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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에서 매춘 강요당하다 극적으로 빠져나온 필리핀 여성들

■ 글·최미선 기자(tiger@donga.com)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2.11.15 12:11:00

“한국은 지옥이었고 한국 사람들은 모두 섹스 중독자인 것 같아요”
지난 4월 초 예술흥행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뒤 동두천 소재 미군전용 클럽에 무용수로 취업한 필리핀 여성들이 여권을 빼앗긴 채 수개월 동안 폭행과 감금 속에서 윤락을 강요받고 임금마저 제대로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필리핀 정부가 피해를 본 자국 여성들을 대신해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건의 전말과 함께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한국에서 봉변을 당한 필리핀 여성이 수개월 동안 눈물로 지새우며 쓴 일기를 공개한다.
기지촌에서 매춘 강요당하다 극적으로 빠져나온 필리핀 여성들
지난 10월16일 필리핀 정부가 한국에서 윤락을 강요당한 자국 여성 11명을 대신해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해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외국 정부가 국내 미군 기지촌의 자국 여성의 인권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앞으로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높아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필리핀 여성들에게 윤락을 강요한 업주 박모씨 형제를 상대로 감금, 윤락 강요, 착취 등에 따른 정신적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필리핀대사관측은 “한국 내에서 필리핀 여성들이 당하는 인권유린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변호를 맡은 이상희 변호사(30) 또한 “취업을 위해 한국에 온 상당수의 외국여성들이 기지촌 등지로 팔려가 인권사각지대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며 “소송가액은 1인당 2천만원 정도로 잡고 있으며 대사관측이 비용을 내는 대로 서울지법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피해 여성들은 예술흥행비자(E-6)로 지난 4월2일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나 사건조사과정에서 한국의 E-6비자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
피해 여성들은 해외에서 합법적인 연예활동을 할 수 있는 연예증서(ARB)를 가지고 있지 않아 한국에서 연예활동에 종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때문에 사실상 필리핀에서는 비자를 발급받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인력 송출업자가 만들어준 위조증서를 가지고 제 3국인 태국으로 건너가 그곳 한국대사관에서 E-6비자를 발급받은 것. 이처럼 그동안 E-6비자는 사기범들이 피해자들을 합법적으로 입국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돼왔던 것이다.
“엔터네이너로 일하면서 월 4백80달러씩 벌 수 있다”는 인력 송출업자의 말에 속아 한국에 온 11명의 필리핀 여성은 동두천에 있는 클럽에 오자마자 감금된 상태에서 생활했고,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매춘을 강요 당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도착 첫날부터 경찰에 의해 구조될 때(6월17일)까지 클럽 2층에 감금되어 있었다고 한다. 창문에는 이들이 도망칠 수 없도록 쇠창살이 쳐 있었고 클럽 매니저들이 정기적으로 사람수를 확인하였다. 개인적인 물건을 사러 나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대신 일주일에 한번씩 두명만 클럽 매니저와 함께 나가서 시장을 봤다. 병원에 가야 할 때조차 매니저의 허락을 받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11명의 여성이 두개의 작은 방에서 지냈고 식대는 1인당 일주일에 1만원만 받아 쌀과 싸구려 햄, 라면만 먹고 지냈다는 것.
그러나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생각지도 못했던 매춘을 강요당했을 때가 가장 두려웠다고 한다. 피해 여성들은 본인의 의지에 반하여 손님과 2차를 나가도록 강요당했고, 이를 거부할 경우 클럽 주인은 폭언과 모욕적 언사 외에 물리적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2차를 거부한 한 여성(미성년자)은 손님에게 맞고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2차를 거부했을 때만 폭행을 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주스와 맥주의 일일 판매 할당을 채우지 못한 경우에도 그들은 매니저에게 심한 욕을 듣거나 벌을 받았다. 전형적인 처벌방법은 일이 끝나는 새벽 2시부터 아침 8시까지 서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날이면 다리가 마비되어 앉고 싶어도 제대로 앉을 수가 없어 처벌시간이 지나고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눈물만 흘리곤 했다고 한다.
