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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돌아온 카리스마

영화 ‘올드보이’에서 체중 13㎏ 줄이며 섬뜩하게 변신한 최민식

■ 글·조득진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08.29 19:02:00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의 주인공, 최민식이 영화 ‘취화선’ 이후 1년반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유지태와 출연하는 영화 ‘올드보이’에서 복수심에 불타 미쳐 날뛰는 역할로 등장하는 것.
내뿜는 담배연기가 깊은 주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를 만났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체중 13㎏ 줄이며 섬뜩하게 변신한 최민식

순간 그의 눈빛이 번득였다. 냉정하리만큼 차가운 미소를 보이고 있는 유지태를 바라보는 최민식(41)의 눈빛은 연기가 아닌, 마치 철천지원수를 만난 야수의 그것과도 같았다. 영화 ‘올드보이’는 어느날 갑자기 길에서 납치돼 사설 감금방에 갇혔다가 15년 만에 풀려난 남자(최민식)가 복수심으로 납치범(유지태)을 찾아나서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액션 영화. 양수리 한국종합촬영소에서 진행된 이날 촬영에서는 15년 감금 세월 전후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최민식의 연기력이 더욱 돋보였다.
“모든 출연진과 스태프의 계약조건에 ‘내용 발설 금지’가 들어있어서 자세히 설명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올드보이’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복수극이에요. 연기를 하면서도 ‘이거 너무 세다’는 생각이 들 만큼 희로애락의 감정들이 극대화된 영화죠.”
영화 속에서 갇혀 있던 남자는 도대체 누가 왜 그렇게 자신을 증오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살면서 저지른 잘못을 낱낱이 기록하는 악행의 자서전을 쓴다. 그 노트가 무려 14권.
“황당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화를 보면 인생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는 계기가 될 거예요. 살면서 다른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 일은 없나, 그 사람은 지금 나를 증오할까…. 한마디로 개구리를 향해 무심코 돌멩이를 던진 적은 없었던가 생각하게 되죠. 그렇다고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고, 눈과 귀가 즐거운 드라마틱한 복수극이에요.”
지난해 임권택 감독을 만나 영화 ‘취화선’에서 연기 투혼을 보여주었던 그. 좋아하는 음주가무도 멀리하고 조선시대 화가 오원 장승업에 푹 빠졌던 그의 연기는 칸영화제에서 임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주었다. 연극무대에서 TV, 그리고 스크린으로 활동무대를 넓혀간 그에게 ‘역시 최민식이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체중 13㎏ 줄이며 섬뜩하게 변신한 최민식

10월 개봉을 앞둔 영화 ‘올드보이’의 한 장면.


영화 ‘쉬리’에서 남파된 북한군 장교, ‘취화선’에서 술과 여자에 찌든 조선시대 화가 역할을 하며 만들어진 강한 인상 탓이었을까? 그는 한동안 다음 작품을 고르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등으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을 만나면서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복수심에 불타 늘 번득이는 눈빛을 하고 다니지만 좌절과 힘겨움 속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데 그 부분에 유머가 담겨 있어요. 살벌한 복수극이지만 영화적 재미를 무시할 순 없잖아요. 연기하다가 ‘아니, 이거 코미디영화예요?’ 하고 감독에게 물어볼 때도 많다니까요.”
촬영 현장은 늘 그로 인해 웃음바다가 되곤 한다. 후배 연기자들이 혹 자신으로 인해 경직될까봐 ‘일부러’ 더 오버하는 경우도 있다고. “여기 시원하게 ‘씨아시’ 된 레몬홍차 한잔 부탁해요” 하며 찡긋 눈길을 보내는 그의 모습이 익살스러웠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체중 13㎏ 줄이며 섬뜩하게 변신한 최민식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며 사진 촬영 내내 장난끼를 발휘하는 그. 보이는 것과는 달리 그는 매우 겸손하고 여유로운 사람이다. 헝클어진 머리에 퀭한 눈빛. 알 수 없는 정체에 의해 감금당한 사람의 캐릭터는 배우 최민식을 만나 완성됐다.


이번 영화를 앞두고 15년간 감금된 남자의 퀭한 눈빛과 마른 몸매를 만들기 위해 그는 13kg을 감량했다고 한다. 권투선수들이 하는 피나는 훈련을 통해 체중을 뺀 것. 식사도 하루에 한끼로 줄였고 영화 촬영장에 올 때도 웬만한 거리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뛰어서 왔다.
“어느날인가 촬영 장소로 오고 있는데 앞에서 노숙자처럼 머리가 지저분하게 흐트러진 남자가 운동을 하며 달려가고 있는 거예요. 사람의 발길도 뜸한 곳이고, 또 뙤약볕까지 쏟아지고 있어 ‘별놈 다 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니 최선배더라고요. 천상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에게 배역을 맡겼더니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해내고 있다고 감탄하는 박감독의 말.
그뿐만 아니라 그는 ‘금주선언’까지 했다. 아무리 식사를 줄이고 운동을 해도 소주와 삼겹살을 즐기는 그에게 감량은 쉽지 않았다. 결국 영화계에서 알아주는 주당인 그가 ‘그 좋아하는 술’을 한동안 끊기로 한 것이다. “배역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지금 행색이 참으로 궁색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한바탕 웃은 후 그가 대답했다.
“몸무게 빼고 불리는 걸 대단하게 생각하는데 이건 배역의 분위기에 가깝게 접근하기 위한 작업이에요. 전 직업배우고, 직업상 필요하다면 몸무게쯤은 모질게 마음먹고 조절할 수 있어야죠. 그래도 사람이 할 짓은 아닌 것 같네요, 하하. 빨리 촬영이 끝나야 소주라도 한잔 할텐데….”
지난 8월3일에는 유지태와 격투 장면을 찍던 중 머리부터 떨어지는 사고로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목 부위에 심각한 통증을 느낀 그는 한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했고, 급기야 스태프들에 의해 병원까지 실려간 것. 다행히 접질린 정도의 가벼운 부상으로 나타났지만 병원측에선 ‘무리하지 말고 며칠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촬영을 재개하는 것이 좋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이틀 뒤 다시 촬영장에 나타났다. “바쁜 일정을 나 때문에 늦출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날이 더워서 고생이긴 하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장면마다 꼼꼼하게 필름을 돌려보며 체크하고 있어요. 지금껏 속내를 다 드러내듯 폭발하고 소리치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엔 섬뜩하리만큼 냉혹하게 자신을 누르는 역할이라 제 느낌도 색다르네요. 배운 지식이 이것밖에 없어서인지 한순간도 제가 하는 일을 가볍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저와 또 팬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빛을 보면 서로 느낀다고 한다. 그 눈빛 속에 상대에 대한 굳은 믿음이 담겨 있기 때문. 배우 최민식, 그의 눈빛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으면 그와 그의 연기에 대한 믿음이 생겨난다.

여성동아 2003년 9월 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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