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큰증권발행(STO) 법제화 재추진과 친(親) 가상자산 성향의 트럼프 재집권 확정으로 STO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토큰증권(ST)은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의 지분을 작게 나눈 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토큰에 연동해 유통·발행한 증권이다. 지난해 7월 발의된 STO 법안은 차일피일 미뤄지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에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 25일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을 일부 개정한 ‘STO 제도화 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침체됐던 시장의 분위기가 환기된 것. 아울러 대선 과정에서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발언한 바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STO 사업이 순풍을 타면서 조각투자 시장에도 관심도 쏠린다. 국내에서 STO는 주로 조각투자와 연계돼 전통적인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하는 식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조각투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적으로 유동자금이 증가하며 신종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2022년 4월 금융위원회가 음악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의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하면서 조건부 제재 결정을 취했다. 증권으로 규정함에 따라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업 재편을 요구한 것. 이어 ‘테사’ ‘투게더아트’ 등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의 상품 역시 증권성을 인정하면서 해당 업체들에 대한 조건부 제재가 결정됐다. 이후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최종 제재 면제를 받고,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시장은 서서히 활기를 찾고 있다. 11월 18일 기준 열매컴퍼니, 서울옥션블루, 투게더아트, 스탁키퍼 등 총 4곳이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했다.
최근 국내 조각투자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상품은 ‘한우’다. 한우 투자 플랫폼 ‘뱅카우’ 운영사 스탁키퍼는 올해만 벌써 네 번째 가축투자계약증권 상품을 발행했다. 지난 6월 첫 상품 발매 이후 평균 모집률은 173%를 기록했고, 투자 금액만 30억 원이 넘게 몰렸다. 흥행의 비결로는 그림, 부동산에 비해 한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고,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뱅카우는 1년 중 한우가 가장 비싸게 팔리는 내년 추석 명절 전후 경매 예정인 송아지들을 상품으로 발행했다.
한우 투자도 여타 조각투자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투자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한우 송아지들을 구매하고, 농가와 공동으로 사육해 추후 성체가 되면 판매한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다. 투자 최소 금액은 2만 원부터 시작하며 공모 자금은 송아지 구매비, 사료비, 사육 관리비 등으로 쓰인다. 경매는 송아지가 26∼34개월이 되거나 700kg 이상이 되면 진행한다. 일반적으로는 공모 후 18개월에서 24개월 뒤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때 한우 개체마다 육질 등급, 육량 등급 등이 다양한 만큼 수익률 편차가 날 수밖에 없다. 이에 스탁키퍼는 한우를 수십 마리 단위로 묶어 투자해 안정성을 높였다.
일반적인 투자 상품과 달리 ‘생물’에 대한 투자인 만큼 이색 포인트도 있다. 뱅카우 애플리케이션 및 홈페이지에서 공모되는 송아지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과 함께 유전 능력을 토대로 산출된 성장잠재력을 공개하고 있다. 냉도체중, 배최장근 단면적, 등지방두께, 근내지방도 등 4가지 유전 능력은 송아지 등급과 체중을 결정짓는다. 뱅카우는 1++(B)등급, 467kg 이상 소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4가지 항목 가운데 최소 1가지가 A등급 이상인 송아지만 선정해서 투자한다. 이때 유전 능력에 따라 장차 어떤 한우가 될지도 다르다. 예컨대 먹을 수 없는 등쪽 지방 두께가 얇을수록 육질 등급 유망주로 분류되고, 근내지방도가 높을수록 마블링 유망주로 평가받는다. 심사 기준을 통과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머리, 몸통, 엉덩이, 피부 등 외형 심사까지 거쳐 건강하고 자세가 올바른 송아지만 구매하는 것. 당초 목장 선정부터 까다로운 과정을 거칠 뿐만 아니라 공모가 시작되면 한 달에 최대 두 번 목장을 방문해 직접 돌봄 활동도 펼친다.