따귀를 맞는 것은 다반사고 심지어 매니저가 던진 철제의자나 가방에 맞아 상처를 입기도 했다는 것. 게다가 비키니 상의에 스타킹을 신지 않은 채 20cm밖에 안 되는 치마를 입고 그들의 무릎 위에서 춤을 춰야 할 때도 있었다. 이것 때문에 몇명이 도망가기도 했지만 바로 붙잡혀 클럽으로 다시 끌려왔다.
이들은 월 4백80달러와 테이블 수입의 30%를 커미션으로 받기로 하고 한국에 왔지만 경찰에 의해 구조될 때까지 월급조차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왜 월급을 주지 않느냐”고 항의도 했지만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돈도 포기했다. 그저 매춘만 안하게 한다면 월급 안받아도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들이 ‘지옥’ 같은 구덩이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얘기를 들은 한 한국인이 필리핀대사관에 이같은 사실을 제보, 필리핀대사관 직원과 함께 업소에 들이닥친 경찰의 도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구출 즉시 윤락행위방지법 위반혐의로 강제 추방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결성된 국제이주기구(IOM) 한국사무소는 “조만간 여성부와 합동으로 기지촌 주변을 상대로 한국내 외국 여성의 성착취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건이 보도된 직후인 10월17일 법무부는 “연예흥행비자 발급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 비자발급 지침을 내려 E-6비자 발급기준을 엄격하게 심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2년 3월30일
“한국에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 정도 사라졌다. 안내인은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며, 어떤 강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적어도 친구들이 함께 가고, 한국에 가서도 함께 지낼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를 안심시킨다.”
●2002년 4월1일 “한국에서 번 돈으로 우리집 살 수 있다면…”
“솔직히, 우리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결정을 믿는다. 또 우리, 친구들이 함께 있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주어지든 잘 해 나가게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서, 집으로 돈을 부치고 싶다. 그 돈으로 엄마와 함께 우리 소유의 집을 살 수 있다면….”
●2002년 4월3일
“세상에! 여기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매춘이다. 우리는 하나같이 이 일을 두려워했다. 오후 5시면 일어나 업소를 치우고 밥을 먹는다. 그후에 일할 준비를 한다. 우리는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손님에게 다가서는 법, 손님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전혀 모른다. 그래서 매니저에게 욕설을 들었다.”
●2002년 4월4일
“이제 두번째 밤이다. 오늘은 한국인 손님을 받았는데, 그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무서웠다. 그가 나의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무서웠고, 그 자리에서 당장 죽고 싶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을 수도 없었고, 박00(업주)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어디로 피할 수도 없었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야, 괜찮을 거야’ 하며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그 한국인은 매우 늙었고 심한 악취마저 풍겼다. 그가 계속해서 내 치마 밑으로 손을 넣으려 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만약에 그랬다면 나는 정말로 죽었을 것이다.”
●2002년 4월5일
“오늘은 Dags(Lourdes), Mitch(Michelle)와 함께 샤샤(박00)의 집에서 잤다. 그가 전에 청소를 시키겠다고 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집을 청소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샤샤는 농담이었다며 그냥 텔레비전을 보게 했다. 샤샤는 곧잘 “너네 세명, 지금 당장 짐을 싸서 내일 필리핀으로 돌아가”라고 하곤 했다. 그러면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2층에 우리 방이 있다) 짐을 쌌다. 가방을 모두 싸고 나면, 조금 있다가 그가 올라와서 우리를 보내지 않겠다며 안심시켰다. 샤샤는 이런 식으로 우리를 자신의 업소에서 일하도록 붙들어놓았다. 그는 우리를 가지고 논 것이다. 땅딸보 샤샤는 정말 똑똑하다.”
