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착한 남자’ 맞죠?” 요즘 전노민(41)이 어딜 가나 듣는 얘기다. 지난해 ‘사랑과 야망’에서 따뜻한 마음을 지닌 남자 홍조 역을 맡은 데 이어 지난 7월 초 종영한 드라마 ‘나쁜 여자 착한 여자’에서도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감싸주는 속 깊은 남편 역을 맡았기 때문. 두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인기도 얻어 ‘김보연의 남편’이라는 꼬리표를 뗀 그는 얼마 전부터는 SBS 교양 프로그램 ‘사기 예방 프로젝트 트릭’의 진행을 맡아 MC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드라마가 잘된 건 대본이나 연출 덕분이죠. 저희는 말 그대로 ‘잘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으면’ 되는 거고요. 진행은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됐는데 다른 분들이 괜찮다고들 하셔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곁에서 듣고 있다가 “아직 멀었어요. 우리 남편이 잘하는 게 얼마나 많은데…. 코믹 연기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얼마나 재밌는데요”라고 거드는 김보연(50). 그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 전보다 더 건강하고 활기 차 보였다.
“결혼하고 나서 몸무게가 5kg이나 늘었어요. 8월부터 새 드라마를 시작하는데 어떻게 빼야 할지…. 고민이에요(웃음).”
아내의 다이어트 고민에 전노민은 자신은 “통통한 사람이 좋다”며 일침을 놓는다.
“좀 통통해야 섹시해 보이잖아요. 저는 소위 몸매가 좋다는 사람들을 보면 금방 쓰러질 것 같아서 불안해요. 요즘 젊은 연예인들이 자주 쓰러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과로와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 Health Secret
“상황버섯 달인 물 등 몸에 좋은 음식 먹고 가벼운 운동하며 건강 챙겨요”
김보연이 결혼 후 살이 오르고 예뻐진 건 전노민이 지극정성으로 그의 건강을 챙기기 때문이다. 1년 넘게 상황버섯을 달여 물 대신 마시게 하고 지난해 겨울에는 산삼까지 구해 먹였다는 것. 또 계절마다 몸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준다고 한다.
“상황버섯 물을 먹은 다음부터 몸이 가벼워지고 6년간 앓던 편두통이 싹 사라졌어요. 처음엔 남편이 해줬지만 몸에 좋은 걸 알게 된 뒤로는 제 손으로 챙겨 먹게 되더라고요.”
“평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닌데 몸에 좋다는 건 잘 먹어요(웃음). 지난해에는 산삼을 여섯 뿌리나 먹었어요. 지인의 일을 도와줬더니 고맙다며 어렵게 구한 산삼을 보냈더라고요. 아내한테 먹였더니 기운이 난다고 하기에 아는 사람을 통해 몇 뿌리를 더 구해 먹였죠. 평소엔 일을 하고 돌아오면 기절할 듯 쓰러졌는데 산삼을 먹고나서는 몇 작품에 겹치기로 출연을 해도 끄떡없어요. 또 한여름에도 춥다며 긴팔 옷을 꺼내 입었는데 올여름은 긴팔 옷 없이도 나는 걸 보니 산삼이 효과가 있나봐요.”
“한의원에 가서 맥을 짚으면 항상 기가 허하고 몸이 차다는 소리를 듣는데 산삼을 먹고 나서 한의원에 갔더니 몸에 열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태어나서 열이 많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어요(웃음).”
서울 방배동에 사는 이들은 촬영이 없는 날이면 손을 잡고 함께 집 근처 산에 오른다. 쉬엄쉬엄 오르면 왕복 1시간 20분 코스. 나무가 우거진 좁은 산책로를 걷는 동안 전노민은 한 손으로는 아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연신 아내의 머리 위를 스치는 나뭇가지를 치워주거나 날아드는 벌레들을 쫓느라 바빴다.
결혼 후 처음 산행을 시작했을 때 김보연은 몇 발짝만 떼도 숨이 차 오래 걸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젠 남편과 같이 걸으면서 전날 본 드라마 얘기도 하고, 동료 배우들 얘기도 하고, 새로 섭외가 들어온 작품에 관한 토론을 할 정도로 좋아졌다고 한다.
“처음엔 깜짝 놀랐어요. 같이 마라톤을 하자며 아내를 억지로 끌고 나간 적이 있는데 50m도 못 가 지쳐 쓰러지더라고요. 요즘은 그래도 5km 정도는 뛰는 것 같아요.”
전노민은 마라톤·골프 등 유산소 운동을 즐겨 하는 편이다. 보통 남자들이 근육운동에 치중하는 것과 사뭇 다른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고.
“평소 옷으로 가려서 잘 안 보이지만 노민씨가 ‘몸짱’이에요. 쫄티를 입은 노민씨를 보더니 누군가가 저더러 ‘언니는 좋겠다’며 부러워하더라고요(웃음). 좋기야 좋죠. 그렇지만 연기자는 근육이 너무 많아도 안 좋아요. 화면에서 비대해 보이거든요.”
