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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주목받는 도전

드라마, 연극무대 진출로 ‘에로’의 벽 허무는 하소연

“벗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아닌, 벗는 연기도 잘하는 배우 될래요”

■ 글·조득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3.11.10 16:03:00

안소영, 진도희, 정세희…. 그 이름만으로도 에로비디오 선택의 기준을 만들어주는 배우들이 있다. 그 마지막 세대가 바로 하소연.
큰 가슴도, 농염한 몸짓도 없지만 그는 에로배우답지 않은 청순한 외모로 7만명의 팬을 이끌고 있는 또 하나의 신세대 스타다. 에로영화의 벽을 허물고 ‘양지’로 걸어나오는 그를 만났다.
드라마, 연극무대 진출로 ‘에로’의 벽 허무는 하소연

지난 10월 중순, 가을 밤바람이 제법 차가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연인과 부부 등 연극을 보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댔다. 건물 벽, 가로등, 심지어 길바닥에까지 수많은 연극 포스터가 나붙은 가운데 유독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당긴 것은 전라의 소녀가 빨간 천으로 몸을 반쯤 가린, 다소 도발적인 포스터. ‘…새벽이 오기 전에. 하소연의 소녀의 성(性)’이라는 타이틀을 본 사람들은 “하소연? 아, 하소연!” 하며 짧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한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방금 전에 끝난 1회 공연에서도 실수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감독님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정말 미안하고 창피해서….”
연극이 올려진 키득키득 소극장 문을 열고 들어서니 혼이라도 났는지 그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늘 이름 앞에 ‘에로배우’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사는 배우 하소연(22). 지난 2001년 영화 ‘오빠의 불기둥’으로 데뷔, 이후 ‘5분의 기적’ ‘하소연’ ‘테마 오브 러브’ ‘동거’ 등 10여편의 에로영화에 출연하면서 마니아층을 만들어낸 그는 그렇게 또 다른 ‘신인과정’을 밟고 있었다.
“극본을 받아 읽고 출연하고픈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한달 넘게 고민했어요. 아직 정통연기 경험이 없거든요. 그러니 걱정이 컸죠. 하지만 주변에서 ‘지금까지 하던 것만큼만 하면 된다’고 용기를 주었어요.”
드라마, 연극무대 진출로 ‘에로’의 벽 허무는 하소연

오는 11월2일까지 연극 ‘소녀의 성’에 출연하는 하소연. ‘배우’로서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게는 또래의 배우들에게 없는 도전정신이 있다.


연극 ‘소녀의 성’은 두편의 옴니버스로 엮여졌다. 1부 ‘소녀의 향기’는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심리 스릴러물이고, 2부 ‘결벽증 도둑’은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코믹물. 그는 연극에서 성을 무기로 한 여고생 연쇄살인범과 일상에 찌든 20대 여인이라는 상반된 두 캐릭터를 한꺼번에 연기한다.

“제가 에로배우 출신이다 보니 ‘어디까지 벗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많아요. 극의 진행에 꼭 필요한 정도만 나와요. 자세한 건 연극을 직접 보셔야죠, 하하”

청순한 이미지 어필, 팬클럽 7만명 확보

요즘 신세대 연기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데뷔도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고등학교 졸업 후 레스토랑 서빙, 바텐더, 식당 홀서빙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던 그는 어느 날 에로영화에 출연 중이던 친구를 따라 클릭엔터테인먼트에 놀러가게 됐고, 그의 빼어난 몸매와 ‘끼’를 알아본 사장에게 현장에서 캐스팅 됐다.
“누구나 한번쯤은 연예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이전에 친구가 출연한 에로영화를 봤고 에로배우도 배우와 똑같은 연기를 하는 연예인이라 생각했어요. 우선 재미있을 것 같았죠. 부모님이 굉장히 보수적인 분들인데 다행히 큰 반대를 하지 않았어요.”