●2002년 4월6일
“미군인 Erwin의 테이블에 합석했다. 그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냥 필리핀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에게 너무나 부끄럽다. 그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다스릴 수가 없었다. 샤샤는 어젯밤에 한차례 욕설을 늘어놓으며 우리 세명을 오늘 필리핀으로 되돌려 보내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샤샤가 마음을 바꿨다. 사실 그가 우리를 되돌려 보내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를 보내면 그들만 손해를 본다. 우리는 한국에 오기 위해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월급을 주지 않는다 해도, 몸을 팔 것을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괜찮다.”
●2002년 4월8일 “손님을 즐겁게 해주지 못한다고 오늘도 욕설을 들었다”
“우리는 또다시 보스인 박00에게 욕설을 들어야 했다.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님들이 우리 몸에 손대는 것을 허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참을 수 없지만, 익숙해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나의 경우, Erwin이 클럽에 오면 부끄러워서 몸이 굳는다. 지금같이 깨끗한 상태로 필리핀에 돌아가게 되기를 원한다. 나의 처녀성이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서, 내가 사랑하는 남자에게만 내 몸을 허락하고 싶다.”
●2002년 4월10일 “달아나고 싶어도 우리는 돈도 갈 곳도 없었다”
“평소에는 일어나서 먹고, 자고, 서로 얘기를 한다. 누군가가 이 광경을 보면 매우 좋은 생활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현실이다. 방에서 전혀 나오지 못하는 생활이다. 방에서 나올 때는 바로 밑에 있는 클럽으로 일을 하러 갈 때뿐이다. 보스와 동행할 때만 외출을 할 수 있다. 같이 나가지 않으면 우리가 달아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돈이 없다. 또 갈 곳도 없다.”
●2002년 4월11일
“세상에! 이씨의 친구 중 한명이 칼을 들고 올라와 우리에게 겨눴다. 우리가 너무 놀라 떨고 있는데, 그가 말한다. “게임 끝났어.” 세상에, 이것이 게임이라고? 만약에 그가 우리 가운데 한명을 죽였다면? 이런 일이 있은 후, 친구들은 그를 두려워한다. 한국인들은 모두 끔찍한 바보다.”
●2002년 4월12일
“발이 너무 아프다. 또 차게 식어 있다. 오늘 밤엔 손님이 아주 많다. 손님이 많을 때 좋은 점은 보스에게 혼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꽤 이른 시간에 일을 시작했지만, 일이 끝난 것은 새벽 2시였다.”
●2002년 4월14일
“박00는 우리를 매일같이 들볶고 있다. 그가 얘기하는 것을 무시하려고 노력하지만, 그의 말에 여전히 상처를 받는다. 내 참을성이 한계에 다다르면, 지금까지 평생 듣지 못한 말들을 나에게서 들을 것이다. 그가 내 참을성을 시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조용해보이지만, 그가 기대하는 것을 내게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2002년 4월15일
“평소와 다름없이, 우리는 또 욕을 들었다. 오늘은 내가 특히 그랬다. 정말로 집에 가고 싶다. 우리는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정말이지 할 수가 없다. 너무 무섭다. 일을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잘못 생각한 것이다. 요즘은 매일같이 욕을 듣는다. Erwin은 내가 필리핀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그는 여권은 잃어버린 것으로 하라고 하고, 비행기표는 구해주겠다고 한다. 내가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더이상 볼 수가 없다고 한다. 그의 조카를 소개받았다. 조카 역시 우리를 불쌍하게 생각했다. 그는 우리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곳에서의 탈출여부를 결심해야 한다. 나는 탈출을 결심했다. 내 친구들은 자신들이 각자 결정할 것이다. 나는 정말로 더이상 견딜 수가 없다. 이 일을 계속하다가는 조만간 죽을 것이다. 한국에 온 것은 내 인생에 있어 최대의 실수다. 주님, 우리가 이곳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길을 인도하소서.”
