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신사 유즈드.

릴레이 마켓.

리백 @rebagofficial
리커머스(recommerce)란 리버스 커머스(reverse commerce)의 줄임말로, 우리가 흔히 아는 중고 거래의 진화된 이름이다. 과거의 중고 거래가 단순히 저렴한 가격을 쫓는 ‘절약’의 수단이었다면, 디지털 문해력이 높은 MZ세대가 주도하는 리커머스는 일종의 ‘경험 포트폴리오’를 쌓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물건을 영원히 소유하기보다 충분히 사용해본 후 되팔아 새로운 경험으로 교환하는 데 능숙하다. 브랜드의 희소성과 리셀 시세, 발매 에디션의 가치를 정교하게 분석하는 ‘리커머스 리터러시’ 역량을 바탕으로, 소비를 넘어선 전략적 가치 투자를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검증된 신뢰가 만드는 프리미엄 리커머스
리커머스 시장 성장의 핵심은 플랫폼이 품질과 정품 여부를 직접 보증하는 ‘신뢰의 기술’에 있다. 40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글로벌 명품 리세일 플랫폼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은 13년간 축적된 3700만 개의 정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보적인 감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100명 이상의 사내 전문가가 모든 제품을 직접 검수하는 한편, 고도화된 기술을 결합해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핵심은 자체 개발한 ‘TRR 실드(TRR ShieldⓇ)’와 ‘TRR 비전(TRR VisionⓇ)’이다. 이 시스템은 위조 위험이 높은 브랜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현미경 단위의 이미지 분석을 통해 미세한 불일치까지 포착한다. 여기에 이미지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가품을 판별하는 AI 기술 ‘아테나(Athena)’를 결합해 검수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했다. 또한 금속 합금 조합을 분석하는 XRF 장비를 도입해 보석과 시계의 진위 여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있다.이 같은 글로벌 흐름은 국내에서도 더욱 정교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번개장터가 선보인 프리미엄 세컨드핸드 명품관 ‘에디션 원(EDITION 1)’은 과학 검수 솔루션 ‘코어리틱스(Corelytics)’를 전면에 내세웠다. 고정밀 위조품까지 식별하는 이 기술은 관련 콘퍼런스에서 공식적으로 소개되며 공신력을 높이고 있다.

보테가 디엔지.
브랜드가 직접 설계하는 지속 가능한 순환 구조
리커머스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대기업들은 리세일을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닌 지속 가능성 전략의 핵심축으로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가장 선도적인 모델을 구축한 브랜드는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는 2013년 ‘원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을 통해 수선, 중고 거래, 업사이클링을 비즈니스 구조 안에 포함하며 순환 모델을 일찍이 제시했다. 원웨어는 브랜드 구분 없이 의류를 무상 수선해주는 캠페인으로 시작해 2017년 리세일 전용 플랫폼을 오픈하며 수익 모델로 확장됐다. 현재까지 13만 개 이상의 제품이 수선 및 재사용됐고, 연간 100만 달러(14억7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코오롱FnC의 ‘OLO 릴레이 마켓’은 자사 브랜드를 넘어 160여 개의 외부 브랜드까지 매입 대상을 확대하며 하나의 리테일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회수된 상품은 세탁과 수선을 거쳐 신제품 대비 60~80% 수준으로 재판매되며, 약 85%의 높은 판매율을 기록 중이다.
‘무신사 유즈드’ 역시 중고 거래의 번거로움을 제거한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판매자가 ‘유즈드백’에 의류를 담아 보내면 무신사가 수거부터 세탁, 촬영, 판매까지 전 과정을 대행한다. 여기에 구매 이력을 기반으로 정산금을 무신사머니로 바꿔주는 구조는 플랫폼 내 소비를 자연스럽게 순환시킨다.
또한 리커머스는 개인의 안목이 담긴 아카이브를 수집하는 문화로도 확장되고 있다. 전문가의 복원과 정교한 큐레이션을 거친 제품은 신상품이 가질 수 없는 깊은 서사를 지닌 하나의 작품으로 소비되는 것이다.

무브먼트랩.

수선, 중고 거래, 업사이클링을 비즈니스 구조 안에 포함하며 순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파타고니아 원웨어 프로그램.
오드플랫은 국내 최초로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의 리스토어 문화를 정착시킨 빈티지 가구 전문 브랜드. 60~70년 전 생산된 찰스&레이 임스의 오리지널 체어를 당시의 제작 방식과 철학에 기반해 현대의 실생활에서도 완벽히 사용할 수 있도록 복원하는 데 집중한다.
AI 검수 시스템과 수선 기반의 순환 구조, 그리고 국내외 아카이브 숍의 실험이 증명하듯 이제 제품의 가치는 구매하는 순간에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며 새롭게 재해석된다. 누군가의 안목이 담긴 취향을 이어받고, 나만의 이야기를 더해 다시 다음 주인에게 넘겨주는 문화. 중고와 신상의 경계가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는 이제 더 자유롭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각자의 취향을 쇼핑하고 있다.
#중고명품 #리커머스 #가치소비 #여성동아
사진제공 더리얼리얼 리백 무브먼트랩 무신사 번개장터 보테가디엔지 오드플랫 코오롱FnC 파타고니아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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