한우는 매매 가격이 등급, 지육 중량 등에 따라 정량적으로 정해진다. 이에 금융당국이 중시하는 가격 산정 투명성 측면에서 우수한 기초자산으로 판단된다. 소의 생애주기 고려 시 투자 기간이 26개월 미만으로 미술품 대비 짧고, 매년 90만 두 이상 거래되는 만큼 유동성도 높다. 경매 가격 추이가 장기 우상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 사이 고평가받는 까닭이다.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는 “한우는 공급보다 수요가 늘 앞서 있어 가격 전가력이 높다”며 “정해진 시점(18∼24개월 뒤)에 팔리고 매달 투자한다는 가정하에 월별로 수익이 들어오게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스탁키퍼에 따르면 한우 조각투자는 지난 2년 간 평균적으로 약 20% 내외의 수익률을 제공했다. 지난해 최대 수익률은 55.54%를 기록했다.
하지만 모든 투자에는 명과 암이 존재한다. 한우 투자 역시 마냥 긍정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선 투자 기간이 다른 조각투자에 비해 짧은 편이라고는 해도 일반적인 투자 상품 대비 길다. 송아지가 다 클 때까지 약 2년간 자금이 묶이게 된다. 투자자 개인이 개별적으로 투자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다. 또한 일반적인 투자와 마찬가지로 원금이 보장되지는 않기에 투자 손실 가능성이 있다.
국내 한우 가격 폭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거세우 중심 한우 공급 과잉으로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도매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한우 수급조절 매뉴얼상의 2024년 수급 단계를 ‘심각’으로 조정했다. 한우 수급조절 매뉴얼상 수급 단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심각’으로, 총 4단계 중 가장 부정적이다. 다만 스탁키퍼는 이와 관련해 한우 가격 하락이 송아지 가격 하락으로도 이어진 만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며 셀링 포인트로 삼았다. 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소한 전염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송아지가 죽는다면 가축재해보험에서 80%, 농가가 20%를 보장해 구매 금액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게 안전망을 구축했다. 지난해 7월 금융 제도권으로 공식 편입된 이후 분기마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금융기관에 투자금을 예치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생물에 대한 조각투자는 한우가 유일하지만 곧 1가지가 더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로 ‘말’이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초 내부 검토 끝에 경주마에 대한 조각투자 사업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같은 해 7월 갤럭시아머니트리와 ‘경주마 기반 토큰증권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르면 올해 말 관련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경주마 조각투자는 한우 조각투자와는 달리 시세차익뿐만 아니라 배당금까지 노릴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몸값’에 투자한다는 점은 일맥상통한다. 경주마 가격이 1억 원이면 10만 원으로 0.1%의 지분을 얻을 수 있고, 가치가 2억 원으로 뛰면 지분 가치도 20만 원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경주마가 상금 1억 원을 따내면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나눠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해외에서는 익히 알려진 조각투자 방식이다. 생산 두수 기준 세계 1위의 경주마 생산국 미국에서는 이미 ‘마이레이스호스(MyRacehorse)’ ‘커먼웰스(Commonwealth)’ 등 경주마 조각투자 업체들이 활황이다. 일본과 호주에서도 관련된 다양한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감을 모은다.
