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김태용 감독과 ‘결혼 1백 일’ 탕웨이가 사는 법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14. 11. 18

탕웨이가 지난 7월 결혼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0월 2일 개막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것. 탕웨이는 이번 행사에서 새 영화 ‘황금시대’를 선보임과 동시에 남편 김태용 감독의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는 남다른 내조를 선보였다.

김태용 감독과 ‘결혼 1백 일’ 탕웨이가 사는 법
‘대륙의 여신’ 탕웨이(35)가 부산을 찾았다. 그가 주연을 맡은 신작 ‘황금시대’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작품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제 참석 소식과 함께 관심을 모은 것이 남편인 김태용 감독의 동반 참석 여부. 하지만 아쉽게도 탕웨이는 김 감독 대신 ‘황금시대’ 허안위 감독의 팔짱을 끼고 레드 카펫을 밟았다. 행사 거의 마지막에 등장한 탕웨이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뷔스티에 롱드레스를 입고 긴 웨이브 머리를 날리며 현장 관객들의 환호에 여유로운 미소로 화답했다.

탕웨이와의 본격적인 대화는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이뤄졌다.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원피스 차림으로 사랑스런 ‘새색시’의 모습을 선보인 탕웨이는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안녕하세요. 탕웨이입니다”라며 짧게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사실 탕웨이는 10월 1일 ‘황금시대’가 중국에서 개봉하면서 현지 프로모션 스케줄 때문에 영화제 참석이 불투명했으나 막판에 일정을 바꿔 5년 연속 부산을 찾았다.

‘황금시대’는 1930년대 격변의 중국에서 미치도록 글을 쓰고 싶었던 천재 작가 샤오홍의 짧고 강렬한 삶을 그린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외에도 8월 베니스국제영화제,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돼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샤오홍의 독백으로 시작해 동료 작가들, 문학지 편집인 등의 회고와 샤오홍이 연인 샤오준과 주고받은 편지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샤오홍의 삶을 서술해간다. 어린 시절 집을 뛰쳐나와 하얼빈으로 이주한 샤오홍은 왕은지아와 사랑에 빠지지만 버림받고 이후 만난 샤오준과 동거를 시작한다. 하지만 일본 침략기의 혼란스러운 상황들은 두 사람을 이별에 이르게 하고 샤오홍은 두안무와 함께 홍콩으로 이주하지만 그곳에서 폐병으로 31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파란만장했던 한 여자의 일생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탕웨이는 샤오홍과 자신이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영화를 다 찍고 난 뒤 제가 샤오홍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아버지가 화가이신데,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문화와 예술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결국 이렇게 배우가 됐어요. 무엇보다 샤오홍은 직설적인 사람인데 저도 그런 편이에요. 어린 시절에는 샤오홍처럼 개구쟁이였고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는 아이였죠. 샤오홍과 비교해서 저는 무척이나 평화로운 시절에 태어났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김태용 감독과의 결혼은 큰 행운”



탕웨이는 고등학교 때 미술을 전공했고, 베이징의 중앙희극학원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중앙희극학원은 공리와 장쯔이 등 세계적인 배우들을 배출한 명문으로 탕웨이는 이곳에서 연극 연출을 공부했다. 1998년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 생활을 시작했고, 2004년 미스 월드 베이징 대회에서 5위에 입상한 뒤 같은 해 영화 ‘탕웨이의 투캅스’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은 2007년 리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색, 계’. 당시 10000 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으로 뽑힌 탕웨이는 극 중 친일파 정보부 대장 양조위를 암살하려는 스파이 왕치아즈 역을 맡아 파격적이고 농도 짙은 정사 신을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색, 계’로 우리나라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2011년 김태용 감독의 영화 ‘만추’에 출연해 한국 팬들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다. 김 감독과의 인연도 이 영화를 통해 시작됐으며 지난 7월 12일 두 사람은 스웨덴 포뢰섬의 잉마르 베리만 하우스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린 데 이어 8월 홍콩에서 다시 비공개로 웨딩마치를 울렸다.

탕웨이는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으냐는 질문에 “많은 한국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나는 연기를 좋아하는 배우란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영화는 내게 꿈이고 신앙이다.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을 만나는 삶을 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답했다. 또 그는 지금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황금시대’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저는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같이 좋은 작품을 통해서 연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죠. 또 김태용 감독을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제게 큰 행운이라 할 수 있죠. 앞으로 영화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김 감독과) 교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황금시대’는 카페 창문 유리가 하얗게 얼어붙을 정도의 혹한을 배경으로 시작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한기가 스크린을 뚫고 전해질 만큼 겨울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탕웨이 역시 촬영 중 동상에 걸릴 정도로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하얼빈에서 찍을 때가 가장 추웠지만 기억에도 가장 많이 남아요. 당시 몸에 핫 팩을 엄청나게 붙이고 촬영했는데 영하 39℃에서 찍던 중 스태프 한 명은 눈동자에 동상이 걸리기도 했어요. 저도 두꺼운 옷을 하나 더 입으라는 스태프의 말을 안 들었다가 등에 동상을 입어서 감독님과 이야기하는 것조차 힘든 적이 있어요. 그래도 고생한 만큼 좋은 작품이 탄생해서 기뻐요.”

김태용 감독과 ‘결혼 1백 일’ 탕웨이가 사는 법

탕웨이는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기간 동안 특별한 경호 없이 통역 한명과만 이동하는 등 소박한 모습을 보였다.

남편 제자들 작품에 애정 보인 탕웨이

상업 영화에 밀려 예술 영화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한국 영화계와 중국 영화계가 같이 힘을 합쳐 파이팅하자”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한 탕웨이는 이날 오후 뜻밖의 장소에서 남편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김태용 감독이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 전문대학원 학생들의 부산국제영화제 현장학습에 특강 강사로 나선 것. 특강은 김태용 감독의 진행 하에 탕웨이의 필모그래피를 중심으로 전개됐는데, 김 감독은 서두에 “연출자와 배우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 많이들 궁금해한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려 한다”면서 “하지만 ‘만추’는 제외하려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좋은 연기, 자연스러운 연기란 무엇인가’라는 김 감독의 첫 질문에 탕웨이는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했기 때문에 연기를 깊게 배우진 않았지만 연극 연출을 위해 캐릭터를 심도 있게 분석했던 것이 지금의 연기를 만들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중간이 없는 사람이다. 아예 감독에게 의존하거나 아니면 상의해 모조리 정하고 들어가는 편이다. 또 나는 디테일한 감독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김태용 감독님, 이안 감독님”이라고 말해 학생들의 환호를 받았다. 2시간 내내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 탕웨이는 마지막으로 김 감독이 “그동안 탕웨이 씨가 우리 대학원 학생들의 작품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하자 “김태용 감독이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긴말 안 하겠다. 같은 영화인끼리 모였으니 열심히 잘 해보자”며 밝은 웃음으로 화기애애하게 강의를 마무리했다.

탕웨이는 부산에 머무는 동안 영화제 측에 자신의 동선과 일정을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을 했지만 대중과의 교감에는 적극적이었다. 기자회견 등 공식 일정이 끝난 뒤에도 자신을 보기 위해 행사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며 눈인사도 잊지 않았다. 특히 행사장을 오가는 동안 특별한 경호나 스태프의 에스코트 없이 통역 한 명과만 이동하는 등 소박한 모습을 보였다.

김태용 감독과 ‘결혼 1백 일’ 탕웨이가 사는 법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