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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생활 9개월 만에 허리디스크 악화로 자진 귀국 후 ‘동정표 얻기 위한 꾀병’ 의혹에 휩싸인 서세원

“딸 생일선물 사기 위해 지팡이 짚고 쇼핑한 것은 사실, 상태 좋아지면 조사 받겠다”

■ 글·조득진 기자 ■ 사진·조득진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06.02 18:32:00

연예계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배를 받던 개그맨 서세원이 해외 체류 9개월 만에 귀국했다.
오랜 도피생활을 하면서 재발된 허리디스크를 치료하기 위해 돌아온 것.
이를 두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동정표’를 얻기 위한 꾀병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의 근황을 취재했다.
도피생활 9개월 만에 허리디스크 악화로 자진 귀국 후 ‘동정표 얻기 위한 꾀병’  의혹에 휩싸인 서세원

지난 4월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서세원.


지난 4월30일 인천국제공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지난해 7월 프로덕션 운영 과정에서 영화홍보 등의 명목으로 방송사 PD들에게 ‘PR비’를 건넨 혐의로 검찰의 수배를 받자 홍콩으로 출국, 중국 미국 등지를 돌며 도피생활을 해오던 개그맨 서세원(48)이 귀국한 것. 이날 공항에서는 서세원의 귀국 장면을 담으려는 취재진과 이를 막으려는 공항 보안요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으며 심한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환자용 간이 이동침대에 누운 채 입국장 게이트를 빠져나온 서세원은 “혐의를 인정하는가” “현재 심경을 밝혀달라”고 묻는 취재진의 빗발치는 질문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아내 서정희는 고개를 떨군 채 “남편은 미국에 있을 때부터 허리뿐만 아니라 무릎도 좋지 않아 계속 치료를 받아왔다. 건강이 가장 큰 문제지만 마음도 그에 못지않게 병들어 있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모든 것은 하나님이 알아서 해주실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남편의 혐의에 대해서는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입을 닫았다.
검찰 측이 지정한 고대 구로병원에서 MRI 검사를 받은 후 주치의가 있는 한양대 서울병원으로 병실을 옮긴 서세원은 디스크 부위에 철심을 박아 고정하는 응급수술을 받은 후 특실에 입원했다. 수술을 담당한 주치의인 신경외과 오성훈 교수는 서세원의 건강 상태에 대해 “그는 7∼8년째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귀국 당시에는 마비가 될 정도로 심각했다. 디스크 압력을 떨어뜨리는 수술을 통해 처음보다는 안정된 상태지만 오래 앉아 있거나 혼자서 걸어다니는 것을 힘들어하며 식사도 유동식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가 입원한 특실에는 아내와 조카, 그리고 2∼3명의 측근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병실에서 그를 지켜본 한 측근은 “디스크뿐만 아니라 잇몸이 다 내려앉아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정신적·육체적으로 매우 피로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특실 출입은 철저하게 통제돼 취재진의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 아내 서정희 또한 취재진을 피해 새벽녘에 병원을 빠져나가 옷가지며 음식을 챙겨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 접근 통제된 가운데 한양대 병원에서 입원 치료중
당초 서세원 측은 5월12일 본 수술을 받은 후 현재 자신의 심경과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혈압이 높고 귀에 염증이 있는 등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 2차 수술인 척추고정술을 시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소견을 보였다. 하지만 적당한 수술 시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건 해결 후에 해도 무방하다”고 말해 조사를 받는 데엔 지장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서세원 측은 아무런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재미교포 몇명이 서세원에 대한 목격담을 인터넷에 올리며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도피생활 9개월 만에 허리디스크 악화로 자진 귀국 후 ‘동정표 얻기 위한 꾀병’  의혹에 휩싸인 서세원

지난해 가을, 수배자가 되어 미국땅을 떠돌고 있는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짓고 있는 아내 서정희.