조각투자를 필두로 한 STO 시장은 당분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시가총액을 2024년 GDP 대비 1.5% 수준인 34조 원에서 2030년 GDP의 14.5%를 차지하는 367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성장세는 더욱 폭발적이다. 독일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의 예측에 따르면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 규모는 2022년 3000억 달러(약 415조 원)에서 2030년 10조9000억 달러(약 1경5063조 원)로 35배 넘게 증가할 것이다. 증권업계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섰다. 대신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 카사코리아를 인수했고, 미래에셋증권은 열매컴퍼니 링거스튜디오 등 미술품 및 음원 조각투자 플랫폼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함께 토큰증권 협의체 ‘한국투자ST프렌즈’를 결성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조각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직 남은 단계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4월 국회 입법을 통한 제도화를 전제 조건으로 조각투자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한 바 있다. 샌드박스로 지정되지 않아도 조각투자 상품을 발행할 수는 있지만, 최초 청약 이후 투자자 간의 2차 거래는 금지된다. 뱅카우의 사례처럼 기초자산이 청산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것. 단, 최근 STO 법제화 재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부는 모양새다. 샌드박스 밖에서라도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겠다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STO 제도화는 그간 시장에서 제기된 분산원장을 활용한 증권 발행 수요를 반영한 것이며, 향후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증권이 출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각투자 #이색투자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뱅카우 한국마사회
STO 사업이 순풍을 타면서 조각투자 시장에도 관심도 쏠린다. 국내에서 STO는 주로 조각투자와 연계돼 전통적인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하는 식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조각투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적으로 유동자금이 증가하며 신종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2022년 4월 금융위원회가 음악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의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하면서 조건부 제재 결정을 취했다. 증권으로 규정함에 따라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업 재편을 요구한 것. 이어 ‘테사’ ‘투게더아트’ 등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의 상품 역시 증권성을 인정하면서 해당 업체들에 대한 조건부 제재가 결정됐다. 이후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최종 제재 면제를 받고,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시장은 서서히 활기를 찾고 있다. 11월 18일 기준 열매컴퍼니, 서울옥션블루, 투게더아트, 스탁키퍼 등 총 4곳이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했다.
‘내돈내산’ 하는 마블링 유망주
한우 투자 플랫폼 뱅카우에 올라와 있는 송아지별 상세 정보들.
한우 투자도 여타 조각투자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투자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한우 송아지들을 구매하고, 농가와 공동으로 사육해 추후 성체가 되면 판매한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다. 투자 최소 금액은 2만 원부터 시작하며 공모 자금은 송아지 구매비, 사료비, 사육 관리비 등으로 쓰인다. 경매는 송아지가 26∼34개월이 되거나 700kg 이상이 되면 진행한다. 일반적으로는 공모 후 18개월에서 24개월 뒤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때 한우 개체마다 육질 등급, 육량 등급 등이 다양한 만큼 수익률 편차가 날 수밖에 없다. 이에 스탁키퍼는 한우를 수십 마리 단위로 묶어 투자해 안정성을 높였다.
일반적인 투자 상품과 달리 ‘생물’에 대한 투자인 만큼 이색 포인트도 있다. 뱅카우 애플리케이션 및 홈페이지에서 공모되는 송아지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과 함께 유전 능력을 토대로 산출된 성장잠재력을 공개하고 있다. 냉도체중, 배최장근 단면적, 등지방두께, 근내지방도 등 4가지 유전 능력은 송아지 등급과 체중을 결정짓는다. 뱅카우는 1++(B)등급, 467kg 이상 소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4가지 항목 가운데 최소 1가지가 A등급 이상인 송아지만 선정해서 투자한다. 이때 유전 능력에 따라 장차 어떤 한우가 될지도 다르다. 예컨대 먹을 수 없는 등쪽 지방 두께가 얇을수록 육질 등급 유망주로 분류되고, 근내지방도가 높을수록 마블링 유망주로 평가받는다. 심사 기준을 통과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머리, 몸통, 엉덩이, 피부 등 외형 심사까지 거쳐 건강하고 자세가 올바른 송아지만 구매하는 것. 당초 목장 선정부터 까다로운 과정을 거칠 뿐만 아니라 공모가 시작되면 한 달에 최대 두 번 목장을 방문해 직접 돌봄 활동도 펼친다.