●2002년 4월16일
Erwin이 대사관에서 여권신청서를 가지고 왔다. 그는 내가 필리핀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한다. 하지만 비행기표가 한장만 있다면 나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Dags(Lourdes)와 Kits(Michelle)가 있지 않은가.”
●2002년 4월17일 “한국인은 모두 섹스중독자다”
“너무 무서웠다. 일전에 내 가슴을 만졌던 샤샤(박00)의 친구들이 온 것이다. 샤샤가 그 한국 남자와 외출(2차 나가는 것)할 것을 강요했지만, 나는 거부했다. 그가 계속해서 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샤샤는 정말로 나쁜 놈이다. 한국인들은 모두 믿을 수가 없다. 그들은 모두 엉터리다. 그들은 모두 섹스중독자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잘못된 일이 생기기 전에 여기서 달아나야 한다. 주님, 제발 우리와 함께 하소서. 당신을 믿습니다.”
●2002년 4월19일
“주님, 감사합니다. 나와 함께 모텔에 갔던 남자는 나를 건드리지는 않았습니다. 당신은 제가 정말로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를 구했습니다. 저는 그가 나를 몹시 원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저를 건드리지 않은 이유를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 때문이라는 것을 압니다. 내가 두려워하는 일을 그가 하지 못하도록 당신이 막아준 것입니다. 제발 그런 일이 영원히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2002년 4월24일
“엄마에게 돈을 부탁하고 싶지 않다. 엄마에게 더 이상은 의지하고 싶지 않다. 엄마는 이미 우리를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희생했다. 내가 좋은 직장을 잡기만 했더라면…. 엄마가 더이상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희망이 실현될 가능성은 아직 적다. 이곳에서의 일은 너무 힘들다. 내 선택에 따라 이곳에 온 것이기 때문이 비난할 사람도 없다. 나는 엄마와 내 가족을 위해서 여전히 일을 계속할 것이다. 나는 내 가족을 매우 사랑한다. 가족은 내가 일을 하는 이유이다.”
●2002년 5월11일
“우리는 너무나 무서웠다. 방글라데시인들이 클럽에 도착한 후, 계속해서 긴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성관계를 원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이를 원하지 않았고, 또 두렵다는 의사를 보였지만 그들은 너무 끈질겼다. 박00는 우리가 미군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 관계 갖기를 꺼려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방글라데시인들은 우리가 싫어하는 질병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박00에게 전화를 걸어 불평하자, 박00는 우리에게 외출하기를 강요했다.”
●2002년 5월19일
“박00의 행동은 정말 납득할 수가 없다. 충격 그 자체다. 그가 달러지폐를 불태우고, Emy와 Annalyn의 핸드폰을 부수는 것을 한번 상상해보라. 핸드폰은 예전부터 금지물품이었다. 가족에게 전화를 하고 싶으면, 보스의 핸드폰을 빌려서 썼다. 하지만 이때도 선불전화카드가 있어야 했다. 카드가 없으면 핸드폰을 빌릴 수 없었다. 또 고객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전화카드를 구할 수도 없다. 보스는 정말 짐승 같다. 박00는 심지어 우리 캐비닛을 열고 소지품 검사를 하기도 했다. 너무나 견디기 힘들다.
우리에게는 휴일이 없었고, 핸드폰도 가질 수 없었고, 방에 감금됐고, 너무 많은 벌칙이 부과되었다. 식료품 구입비도 너무 적었고, 급여 중 너무 많은 부분이 공제되어서 월급의 10%도 받지 못했다. 팁을 받는 것이 금지되었고, 박00는 우리를 때리기도 했다. 그는 매우 폭력적이다. 그는 정말 미쳤다. 이전에 많은 종업원들이 도망간 것이 이해가 된다. 우리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상황을 견딜 수 있을까?”
