의 아버지 상이 되고 싶어요”

■ 글·조득진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4. 04. 01

연기 경력 27년에 접어든 탤런트 안정훈. 아역시절부터 늘 주연자리를 차지해오던 그가 요즘 감칠맛 나는 조연 역할로 연기 폭을 넓혀 가는 중이다. 오는 4월말이면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 그에게서 연기인생과 가족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드라마 ‘백만송이 장미’에서 감초 연기로 사랑받는 탤런트 안정훈

감칠맛 나는 조연 연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안정훈. 배우는 어떤 배역이든 그것을 빛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드라마 촬영 때문에 약속시간에 늦은 그가 허겁지겁 달려와 잔뜩 미안한 얼굴로 인사를 했다. 탤런트 안정훈(35). 아역 탤런트 시절부터 오랜 시간을 봐온 배우이기 때문인지 그런 모습조차 친구처럼 정겨웠다.
“요즘 정말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KBS 드라마 ‘백만송이 장미’ 촬영이 일주일 내내 있거든요. EBS ‘효 도우미’에서 손숙 선생님과 진행을 맡고 있고, 지난 3월부터 KBS 어린이 드라마 ‘울라불라 블루짱’에도 출연하고 있죠. 대전에 있는 중부대 예술영상학부 강의도 2년째 맡고 있고요. 이거 말하다보니 정말 바쁘게 살고 있네요(웃음).”
평균 시청률 30%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송 중인 ‘백만송이…’를 통해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안정훈. 드라마에서 그는 총각으로 나와 이혼녀인 양정아와 만남에서 결혼까지 이르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대장금’에 이어 드라마 부문 시청률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백만송이…’의 인기 비결은 재혼가족 구성원이 서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기획의도가 시청자들의 구미에 잘 맞아떨어졌고 안정훈, 윤여정, 한진희, 김자옥 등 조연들의 탄탄하고 감칠맛 나는 연기 때문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평가. 그는 이복형제인 이창훈, 김승수와 삼각관계에 놓인 손태영의 오빠 ‘박혜성’ 역할을 맡아 단순하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드라마를 밝게 이끌고 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작가의 말에 감동 받아
그는 요즘 조연 역할로 자주 등장한다. 지난해 드라마 ‘여름향기’에서 슬픈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감초 역할을 하더니 이번에도 다소 풀어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것.
“배우라면 누구든지 주연을 맡고 싶은 게 사실이죠. 특히 저 같이 아역시절에 주목을 많이 받았던 배우들은 그런 욕망이 강한 편이에요. 하지만 주연이 있으면 조연이 있어야 하고, 또 조연의 맛깔스러운 연기가 주연을 더 멋있게 만들거든요. 조연은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데뷔한 이후 줄곧 주인공으로만 살아온 그. 군에 가서도 홍보영화를 찍어 데뷔 후 27년동안 연기만 해왔지만 ‘아역스타는 성인스타로 크지 못한다’는 방송가의 불문율처럼 그 또한 성인이 된 후 주연보다는 조연을 많이 맡아오고 있다.

드라마 ‘백만송이 장미’에서 감초 연기로 사랑받는 탤런트 안정훈

4월말이면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 안정훈은 아역 출신으로 연기 생활 27년째에 접어든다. 시청자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연기자다.


“성인 연기자로 변신에 성공한 아역 배우들은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아역배우가 대중의 시선 밖으로 사라졌거든요. 대부분 아역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해서 그런 거죠. 저도 아역 때의 이미지와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고생을 좀 했어요.”
사실 그는 지난해 ‘여름향기’ 출연을 앞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연기자로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야 할 것인가, 자신의 배역을 어디까지 한정지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밤을 새운 적도 많았다고. 그러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어느 작가의 말에 충격과 감동을 받으며 생각을 정리했다고 한다.
“조연이라도 제대로 된 조연, 자신의 배역에 더 욕심을 부리는 조연이 되자는 생각을 했어요. 50%만 해도 되는 역할이라도 제가 더 노력해 100%, 200% 연기를 하면 그 조연이 극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어요. 또 배역을 고르는 것은 배우로서의 자세가 아니며, 어떤 역할이든 남의 인생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요.”
빚과 육아로 고생한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워

