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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70kg 감량, 반쪽 난 헬스보이 김수영

“‘모태비만’ 탈출하니 세상이 달라 보여요”

글 · 두경아 자유기고가 | 사진 · 이상윤

2015. 07. 15

“저 성형 안 했어요!” 개그맨 김수영이 요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다. 살이 빠지자 오랫동안 살에 파묻혀 있던 이목구비가 드러나면서 콧대가 날렵해지고 눈도 커졌다. 그가 4개월간 독하게 마음먹고 뺀 살은 무려 70kg! 그럼에도 여전히 다이어트 중인 김수영을 만났다.

70kg 감량, 반쪽 난 헬스보이 김수영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 출연 중인 개그맨들 사이에는 ‘뚱보 서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지난 4년간 뚱보 서열 1위를 당당히 지켜온 개그맨은 바로 김수영(28). 2011년 KBS 26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당시 168kg의 초고도 비만으로, 그동안 쭉 김준현· 유민상 같은 쟁쟁한 선배들을 이겨왔다. 그런 그가 서열을 포기하고 새 삶을 찾아 나섰다. ‘라스트 헬스보이’ 코너를 통해서다. 개그맨 전담 헬스 트레이너이자 프로그램 주축인 이승윤을 찾아가 먼저 출연 제안을 한 사람도 김수영이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다. 그는 지난 2월 KBS ‘비타민’ 비만 특집에 출연해 ‘당장 살을 빼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기대 수명은 45세. 이대로라면 김수영은 앞으로 17년밖에 살지 못한다. 그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았다.

“우연히 탑골공원을 지나가는데, 그곳에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중 뚱뚱한 사람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나는 저 나이까지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왜 이렇게 살아왔지? 개그도 좋지만, 건강해야 오래 하는데’ 하는 위기가 밀려왔어요.”

16주간의 ‘라스트 헬스보이’는 이렇게 시작됐다. 김수영의 별명은 얼마 전까지 늘 ‘뚱보’였다. 그는 자신을 ‘하뚱’, 즉 ‘하늘에서 내린 뚱보’라고 소개했다. 태어날 때부터 5.3kg, 우량아 중에서도 우량아였다.

“태어날 때부터 동네에서 명성이 자자했어요. 다들 어머니가 저를 배 속에서 열 달보다 더 키워서 낳은 줄 아시더라고요. 일단 유전적인 요인이 있는데, 어머니를 포함해서 외가 친척들이 다 통통해요. 언제나 동네 어르신들에게 ‘장군감’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죠.”



과거 야식으로 라면 10개 해치운 괴력의 식성

그는 우량아일뿐더러 식욕도 왕성했다. 젖니가 갓 난 상태에서 국수 세 그릇을 해치웠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몸무게가 128kg이었다.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친구들이 겁을 먹고 피해 다닐 정도.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6년간 씨름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느라 그는 자신의 몸에 대해 콤플렉스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운동을 했으니 ‘뚱뚱하지만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개그맨이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개콘-아빠와 아들’로 인기를 얻은 후 ‘풀하우스’ ‘큰 세계’ 등 뚱뚱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코너로 주목받으면서 비만이 나름의 자부심이 됐다.

70kg 감량, 반쪽 난 헬스보이 김수영
“제 별명이 ‘탄괴(탄수화물 괴물)’였어요. 심각한 탄수화물 중독이었죠. 앉은 자리에서 공기밥 6개는 기본이고, 야식으로 라면 10개를 해치웠어요. ‘개콘’ 연습실이 4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뚱뚱한 사람들끼리 연습할 수 있도록 1층에 컨테이너 박스를 마련해달라고 건의를 한적도 있어요. 아무리 가까운 거리도 늘 택시를 탔고요.”

결국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래 앓아온 코골이가 수면 무호흡증으로 발전해 급기야 1분이나 숨을 쉬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론 다이어트를 해보기도 했지만 요요까지 겹쳐 결국 살은 더 쪘다.

“굶는 다이어트였어요. 운동은 거의 안 했고, 그냥 굶었어요. 당시 30kg 정도 감량했는데,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개콘-큰 세계’에 들어가면서 ‘나는 살이 쪄야 웃긴데’ 하는 갈등이 시작됐어요. 결국 다시 살을 찌우기 시작했고 그 속도가 정말 무섭게 빨랐어요.”

시청자 떠올리며 다이어트 지속

김수영이 다이어트를 선언했을 때, 감량에 성공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들 제가 (다이어트하다가) 도망갈 거라고 했어요. 선배들이 내기를 걸 정도였죠. 그동안 ‘의지 박약’이 제 캐릭터였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 점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어요. 아마 데뷔 전부터 함께 생활한 제 매니저는 잘 알 거예요. 개그맨 지망생 때는 개그맨이 되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런데 목표를 이루고 나면서 나태해진 것 같아요. 그래도 한번 꽂히면 끝까지 해내는 근성이 아직까지 제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다이어트 성공도 그렇지 않았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대식가였던 그가 갑자기 먹던 양을 줄일 수는 없었다. 한 달여간 양을 서서히 줄여갔다. 적응의 시간이 지난 뒤부터는 아예 다이어트 식단으로 바꿨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닭 가슴살이 먹기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맛있었어요. 고기니까요! 하하. 대신 샐러드는 먹기 힘들더라고요. 특히 드레싱 없이 먹는 건 정말 곤혹스러웠죠.”