의혹의 핵심은 ‘서세원이 여론의 동정을 얻기 위해 꾀병을 부리고 있다’는 것. 글을 올린 사람들은 미국내 쇼핑가와 유흥가에서 본 목격담과 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그 증거로 들었다. 인터넷에 뜬 글에 따르면 그는 귀국 직전 미국 뉴욕에서 관광과 쇼핑을 했다고 한다. 지팡이를 짚고 아내와 함께 쇼핑가에 나타난 그가 보석매장을 둘러보는 것이 목격됐다는 것. 부부가 나란히 유흥주점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게다가 디스크 통증이 심해 미국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서세원 측의 주장도 거짓이라는 이야기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병원을 찾았지만 6개의 특실이 있는 한양대 서울병원 본관 21층은 두명의 간호사가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기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유리문을 안에서 잠근 채 간호사실을 통해 출입하고 있는 것.
그러나 자신에 대한 의혹이 점점 더 커지자 그는 MBC ‘미디어비평’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혹 해명에 나섰다.
“귀국 직전 한차례 쇼핑을 한 것은 사실이에요. 지난 3월28일이 딸아이 생일이었는데 그때 통증이 너무 심해서 생일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내가 미국에 온 김에 지팡이와 아내 손에 의지해 쇼핑을 했어요.”

도피생활 9개월 만에 허리디스크 악화로 자진 귀국 후 ‘동정표 얻기 위한 꾀병’  의혹에 휩싸인 서세원

현재 그는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두고 동정론을 얻기 위한 작전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유흥주점에 출입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는 반응. 아내 서정희는 울먹이며 “저는 결혼한 이후 술집에 가본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술도 안 마시고요. 그런데 무슨 유흥주점 출입이란 말입니까? 술집에 안 갔어요. 정말이에요” 하고 항변했다.
그는 병원 입원치료 건에 대한 이야기도 해명했다.
“제가 언제 제 입으로 미국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한 적 있습니까? 통증이 심해 치료를 받았다고만 했죠. 입원하진 않았지만 통원치료는 꾸준히 받았습니다. 귀국하면서 미국에 있는 병원에서 발부받은 진단서도 갖고 왔어요. 거짓으로 병을 꾸며낸 게 아닙니다.”
귀국 후 처음으로 입을 연 서세원. 하지만 이런 해명으로 모든 의혹을 말끔히 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인터뷰 장면이 방영된 뒤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그리 시원치 않다고 한다.
서세원의 담당 변호사인 진성진 변호사는 5월1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까지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주치의의 소견과 서세원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세원 관련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지검 강력부의 입장도 일단 그가 심각한 허리디스크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충분히 치료를 받도록 한 후 상태가 호전되면 소환 조사하겠다는 방침. 그러나 5월12일 병원 측의 발표가 있은 후 ‘빠른 시일 내에 수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초기 검찰에 출두하지 않고 해외 나간 사실 후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 측은 일단 방송사 PD들에게 ‘PR비’ 명목으로 건넨 금품 규모 및 프로덕션 운영과정에서의 ‘조폭자금’ 유입 등 비리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PR비’ 수사과정에서 서세원과 관련한 혐의와 증거를 상당수 확보해 횡령 및 배임증재로 법률적 처리가 가능하다고. 또한 영화 ‘조폭마누라’ 제작 당시 조직폭력배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혐의도 잡고 있다.
서세원의 한 측근은 “그가 워낙 근검절약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별도의 PR비를 누구에게 건넬 사람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스스로도 사건 초기 검찰에 출두해 해결했어야 하는데 해외로 나간 게 더욱 일을 크게 만든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현재 서세원은 물리치료는 받지 않고 약물치료로만 통증을 달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혈압은 110∼160으로 다소 높은 편.
그는 한양대 병원에 입원한 직후 자신을 찾아온 친지와 측근들에게 “한국 음식이 너무 그리웠다. 이렇게 왔지만 그래도 한국이 좋다”며 고국생활에 대한 애틋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한국에 머물고 싶은 의지가 강한 그가 예상외의 행동을 보일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로부터 지난해 연예계 비리의 주요 인물로 지목돼온 그가 ‘관대한 처분’을 위해 조사 직전에 양심선언을 하지 않겠냐는 것.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 ‘20여년간 자신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먼저 용서를 비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냐’는 반응이다.

여성동아 2003년 6월 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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