그는 4월말이면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 지난 99년 허승연씨와 결혼해 허니문 베이비로 딸 수빈이를 낳은 지 5년만의 경사라 기쁨이 크다고.
“4월20일이 예정일이라 요즘 아내의 배가 남산만 해요. 첫 아이가 딸이라 아들이면 좋겠는데…. 아내는 하나 더 낳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저나 아내나 제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인지 가족에 대한 욕심이 좀 많은 편이죠.”
그는 요즘도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을 갚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 몇 년동안 다 갚았다 싶으면 또 어디선가 몰랐던 채무관계가 나타나 힘겨웠다고. 올 한해만 더 열심히 뛴다면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돈벌이가 뻔한 일반 회사원 같았으면 벌써 어디론가 도망갔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더 열심히 뛰면 갚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또 아버지가 남기신 거니 자식이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제 성격이 굉장히 낙천적이거든요. 막내인 제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아버지가 빚을 남기고 가셨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다스려지더군요.”
하지만 아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다. 결혼하자마자 빚 때문에 고생했는데 요즘엔 너무 바빠 집안일이나 아이 돌보는 것을 많이 도와주지 못해 늘 안쓰럽다고 한다.
“‘아내(?)는 강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 아내를 보고 있으면 그 말이 실감나요. 표현은 안 하지만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곧 출산을 하는데 무엇보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둘째 출산을 앞두고 처음으로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지난 3월2일 KBS ‘매직키드 마수리’ 후속으로 시작한 새 어린이 드라마 ‘울라불라 블루짱’에서 주인공 어린이의 아버지역을 맡게 된 것.

드라마 ‘백만송이 장미’에서 감초 연기로 사랑받는 탤런트 안정훈

“섭외를 받고 옛날 생각이 나 즉석에서 승낙했어요. 제가 ‘호랑이 선생님’ 출신이잖아요. 어린시절 주역을 맡던 어린이 드라마에서 부모역을 맡고 보니 정말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이미 가정에선 한 아이의 아버지이지만 드라마 상에서 아버지 역할을 맡고 보니 ‘좋은 아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그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교육문제라고.
“올해 수빈이가 여섯살이거든요. 곧 학교에 들어갈 나이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데 사교육을 어디까지 시켜야 하는지 고민이에요. 남들 다 보내는데 우리 아이만 안 보내면 ‘왕따’가 될까 걱정도 되고…. 가급적이면 집에서 가르쳤으면 좋겠는데 그게 마음대로 잘 안되네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지원하며 가졌던 그의 꿈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아버지 상을 연기하고 싶다’는 것. 아이들 교육도 그런 고민 속에서 함께 풀어가고 싶다고 한다.
그의 바람은 이미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EBS ‘효 도우미’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독거 노인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오현경 바다 김현주 이은주 이민영 안재모 등이 회원으로 있는 ‘단연회(단국대 연예인 모임)’를 만든 이래 3년째 회장을 맡아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
“연예인은 팬들의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이에요. 그 사랑을 되돌려 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공인으로서의 책임이기도 하고요. ‘단연회’ 활동은 그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봉사와 기부활동을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주목을 받는 ‘스타’와는 거리가 먼 연기자다. 초등학생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청소년기를 거치고 성인이 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보여준 배우. 그래서 그 나이 또래의 시청자들은 그에게서 묘한 ‘동질감’과 ‘우정’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 한마디로 시청자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배우.
“저 또한 제 또래의 시청자들과 많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어요. 다만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늘 죄송할 뿐이죠. 하지만 앞으로도 배역이 아닌, 연기에 더 욕심을 부릴 작정이에요. 그게 배우로서의 자세라고 믿거든요.”
그는 친구 같은 정겨움 속에 든든한 믿음까지 주는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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