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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 독일

득보다 실이 많은 헬리콥터 부모

글&사진·김지숙 독일통신원

2013. 11. 01

독일에도 헬리콥터 부모들이 있다.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학교 성적부터 대학 진학, 심지어 취직까지 컨트롤하며 과잉 보호를 일삼는 부모들 말이다.

득보다 실이 많은 헬리콥터 부모

1 아이들과 공원으로 산책 나온 부모들. 요즘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는 헬리콥터 부모가 늘고 있다. 2 이를 집중적으로 다뤄 화제가 되고 있는 ‘헬리콥터 부모’의 표지.



득보다 실이 많은 헬리콥터 부모


얼마 전 독일에서 ‘헬리콥터 부모(Helikopter Eltern)’라는 책이 발간돼 큰 주목을 받았다. TV와 일간지들은 이 책에서 언급한 헬리콥터 부모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앞다투어 다뤘고,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실제로 헬리콥터 부모 밑에서 자랐고, 지금도 부모의 영향을 받고 있는 22세 여학생의 글(자신은 아직도 도움을 아끼지 않는 헬리콥터 부모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내용)도 실었다.
사실 헬리콥터 부모라는 개념은 이미 2001년에 미국의 가족 치료 전문가 웬디 모글이 아이들의 심리와 행동발달장애가 중산층 부모들의 과잉 보호로 인해 발병된다는 내용의 책을 출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그 이후 과잉 보호를 하는 부모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독일에서 발간된 ‘헬리콥터 부모’의 저자는 현재 바이에른 주에 있는 한 고등학교 교장이자 독일 전국교원연합 회장을 맡고 있는 요세프 크라우스 씨다. 그는 교육 현장에서 많은 학부모들을 대하면서 느꼈던 점을 책에 서술했는데 책이 출간된 후 여론은 두 가지로 갈렸다.
부모의 과잉 간섭으로 학교와 학생들의 자율성이 침해받고 있다는 것과 헬리콥터 부모가 그래도 교육에 전혀 무관심한 부모보다 낫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책의 저자인 크라우스 씨가 말하는 독일의 헬리콥터 부모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가 이와 관련해 소개한 학교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는 무척 다양하고 흥미롭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단어가 너무 많다고 항의하는 부모도 있고, 아이의 자리 배치에 불만을 품고 교사에게 전화하는 부모도 있다. 매점에서 판매하는 소시지 빵안에 샐러드 한 장이 빠졌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성적 채점에 불만을 품고 교장에게 메일을 보내는 부모, 교사가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이 갈취라고 교장실에 전화하는 부모, 말썽꾸러기 아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교사를 탓하는 부모, 전자파가 걱정된다며 사전 협의도 없이 학교에 전기 기술자를 보낸 아버지도 있다.

돈 많고 교육 수준 높은 부모 자녀 과잉 보호
크라우스 교장에 따르면 이러한 부모는 대부분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로, 자녀의 성공을 곧 자신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자녀 양육은 자신에게 주어진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성적 향상과 미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여긴다는 것. 그가 말하는 독일 헬리콥터 부모들은 돌 무렵부터 아이들에게 영어, 요가, 수영 등을 가르치고 값비싼 사립 영어유치원에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크라우스 씨는 교육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의 결과, 그런 식의 양육은 최선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한다. 헬리콥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고, 자립심이나 사회성도 결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는 또 헬리콥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겁도 많아 결국 사회에 나가면 실패와 좌절을 겪게 되고 부모에게 지속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자녀 교육에 조바심을 내는 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교육은 경제 개발처럼 계획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부모의 직관과 유머, 여유가 바탕이 돼야 한다. 아이들이 자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보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주지 말고, 아이와 부모의 관계가 친구나 파트너 관계가 아닌 어느 정도 권위 있는 부모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놀아주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김지숙 씨는…
쾰른대 독문학·교육학 박사 수료. 2002년부터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방송 프리랜서와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한다. 세 아이 엄마로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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