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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살아 있는 학교, 독일 박물관

글 & 사진·김지숙 독일 통신원

2013. 07. 31

독일에 살면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역사 미술 음악 과학 자동차, 심지어 초콜릿까지 다양한 분야의 박물관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박물관은 단순히 과거를 박제해 놓은 곳이 아니라 현재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창조의 영감을 주는 공간이다.

살아 있는 학교, 독일 박물관


꼼꼼하고 실용적이며 장인정신으로 대표되는,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독일인의 국민성은 박물관 문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독일은 박물관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박물관이 존재한다. 특히 수도인 베를린에는 국립 박물관 17개와 시립박물관 5개가 있으며,이 밖에도 사설 박물관 수백 개와 미술관, 문서보관소, 추모관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독일이 문화 강국인 진짜 이유는 박물관 수보다 이를 사람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결짓는 운영의 묘에 있다.
우선 독일의 모든 국립 박물관은 만 18세까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박물관에서 여는 특별 교육 프로그램 참가비도 3유로(한화 약 4천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학교 수업과 연계될 경우엔 물론 무료다. 박물관에서 이뤄지는 교육 프로그램의 질도 수준급이다. 박물관 교육은 크게 세 종류가 있는데, 어린이 아카데미라 불리는 3개월간의 교육, 주중이나 주말에 열리는 일회성 프로그램, 방학 프로그램 등이다.

살아 있는 학교, 독일 박물관

1 박물관 참여 수업 중 아이가 그린 그림. 2 베를린의 카레소시지 박물관. 대형 일러스트가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일방적인 설명보다 체험 위주로 진행
초등학교 1~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 아카데미는 3개월 교육비가 1백 유로(약 14만원)이며, 생활보호대상자 자녀는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또한 동반 부모 1명은 이 기간 동안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 자녀가 교육받는 동안 함께 온 부모나 조부모가 박물관을 돌아보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교육 내용은 크게 고고학, 비유럽 문화(아시아·오세아니아 문화), 미술의 역사로 나뉘며, 이에 관한 13개 아이템으로 매주 1회 1시간 30분씩 진행된다. 고고학의 경우 고대 박물관, 노이에스 박물관,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열리고, 미술사는 알테 내셔널 갤러리, 노이에 내셔널 갤러리, 보데 박물관, 게멜데 갤러리,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 베르 구르엔 박물관, 샤르프 게르스텐 미술관 등에서 나뉘어 열린다. 비유럽권 문화와 관련한 교육은 인종 박물관, 훔볼트 복스 유니어 박물관에서 개최된다.
아이들의 박물관 수업을 참관하면 재미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교육 내용에 따라 박물관 정원에 모여 공을 갖고 놀거나, 무언가 맛을 보기도 하고, 바닥에 엎드려 각자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강사의 일방적인 설명보다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직접 참여하게 만드는 체험 중심 교육임을 알 수 있다.
아시아·오세아니아 문화와 관련한 교육을 참관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은 아시아권에서 전래된 전통 놀이를 배우고, 화석이나 유물로 발견된 동물의 형상을 그려 보기도 했다. 또한 교사가 직접 끓여온 차를 마시며 차의 유입 경로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일회성 프로그램과 방학 프로그램은 만 4세부터 18세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주말에는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또한 독일에서는 1 년에 두 차례 ‘박물관의 긴 밤(Lange Nacht der Museen)’이라는 행사가 열리는데, 이때는 모든 사람에게 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한다. 또 박물관마다 특별 전시를 기획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독일의 국립 박물관은 단순한 유물 전시장이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그것을 어떻게 보전해야 하는지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또 하나의 학교다.

김지숙 씨는…
쾰른대 독문학·교육학 박사 수료. 2002년부터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방송 프리랜서와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한다. 세 아이 엄마로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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