드라마, 연극무대 진출로 ‘에로’의 벽 허무는 하소연

섹시미보다는 청순함이 그의 매력. 만나보면 ‘에로배우’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하소연은 ‘00부인’류의 에로배우가 아니다. 가슴이 크고 몸매가 육감적이거나 얼굴에 ‘색기’가 철철 넘쳐 보이는 원조 에로배우들과 달리 그는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외모를 지니고 있다. 170㎝ 큰 키의 그는 10대를 채 벗어나지 못한 얼굴, 신체부위 중 유일하게 성형수술을 했다고 하지만 풍만하다고 할 수 없는 가슴을 가진 ‘예쁜’ 소녀였다.
에로영화를 찍지만 이렇게 에로영화배우답지 않은 모습이 그의 가장 큰 매력. 7만명이 넘는 그의 팬클럽 ‘핫소스’의 회원들은 “하소연을 만나 보면 ‘에로배우’라는 낱말에 담겨 있는 야릇한 비하가 얼마나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섹시미보다는 청순함으로 승부한다”며 그를 ‘배우’로서 좋아하고 있다.
그가 출연한 영화의 특징은 ‘다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 노출을 최대한 자제해 보는 이의 상상력을 부풀린다. 또한 불과 2~3일에 한편이 제작되는 에로영화 시장에서 한달에 한편 정도만 출연시키는 소속사의 ‘배우 아끼기’ 전략도 인기비결이다.
“저도 다른 여배우들처럼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눈이랑 코가 좀 작아서 불만이죠. 팬들은 초등학교 때 육상으로 단련된 제 긴 다리가 매력적이래요. 얼마나 섹시한 곳이 없었기에 허벅지라고 했을까, 하하하.”
연극무대 진출과 함께 그는 최근 TV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지난 10월14일에 방송된 KBS 드라마시티 ‘신혼여행지에서 생긴 일’이 그 무대. 비록 드라마에서도 에로비디오 여배우 역할을 맡았지만 국내에서 에로배우 출신이 공중파 드라마에 출연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드라마와 연극에 출연해보니 다른 점이 있어요. 극중 노출장면을 연기하는 데에 있어서도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비디오영화에서보다 노출의 수위는 낮더라도, 감독과 남자배우만 있는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낯모르는 관객과 스태프들이 코앞에서 쳐다보고 있어 몸이 굳어지더군요.”
그는 드라마와 연극무대 진출을 위해 8월 중순께부터 매일 10시간씩 강도 높은 연기수업을 받았다. 몇달 사이 볼살이 쏙 빠지고, 미흡한 연기력 탓에 꾸중도 많이 들었지만 또 다른 도전이라는 생각에 즐겁기만 했다고.



드라마, 연극무대 진출로 ‘에로’의 벽 허무는 하소연

에로배우들의 수명은 평균 5~6개월. 대개 이 정도의 기간에 여러 제작사를 돌아다니면서 가능한 한 많은 영화를 찍고 사라져버리는 것이 이곳의 생리다. 이는 지나친 겹치기 출연으로 신선함이 떨어지는데다 갖가지 유혹이 많아 자기절제가 쉽지 않기 때문. 촬영중에 남자배우와 눈이 맞아 바깥에서 따로 만나거나, 주변 사람들을 따라 나이트클럽 등을 전전하다 마약과 같은 범죄의 유혹에 빠지거나 술살이 쪄서 연기생활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성경험의 횟수가 섹스신에 도움이 되느냐?’ ‘성경험이 다양하냐?’고 꼭 묻더군요. 다른 배우들 같았으면 그런 질문을 했을까요? 에로배우에게서 ‘배우’는 떼어버리고 ‘에로’만 보는 것 같아서 많이 속상했어요.”
그는 자기관리에 철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몸매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고, 틈나는 대로 영어와 연기 공부에 몰두한다고.
“어린 나이에 반짝하고 사라지기는 싫어요. 30대가 되면 연기 잘한다고 칭찬받고 꼭 유명해지고 싶어요. 또 에로배우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도 허물고 싶어요. 옷을 입었든 벗었든 ‘배우’로서 인정받아야죠.”
그러나 지난해초 ‘에로’ 꼬리표를 떼기 위한 첫 도전에선 씁쓸함을 맛보았다. iTV 시트콤 ‘그래서 이웃 사촌’에 캐스팅됐지만 도중하차하게 됐을 뿐더러 출연료마저 받지 못한 것. 당시 제작사측은 “에로영화 배우가 공중파에 출연했으면 됐지 출연료가 무슨 소리냐?”는 망발을 했다가 네티즌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주위 분들은 ‘에로배우’라는 꼬리표가 무슨 일을 하든 장애가 되지 않겠냐고 걱정들을 해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전 굳이 제가 에로배우 출신이라는 사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러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고 봐요. 그냥 제가 가고 싶은 길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뿐이에요.”
다시금 연극과 드라마로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 그. 에로계라는 음지(?)를 벗어나 ‘진짜’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 그의 발걸음이 주목된다.

여성동아 2003년 11월 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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