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부가 사는 법]

친구처럼 애인처럼 날이 갈수록 사랑 깊어가는 양희은·조중문 부부
“18년 결혼생활하며 넘어야 할 고비 많았지만 시련과 고통 있었기에 사랑 더욱 커졌어요”
매일 오전 9시, MBC 라디오 ‘여성시대’를 통해 주부들과 소통하는 양희은. 인터뷰 안하기로 소문난 그가 남편 조중문씨와 함께 감춰두었던 지난 시간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다시 찾은 행복을 밝고 당당한 모습으로 이야기했다.

주말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세수 안하고, 구멍 뚫린 내복만 입은 채 하루 종일 집안에서 뒹구는 일” 이라고 말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양희은(52). 지난 99년부터 MBC 라디오 ‘여성시대’ MC를 맡아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9시5분이면 생방송을 시작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SBS 휴먼스토리 ‘여자’의 내레이션을 녹음한다. 종종 ‘사랑의 리퀘스트’나 ‘열린 음악회’ 같은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데 요즘은 4월에 있을 ‘양희은 33주년 기념 뮤지컬 콘서트’를 위해 노래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남들은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라며 위기의식을 느끼는데 그는 여전히 청춘인 것 같다.

그 비결을 묻자 “고시생처럼 살았다”고 답한다. 방송에서 “양희은입니다” 하는 첫마디가 ‘쨍’하고 울려퍼지도록 하기 위해 어느 저녁 모임에 가든 일정한 시간이 되면 “나 간다!” 하고 주저없이 자리를 뜬다고. 남들이 뒤에서 뭐라 하건 상관없이 “내 길을 간다”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그의 오늘을 있게 했다.

사실 그의 삶은 여러 곳에서 어긋났었다. 열아홉살 어린 나이에 고학을 하며 가장 역할까지 떠맡아야 했고, ‘아침 이슬’ 같은 대표곡들이 금지곡으로 묶이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30대 초반에는 암과 싸워야 했고, 그후에 심혈을 기울여 노래 ‘한계령’을 발표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신산한 삶의 무게 때문에 고통스러워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묵묵히 견뎌낸 결과 지금은 이 땅의 여자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팍팍 긁어줄 만큼 넉넉한 도량을 갖게 됐다.

중년의 부부 대부분은 “아이 때문에 산다”고 하듯, 세상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혈연 지상주의가 옹벽처럼 남아 있고, 자식은 옹벽을 지탱하는 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기에 아이가 없는 이들 부부는 대체 무엇으로 사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둘 중 하나예요. 아이 타령하다가 헤어지거나, 서로 아이 노릇 하며 사는 것이지요.”

“(아이가 없는 건) 선택한 게 아니라 종양이 있어 (자궁을) 떼어냈기 때문이에요. 단지 그뿐이에요. 우리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양희은의 간단명료한 대답에 남편 조중문씨(55)가 설명을 덧붙이자 양희은이 고통스러웠던 오래 전 이야기를 어렵게 끄집어냈다.

“82년 여름에 첫번째 수술을 했어요. 당시 (자궁)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선생님께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몇배 긴 시간을 들였어요. 여성호르몬과 목소리는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수술을 하면서 한쪽 난소만이라도 남겨놓으려고 애를 쓰셨던 거죠. 당시 제가 미혼이기도 했고요. 87년에 결혼해 89년에 두번째 수술을 받았는데 의사선생님께서 무척 아쉬워하셨어요. ‘조금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요.”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건너간 양희은은 결국 자궁을 드러내야 했다. 그렇다면 입양에 대해선 전혀 생각을 안해본 걸까? 두 사람은 없는 인연은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건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일이라 결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 외국에서는 입양을 할 때 처음부터 입양 사실을 공개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공개 입양이 일반화되지 못했다. 따라서 뒤늦게 입양 사실이 밝혀져 가족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억지로 인연을 만들려다가 상처를 남기는 것보다는 ‘없으면 없는 대로 즐겁게 살다 가자’는 것이 두 사람의 일치된 견해. 서로 아이 노릇을 해가며 경쾌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양희은은 가끔씩 쓸쓸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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