한우는 매매 가격이 등급, 지육 중량 등에 따라 정량적으로 정해진다. 이에 금융당국이 중시하는 가격 산정 투명성 측면에서 우수한 기초자산으로 판단된다. 소의 생애주기 고려 시 투자 기간이 26개월 미만으로 미술품 대비 짧고, 매년 90만 두 이상 거래되는 만큼 유동성도 높다. 경매 가격 추이가 장기 우상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 사이 고평가받는 까닭이다.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는 “한우는 공급보다 수요가 늘 앞서 있어 가격 전가력이 높다”며 “정해진 시점(18∼24개월 뒤)에 팔리고 매달 투자한다는 가정하에 월별로 수익이 들어오게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스탁키퍼에 따르면 한우 조각투자는 지난 2년 간 평균적으로 약 20% 내외의 수익률을 제공했다. 지난해 최대 수익률은 55.54%를 기록했다.
하지만 모든 투자에는 명과 암이 존재한다. 한우 투자 역시 마냥 긍정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선 투자 기간이 다른 조각투자에 비해 짧은 편이라고는 해도 일반적인 투자 상품 대비 길다. 송아지가 다 클 때까지 약 2년간 자금이 묶이게 된다. 투자자 개인이 개별적으로 투자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다. 또한 일반적인 투자와 마찬가지로 원금이 보장되지는 않기에 투자 손실 가능성이 있다.
국내 한우 가격 폭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거세우 중심 한우 공급 과잉으로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도매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한우 수급조절 매뉴얼상의 2024년 수급 단계를 ‘심각’으로 조정했다. 한우 수급조절 매뉴얼상 수급 단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심각’으로, 총 4단계 중 가장 부정적이다. 다만 스탁키퍼는 이와 관련해 한우 가격 하락이 송아지 가격 하락으로도 이어진 만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며 셀링 포인트로 삼았다. 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소한 전염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송아지가 죽는다면 가축재해보험에서 80%, 농가가 20%를 보장해 구매 금액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게 안전망을 구축했다. 지난해 7월 금융 제도권으로 공식 편입된 이후 분기마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금융기관에 투자금을 예치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마사회 필두의 ‘말’ 조각투자까지
한국마사회는 이르면 연내 경주마 조각투자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경주마 조각투자는 한우 조각투자와는 달리 시세차익뿐만 아니라 배당금까지 노릴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몸값’에 투자한다는 점은 일맥상통한다. 경주마 가격이 1억 원이면 10만 원으로 0.1%의 지분을 얻을 수 있고, 가치가 2억 원으로 뛰면 지분 가치도 20만 원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경주마가 상금 1억 원을 따내면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나눠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해외에서는 익히 알려진 조각투자 방식이다. 생산 두수 기준 세계 1위의 경주마 생산국 미국에서는 이미 ‘마이레이스호스(MyRacehorse)’ ‘커먼웰스(Commonwealth)’ 등 경주마 조각투자 업체들이 활황이다. 일본과 호주에서도 관련된 다양한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감을 모은다.
조각투자를 필두로 한 STO 시장은 당분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시가총액을 2024년 GDP 대비 1.5% 수준인 34조 원에서 2030년 GDP의 14.5%를 차지하는 367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성장세는 더욱 폭발적이다. 독일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의 예측에 따르면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 규모는 2022년 3000억 달러(약 415조 원)에서 2030년 10조9000억 달러(약 1경5063조 원)로 35배 넘게 증가할 것이다. 증권업계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섰다. 대신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 카사코리아를 인수했고, 미래에셋증권은 열매컴퍼니 링거스튜디오 등 미술품 및 음원 조각투자 플랫폼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함께 토큰증권 협의체 ‘한국투자ST프렌즈’를 결성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조각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직 남은 단계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4월 국회 입법을 통한 제도화를 전제 조건으로 조각투자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한 바 있다. 샌드박스로 지정되지 않아도 조각투자 상품을 발행할 수는 있지만, 최초 청약 이후 투자자 간의 2차 거래는 금지된다. 뱅카우의 사례처럼 기초자산이 청산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것. 단, 최근 STO 법제화 재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부는 모양새다. 샌드박스 밖에서라도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겠다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STO 제도화는 그간 시장에서 제기된 분산원장을 활용한 증권 발행 수요를 반영한 것이며, 향후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증권이 출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각투자 #이색투자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뱅카우 한국마사회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