가장 힘든 건 음식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을 때다. 특히 연습실에서 선배들이 중국 음식을 배달시켜 먹으면 그 냄새의 유혹을 참기가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식이요법보다 더 힘든 건 운동이었다. 너무 힘들어 남몰래 울기도 많이 했다는 그는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혼자 다이어트할 때와 달리,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매사 조심스러웠어요. 한번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식을 사려다가 혹시 누가 저를 알아보고 ‘역시 안 되네’라고 생각할까 봐 차마 계산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힘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힘들수록 건강해지는 거다’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다이어트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창 살이 많이 빠질 때였는데, 김수영은 자신의 몸에서 이상한 덩어리가 만져지자 틀림없이 종양이라는 생각에 당장 이승윤에게 전화를 걸어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다이어트 도우미로 활동해온 이승윤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단박에 알아듣고 소리를 질렀다. “그거 쇄골이잖아!”

70kg 감량, 반쪽 난 헬스보이 김수영
그렇게 16주간의 힘든 시간을 보낸 뒤 김수영의 몸무게는 당초 목표 수치였던 105kg보다도 가벼운 98.5kg으로 줄어들었다. 이날 방송에서 폭풍 눈물을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이제 그는 그야말로 ‘새사람’이 됐다.

“16주 동안 다이어트하면서 가장 먹고 싶은 건 쌀밥에 김치찌개였어요. 다이어트가 끝난 후 달려가 김치찌개를 주문했죠. 그런데 막상 먹으니까 예전에 제가 느꼈던 그 맛이 아니더라고요. ‘이게 왜 먹고 싶었지?’ 하는 생각마저 들어 허탈했어요(웃음).”

다이어트 후 달라진 건 ‘양’만이 아니다. 오랜 세월 이어온 못된 식습관도 완전히 바꿔버렸다고 한다.

“그동안 저는 무언가를 먹을 때 씹지 않고 거의 삼켰던 것 같아요. 다이어트를 하면서 아무래도 맛이 없는 음식을 먹게 되잖아요. 그럼 오래 씹게 되고,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이 생겨서 과식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개콘’ 회의 때 무의식적으로 음료수를 들이켜고, 매끼 식사에 후식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면 이제는 결코 그러지 않아요. 입에 맞지 않는 음식도 몸에 좋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먹고, 무엇보다 적당량만 먹어요(웃음).”

그는 여전히 다이어트 중이다. ‘라스트 헬스 보이’ 촬영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마다 50분씩 유산소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각각 40분, 50분씩 한다. 식사는 방울토마토, 샐러드, 현미밥, 닭 가슴살 위주로 먹는다.

김수영은 다이어트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말한다. 몸무게 숫자가 바뀌자 세상 전체가 달라진 기분이 든다고.

“뚱뚱한 사람은 숨어 지내는 걸 좋아해요. ‘왜 이렇게 뚱뚱해?’라는 말을 듣기 싫은 거죠. 그런데 요즘은 될 수 있으면 밖으로 나가려고 해요.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웃음).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 ‘잘생겼다’라는 말을 해주시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그룹 ‘인피니트’ 호야 씨 닮았다는 소리도 듣고요.”

가장 신나는 순간은 쇼핑할 때다. 그는 아직도 백화점에서 옷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다가온다.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 옷을 물려 입었다는 그는 커서도 사이즈가 맞는 옷이면 무조건 감사하게 입었다고 한다.

“동대문 시장에 가면 보통 호객 행위를 하잖아요. 요즘 들어 처음으로 ‘옷구경하고 가라’며 손을 잡아끄는 사람들 덕분에 쇼핑할 맛이 나요(웃음). 예전에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으니까요. 또 뚱뚱한 사람들을 위한 옷이 한정돼 있다 보니 (개그맨) 송영길 형과 입는 옷이 겹칠 때가 많았어요. 서로 자기가 입은 옷을 입지 말라고 타박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웬만한 옷은 다 골라 입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조만간 ‘모태솔로’에서도 벗어나고 싶어요(웃음).”

살 빼자 기대수명 69세로 늘어

다이어트가 안겨준 가장 큰 은혜는 ‘건강’이다. 김수영은 지난 6월 3일 KBS ‘비타민’에 다시 출연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지난 2월 건강검진 때와 달리 그의 기대수명은 69세로 늘어났다. 과거에는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팠다면, 요즘은 눈을 떴을 때 개운한 기분이 들고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준 이승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승윤 선배가 아니었으면 아마 다이어트는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정신적으로 도움을 많이 줬어요. 힘들어서 지칠 때마다 ‘다이어트를 하면 건강해지고, 인기도 얻을 수 있어. 여기서 포기할 거야?’라는 말로 의지를 다잡게 해줬죠.”

날씬해진 그를 보고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 그는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더욱 건강한 아들이 돼서 어머니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늘 살집 있는 아들이 익숙해서인지 어머니는 요즘도 “그러다 쓰러지면 어쩌냐”고 걱정을 하면서도 살 빠진 그를 보며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한다고.

과거 김수영도 그랬듯 개그맨에게 ‘비만’은 일종의 캐릭터다 보니 체중 감량으로 활동이 주춤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김수영은 그건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몸으로 웃기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다양한 장르의 개그를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요즘에는 단식원을 소재로 한 개그를 짜고 있어요. 일반인도 늘 관심을 갖는 게 다이어트잖아요. 몸무게가 달라진 만큼 또 그에 맞는 개그를 개발해야죠.”

그는 일상에서도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멘토를 자처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자신처럼 뚱뚱해서 고민인 사람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는가 하면, 자신이 직접 체험한 다이어트 식단과 식품 등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다이어트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중국어, 영어로 번역해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올려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다이어트 때문에 좌절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텐데, 제가 직접 실천해보니 되더라고요. 제가 그런 분들에게 힘이 돼드리고 싶어요. 저와 함께 조금씩 꿈을 이뤄가시면 좋겠어요.”

디자인 · 김수미

장소협조 · 에이블(02-3445-7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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