●2002년 5월22일 “우리를 다른 클럽으로 팔아 넘길까봐 걱정된다”
“이 곳에서 달아날 수 있을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여기서 떠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곳에 남지 않기 위해, 오히려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 우리는 월급을 받지도 못했다. 이것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다. 그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일까? 그가 우리를 다른 클럽으로 파는 것이 유일한 걱정이다. 그가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02년 5월30일
“김씨가 갑자기 클럽에 나타나더니 우리를 송탄으로 보내려 했다. 송탄은 음란한 쇼로 유명하다. 우리는 너무 무서워서 떨고만 있었다. 그가 우리를 강제로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02년 6월1일 “술을 조금밖에 못 팔았다고 5시간 이상 벌섰다”
“박00가 우리를 5시간 이상 세워놓았다. 새벽 2시에 일을 마치고 댄스 플로어에 아침 7시30분까지 서 있는 것을 상상해보라. 술을 조금밖에 팔지 못했다는 이유다. 그는 정말로 쓰레기다. 그는 ‘karma(힌두교에서 믿는 내생에서의 업, 인과응보)’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2002년 6월2일
“너무나 끔찍하다. 어지럽다. 몸이 매우 안 좋지만, 일을 했다. Dags도 조금 전에 토했다. 우리 둘은 클럽에서 술을 많이 마셨다. 김씨가 술을 너무 빨리 돌렸다. 쓰레기! 그는 쓰레기다.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난다. 정말로 화가 난다. 나는 약해보이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너무나 혹사한다.”
●2002년 6월3일
“동료 한명에게 끔찍한 일이 생겼다. 함께 외출했던 한국인 손님에게 멍이 들 정도로 맞은 것이다. 그 손님은 심지어 그 친구가 돈을 훔쳤다고 주장했다. 친구는 울음을 터뜨렸고, 우리도 따라 우는 수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도 Dags와 Dak에게 나에게 일어난 일(성폭행)을 말해주었다. Dags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친구들이 나를 너무나 동정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괜찮다고,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 친구들이 내 힘의 원천이다. 이것을 친구들에게 말해주었다.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다. 나에 대한 Erwin의 태도가 벌써 변하고 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출 것이 더이상 없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직업을 이해하고, 나를 돌봐줄 수 있는 누군가를.”
●2002년 6월11일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하지만 전화카드 살 돈도 없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너무나 보고 싶어 전화를 걸고 싶지만 전화카드가 없다. 전화카드를 살 돈이 없다. 월급만 제대로 받고 있어도…. 만약 월급을 받는다면 나는 이 돈을 엄마와 통화하거나 송금하는 데 모두 썼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진 것이 없다. 엄마와 가족을 위한 모든 꿈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희망은 있을 것이다. 주님은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2002년 6월17일
“오늘은 내 삶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날이다. 지금 서울에 있는 경찰서에 필리핀대사관 직원과 함께 있다. 그들이 올 줄 몰랐다. 저녁 9시에 그들이 도착한 이후,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진행됐다. 두려움과 슬픔이 혼합되어 있다.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우리는 구조된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진술서를 쓰라고 했다. 우리의 직업에 관해서, 그리고 클럽에 관해서. 우리는 모두 진실을 밝혀야만 했다. 박00는 감옥에 보내질 것이다. 그에게 일어난 일을 동정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일은 곧장 이민국으로 보내질 것이다. 아홉명만 함께 간다. 내 가장 친한 친구와 Dags는 곧장 필리핀대사관으로 갈 것이다. 우리 가운데 그 둘만이 외출을 한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불행이 나에게 온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스스로가 점점 강해진다는 것을 동료들을 통해서 볼 수가 있었다. 이것이 나의 운명이고, 우리 모두의 운명이라고 모두에게 말했다. 이런 일은 우리를 속인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서 일어난 것이라고. 어쩌면 벌써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모든 친구들도 이것을 깨닫고, 우리에게 일어난 것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웠으면 좋겠다.”

여성동아 2002년 11월 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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