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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스포츠 강국 독일의 어린이 스포츠클럽

글&사진·김지숙 독일통신원

2014. 02. 04

각종 육상 종목의 세계 랭킹을 살펴보면 자메이카, 미국 선수와 함께 독일 선수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독일 사회 속 깊숙이 뿌리 내린 사회체육의 저력이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지역 스포츠 단체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사례도 많다.

스포츠 강국 독일의 어린이 스포츠클럽

1 2 베를린의 육상 클럽 리히터펠데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트레이닝 수업을 한다.

스포츠 강국 독일의 어린이 스포츠클럽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딸 서연이가 같은 반 친구인 레나의 초대로 베를린 남부 육상클럽 리히터펠데에 다녀왔다. 리히터펠데는 무려 1백25년의 역사를 지닌 클럽인데 레나는 오빠와 함께 일주일에 두 번씩 이곳에서 육상 트레이닝을 받는다고 한다.

처음 ‘육상’을 취미로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 궁금했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 잠깐 육상선수로 활동했지만 취미로 할 만큼 쉬운 종목도 아니고, 재미를 선사하는 운동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체육관에 들어서자 자연스럽게 의문이 풀렸다. 기어다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방금 걸음마를 뗀 아이가 부모와 함께 풍선 띄우기 놀이를 하기도 하고, 조금 더 큰 아이들은 철봉에 매달리기도 했다. 매트리스 위에서 구르거나 장애물 달리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리히터펠데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트레이닝 수업을 한다. 회비는 1년에 1백25유로(약 18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인데 그 비결은 트레이너들이 모두 보수를 받지 않는 재능 기부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다 트레이너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년마다 15시간씩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만 트레이너로 활동할 수 있다. 레나의 아버지도 일주일에 두 번씩 퇴근 후 이곳에서 육상 코치로 활동하며 취미로 운동도 한다고 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

아빠는 재능 기부, 자녀들은 운동하며 체력 길러

스포츠 강국 독일의 어린이 스포츠클럽

3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놀이 삼아 운동을 즐긴다.

베를린 남부 육상협회에서 근무하는 칼 하인츠 플루케 씨에 따르면 베를린에만 이런 육상클럽이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단체들의 주 수입원은 회원들이 내는 회비지만 스폰서를 맡고 있는 기업의 지원금도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농구, 배구, 탁구, 축구, 아이스하키, 스케이트, 핸드볼, 수영, 체조 등 거의 모든 종목의 운동이 이런 식의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며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사람은 셋만 모이면 스포츠클럽을 만든다’는 말이 전혀 근거 없는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던 것. 물론 각 종목의 유망주를 발굴해내는 것도 이들 스포츠클럽의 역할이다.



부모가 아이들을 스포츠클럽에 보내는 목적은 비만 방지, 체력 관리, 재능 및 두뇌 개발 등 다양하다. 플루케 씨에 의하면 육상 트레이닝에 참여하는 많은 아이들이 운동을 통해 극기와 자기조절 능력 등을 익히기 때문에 공부할 때 집중력도 뛰어나다고 한다. 또한 학교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와 컴퓨터 게임으로 받은 뇌의 자극을 운동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지숙

쾰른대 독문학·교육학 박사 수료. 2002년부터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방송 프리랜서와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한다. 세 아이 엄마로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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