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자녀교육]

세 딸 모두 특목고 보내고 카이스트, 행정고시 합격시킨 이금형 총경
“양치질, 다림질하면서도 녹음기 틀어놓고 진급시험 준비하는 엄마 모습 딸들이 보고 배웠어요”
최근 발표된 행정고시 통신기술직 최연소 합격자인 이소라씨가 ‘성매매와의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이금형 총경의 딸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더군다나 이 총경의 다른 두 딸도 현재 카이스트와 이화외고에 재학 중이어서 그의 자녀교육법이 관심을 끌고 있다.
세 딸을 훌륭하게 키워낸 비결을 들려주었다.

지난9월23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2개의 성매매 관련법 발효 이후 경찰의 성매매 특별단속을 진두지휘해온 경찰청 생활안전국 여성청소년과장인 이금형 총경(47). 77년 대성여상을 졸업하고 순경 공채시험에 합격해 경찰에 입문한 그는 지난 2001년 한국 경찰사상 세 번째 여성 총경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로 경찰청 과학수사계장, 경찰청 초대 여성실장, 충북 진천경찰서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10월22일까지 한 달간 성매매 특별단속을 실시하면서 윤락 업주들의 심한 반발에 부딪쳤지만 성매매 근절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특별단속이 끝난 지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그에게 특별법 시행 3개월여 만인 지난 연말 뜻밖의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12월21일 발표된 제48회 행정고시 통신기술직 합격자 명단에 첫째 딸 이소라씨(22)가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소라씨는 올해 합격자 중 최연소자다.

이금형 총경은 남편 이인균 신세계 이마트 상무(49)와의 사이에 세 딸을 두고 있는데 소라씨는 그 중 맏딸. 2001년 한성과학고를 졸업한 소라씨는 현재 카이스트 4학년에 재학 중으로 전기 및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있다. 둘째 딸 진아씨(20)도 언니와 함께 카이스트에 다니며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고, 막내 정아양은 이화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이다.

5번의 진급시험을 통과해 경정에까지 오른 후 방송통신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동국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까지 받으며 공부에 남다른 열의를 보였던 그에게 세 딸을 모두 수재로 키운 남다른 비결이 있을 듯한데 그는 쑥스러워하며 “야근, 특근에 진급시험 준비로 바빠 아이들에게 통 신경을 못 썼다”고 말한다.

“요즘 젊은 엄마들처럼 태교라는 걸 따로 해보지 못했어요. 제가 임신했을 때 주로 한 일이 범인 몽타주 만들고, 신원불명의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이었어요. 매일 험악한 범인들의 얼굴과 시체들을 보면서 지낸 거죠. 끔찍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내가 이 일을 열심히 해서 가족들을 찾아주면 이 사람의 영혼이 하늘에 가서도 고마워할 거라 생각하고 일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둘째는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개구리며 물고기 해부하는 걸 재미있다고 하더니, 앞으로 의료과학 쪽에서 일하고 싶어해요(웃음).”

81년 충북도경 상황실에서 근무할 당시 전투경찰로 군복무 중이던 남편 이인균씨를 처음 만나 83년 1월에 결혼한 이 총경은 그 이듬해부터 시부모와 함께 살았다. 몇 해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두 딸도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어 지금은 식구가 단출해졌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시부모와 시누이들까지 9명의 대식구가 30여 평 아파트에 함께 살았다. 대가족의 외며느리로 세 아이를 키우며 경찰 생활을 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듯싶은데 그는 집안 살림이며 육아를 시어머니가 도맡다시피 했다며 모든 공을 시어머니에게로 돌렸다.

“전 그야말로 시어머니의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이 자리까지 왔어요(웃음). 결혼 초부터 시부모님의 지원과 도움이 없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시어머니는 제가 진급시험을 준비할 때면 몸이 편찮으셔도 아무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신경 쓸까봐서요.”

그는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를 대신해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은 시어머니가 일주일에 하루는 쉴 수 있도록 일요일만은 아이들을 직접 챙겼다고 한다. 진급시험이 있는 해에는 일요일마다 아이들을 사무실로 데리고 나와 공부를 했다고. 일요일에 종일 아이들과 보내고 나면 월요일 아침이 늘 고비였다. 아이들이 출근하는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은 것. 그런데 목요일쯤 되면 세 아이들은 어느새 그를 낯설어하며 아무리 불러도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럴 때면 맞벌이하는 엄마로서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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