“다른 사람에 비해 근육이 잘 생기는 편이에요. 근력 운동을 하면 금세 몸이 울퉁불퉁해지기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건 되도록 피하고 달리기·걷기 같은 운동을 많이 하죠.”
▼ Family · Lifestyle
“친구같이 잘 어울리는 세 딸, 각자 재능 찾아 좋아하는 일 하길 바라요”
요즘 이 부부의 집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둘째 딸(16)과 셋째 딸(14)이 방학을 맞아 귀국했기 때문이다. 올해 대학에 들어간 큰딸(20)은 공부 때문에 들어오지 못했다고 한다. 재혼부부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아이들 문제. 하지만 이 부부는 그런 면에서도 큰 행운을 누리고 있는 듯하다. 딸들이 모두 친자매처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위로 두 아이는 김보연, 막내는 전노민의 딸이지만 이들은 물론 아이들 역시 그런 사실을 잊은 지 오래라고 한다.
“둘째와 막내가 두 살 터울이다 보니 관심사가 비슷해서 서로 잘 맞아요. 하나씩 떨어뜨려놓으면 얌전한 아이들이 붙여놓으면 왜 그렇게 시끄러운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니까요(웃음).”
각자 재능을 지닌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해 길을 열어주는 것도 아이들의 유쾌한 재잘거림과 웃음소리를 듣는 것 못지않게 이 부부에게 큰 기쁨이다. 엄마를 닮아 연예인 기질을 타고난 큰딸은 현재 연극영화과에 진학, 연기자를 꿈꾸고 있다.
“사실은 많이 반대했어요. 고생이잖아요. 자기 혼자 오디션을 봐서 여러 군데 합격을 했는데도 못하게 했더니 아빠한테 SOS를 보냈더라고요. 엄마를 좀 설득해달라고. 부녀가 같이 공격을 해오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어 아이한테 기회를 줘보기로 했어요. 일단 대학에서 2년 정도 연출을 공부하고, 연기를 할지는 그 다음에 결정하기로요.”
“큰아이는 압구정동에 나가면 기획사 명함을 몇 개씩 받아와요. 말하자면 캐스팅 제의죠. 물론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아내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본인이 원하면 일단 기회를 주는 게 좋죠. 저는 아이가 재능이 있다고 판단되면 최선을 다해 지원할 생각이에요.”
둘째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 얌전하게 자기 할 일을 잘 알아서 하는데다가 독서를 좋아해 부모가 ‘제발 책 좀 그만 읽고 자라’고 사정을 해야 할 정도고 셋째는 미술에 재능이 있다고 한다.
함께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같은 동반자 전노민·김보연 부부.
“그림을 따로 가르친 적이 없는데 학교 대표로 시카고 전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미술대회에 나가 2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학교에선 미술을 체계적으로 가르쳐보라고 권하는데 본인은 싫대요. 다 똑같은 것만 가르친다고요. 당신이 다시 한 번 설득해봐.”
김보연이 슬쩍 떠넘기자 전노민이 “그래? 그럼 그러지 뭐”라며 순한 양처럼 대답한다. 결혼 후 단 한 차례도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는 이 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 덕분인 듯하다.
“서로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들으려 노력해요. 싫다는 건 되도록이면 안 하고요. 제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싫다는데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없잖아요.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예의죠.”(전노민)
▼ For Happiness
“단 한 번의 후회도 없이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들 가족은 전노민의 ‘나쁜 여자 착한 여자’ 촬영이 끝나는 대로 캠핑카를 빌려 여행을 갈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계획은 김보연이 갑자기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면서 어긋났고, 아내가 일을 하기로 하자 전노민도 ‘혼자 놀면 뭐 하겠냐’며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 작품을 검토, 조만간 출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저는 지금처럼만 계속하면 좋겠는데 아내가 욕심이 많아서…(웃음). 저는 주변을 잘 살펴가면서 앞으로 쭈~욱 가기를 바라는데 아내는 위로 쭈~욱 가면 좋겠대요. 하지만 이 나이에 수직 상승은 좋은 점보다 부작용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이 잘되면 좋죠(웃음). 이왕 하는 거 남편이 배우로서 누릴 수 있는 걸 다 누려보면 좋겠어요. 연기력도 인정받고 인기도 많고….”
두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일하고 있을 때 남편이 가끔 도시락을 싸오기도 하고 ‘우리 아기 수고해’라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는데 그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전 그런 소리 평생 못 들을 줄 알았거든요. 어딜 가도 항상 든든한 내 편이 돼주고, 잘생겨서 자랑할 수 있고…(웃음). 단 하루도 후회 없이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혼하면서 ‘전노민’이라는 이름이 알려졌으니, 아내 덕을 많이 본 편이죠. 또 집안이 화목하니까 일도 잘 풀리고 있고요.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어 감사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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