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EXCLUSIVE

재벌가 두 남자의 혼외 자식 출산한 전직 여배우, 그녀의 드라마같은 인생

글·김명희 기자|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제공

2015. 02. 17

한 재벌 기업 창업주의 배다른 자녀들이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자녀들 중 한 명의 생모가 또 다른 거대 재벌 회장의 아버지를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벌였던 전직 여배우임이 밝혀졌다. 두 재벌가 남자와 한 여인을 둘러싼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취재했다.

재벌가 두 남자의 혼외 자식 출산한 전직 여배우, 그녀의 드라마같은 인생
한 여인과 두 재벌가 남자의 사랑. 게다가 이 여인은 영화배우였다. 드라마 속 이야기라면‘실제로 그런 일이 가당키나 하냐’며 외면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물론 여인이 두 남자와 만나 교제한 것에는 어느 정도 시차가 있다. 여인을 만나던 당시, 두 남자는 모두 가정이 있는 상태였으며, 그녀는 이들과의 사이에서 각각 아이를 하나씩 낳았다. 남자 쪽 집안은 모두 혼외 자식 혹은 유산 상속과 관련된 문제로 소송을 치렀거나 치르고 있는 상태.

몇 년 전, 한 여인이 거대재벌 A그룹 회장의 부친을 상대로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이 여인은 A그룹 회장 부친과의 사이에서 혼외 아들을 하나 두고 있는데, 그 아들은 이미 10여 년 전 친자 확인 소송에서 승소해 A그룹의 핏줄임을 인정받은 상태였다. 아버지 없이 홀로 아들을 키운 이 여인은 양육비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그런데 이 여인이 B그룹 창업주와의 사이에서도 자녀를 한 명 둔 사실이 확인됐다.

재계에서 은밀한 루머로 떠돌던 이 일은 B그룹 창업주의 자녀들이 법정 분쟁을 벌이는 와중에 이복형제임이 알려지며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본지가 여인과 A그룹 회장의 부친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에게 확인한 결과 그는 이런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어머니가 B그룹 창업주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둔 것은 맞다. 내게는 아버지가 다른 동생이지만 이미 오래전에 왕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여인의 또 다른 측근의 말도 비슷했다. 그는 “남자 쪽 집안에서 아주 어릴 때 데려가 B그룹 창업주의 호적에 올리고 키웠기 때문에 엄마와는 사실상 연을 끊고 살았다”고 설명했다.

A그룹은 친자 확인 소송, B그룹은 형제 간 법정 분쟁

A그룹 회장의 부친은 ‘재계 비운의 황태자’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C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한때 회사 계열사를 맡아 운영한 적도 있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밀려난 이후 재계를 떠나 야인으로 살고 있다. 그가 문제의 여인을 만난 것은 30대였던 1960년대 초반으로, 그는 이미 결혼해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던 상태였고 영화배우로 활동했던 여인은 훤칠한 몸매에 서구적인 얼굴로 남성들로부터 적잖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녀의 과거 사진을 보면 요즘 인기있는 배우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세련된 외모에 놀랄 정도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금방 사랑에 빠져 동거를 시작했지만 남자의 아버지가 두 사람의 관계를 알면서 결별 수순을 밟았다. 당시 여인은 임신 상태였지만 남자가 이혼하고 자신에게 오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먼저 그를 떠난 것이다. 이후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던 그녀는 몇 년 후 B그룹 창업주를 알게 됐고, 그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하나 더 낳았다. A그룹 측은 그녀와 아이를 사실상 방치한 반면, B그룹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데려가 그 집안의 핏줄로 키웠다고 한다.



또다시 큰아들과 둘만 남은 여인은 그에게도 아버지를 찾아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아이의 아버지와 몇 차례 짧은 만남만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흐른 후 친자확인 소송과 양육비 소송 등을 통해 법적으로 아들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몇 년 전 기자와 만난 여인의 큰아들은 건실한 사업체를 이끌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결혼해서 자녀를 둔 그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뿌리를 찾고 싶어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검사까지 해서 99%가 넘는 확률로 친자임을 인정받았지만 소송 후에도 아버지와의 상봉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B그룹 창업주는 20대에 기업을 세운 후 부침이 심한 업계에서 50년 가까이 승승장구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를 아는 이들은 맨손으로 기업을 일구다시피 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못지 않게 배포가 크고, 성실하며 직원들과 고락을 함께한 경영인으로 회고한다.

B그룹은 호황을 타고 한때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며 특히 해외에서 활발한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되고 창업주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사세가 급격히 기울어 현재는 매출이 전성기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

B그룹 창업주 역시 여인과 만났을 당시 슬하에 아들을 하나 둔 유부남이었다. 그가 생존해 있을 당시에는 자녀들 간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후 형제들끼리 유산 상속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법정 분쟁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한다. 소송에는 다른 문제도 있지만 배다른 형제라는 점이 갈등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렇게 얽힌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해 A그룹 측의 한 관계자는 “우리 쪽에선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여인이 A그룹 회장의 부친과 헤어진 후 혼자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면서 B그룹 창업주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반면 B그룹 측은 “오너 일가의 사생활이라 알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디자인·김석임 기자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