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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서진·나영석 ‘앙숙 케미’의 힘

대박 행진의 비밀

글·김유림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14. 10. 29

이 정도 되면 ‘애증의 관계’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tvN ‘꽃보다 할배’로 맺은 인연, 이서진과 나영석 PD 말이다. 나 PD가 야심차게 시작한 새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이서진이 나 PD를 향해 쏟아내는 분노와 투덜거림은 시청자들을 마냥 즐겁게 한다.

이서진·나영석 ‘앙숙 케미’의 힘
이서진(43)과 나영석(38) PD가 유례없는 ‘배우-연출자 케미’로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tvN ‘꽃보다’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끈 나영석 PD의 새 예능 ‘삼시세끼’에서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하는 앙숙 관계를 선보이며 방송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 그 덕에 방송은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자극하며 순항을 시작했다.

사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 때도 이서진에게 ‘국민 짐꾼’이란 애칭을 붙여준 나 PD는 이번에는 그를 정선의 수수밭 노예로 만들어버렸다. 사연인 즉 이렇다. ‘꽃할배’ 촬영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할배’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려고 동분서주하며 재료를 구해 그럴듯하게 한 상 차려낸 이서진의 요리 실력을 보고, 나 PD가 이서진에게 끊임없이 제안했던 요리 프로그램을 실제로 구현해낸 것.

지난 10월 13일 첫 방송된 ‘삼시세끼’ 첫 회에서는 이서진이 나 PD에 또 한 번 ‘속아’ 두 번째 예능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이 그려졌는데, 몰래카메라에 찍힌 이서진의 표정을 보면 그야말로 난감 그 자체다. 이서진은 나 PD에게 “망할 것 같다”는 악담을 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결국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한다. 방송에서는 그때까지도 이서진은 앞으로 자신의 눈앞에 펼쳐질 현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를 표방하는 ‘삼시세끼’는 도시적인 두 남자 이서진과 옥택연이 시골에서 좌충우돌하며 삼시 세 끼를 해결하는 요리 예능 프로그램으로, 강원도 시골 마을에서 밥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두 남자의 3일간의 동고동락을 그린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나 PD가 이서진과 옥택연에게 던진 첫 미션은 씨앗의 싹을 틔워 오라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살뜰히 화분을 돌본 옥택연과 달리 이서진은 무심하게 자신의 어머니에게 화분을 맡겨 키워달라고 하는가 하면, “관심도 없다” “(방송 못하게 화분이) 죽었으면 좋겠다” 등의 독설을 내뱉어 ‘투덜이’란 별명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결국 정선 시골집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두 사람은 수수밥을 만들기 위해 수수를 직접 베어 털어 내는가 하면 말린 고추를 절구에 빻아 맷돌로 갈아 고춧가루를 만드는 등 온갖 고생을 다 한다. 입으로는 불만투성이면서도 어느새 손으로는 간장 독 뚜껑을 여는 이서진과 달리, 뭐든 열심히 하지만 알고 보면 허당인 옥택연은 ‘옥빙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 하나, 과연 이서진은 정말로 나영석 PD의 계략(?)을 모르고 방송에 합류했을까?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서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프로그램을 제가 한다는 것도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깜짝 놀라서 나 PD한테 전화를 했더니 굉장히 진심 어린 목소리로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저랑 해외도 많이 다니고 했으니까 설마 거짓말을 또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농촌에서 한가롭게 사색하고 즐기는 걸로 생각했는데, 그날부터 사전미팅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녹화 며칠 전에 갑자기 만나자고 해서 진짜 속내를 말하는 거예요. 심지어 그때까지도 구체적으로 얘기를 안 하고 농촌의 정서를 느끼는 프로라고만 강조해서 마음 편하게 시작했는데, 밭에서 채소를 따고 가마솥에 밥을 지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자 나 PD도 자신 역시 프로그램을 촬영할 때까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잘 몰랐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그는 “옛날부터 서진이 형과 요리를 키워드로 프로그램을 하면 좋겠다 싶었다. 가벼운 소풍 같은 힐링 프로를 만들고 싶었는데, 쉽게 속일 수 있는 이서진 씨를 데리고 하면 좋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서진과 나 PD는 제작발표회에서도 ‘앙숙 케미’를 선보였다. 사진 촬영을 위해 낫질하는 포즈를 한번 취해달라는 사회자의 부탁에 이서진은 몇 번을 거부하다 결국 마지못해 낫을 들고 나영석 PD에게 휘둘러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서진·나영석 ‘앙숙 케미’의 힘

1 옥신각신하면서도 프로그램을 연달아 같이 할 만큼 서로의 예능감을 인정한다는 이서진과 나영석 PD. 2 정선 산골마을에서 펼쳐지는 이서진· 옥택연의 ‘좌충우돌 밥짓기’가 방송 첫 회부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재미 못 느끼고 촬영한 ‘꽃할배’ 성공 후 나영석 PD 능력 믿어

이어 ‘삼시세끼’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음이 밝혀졌다. 제작진이 고기를 한 근씩 제공해줄 때마다 이서진과 옥택연은 수수 한가마니로 빚을 갚아야 하는 것. 매회 손님들이 이들이 살고 있는 농가를 방문하는데 그때마다 고기를 대접하느라 빚은 날마다 늘 수밖에 없는 상황. 이서진은 “노예들이 아무리 일을 해도 빚이 늘어나는 것처럼 정선에서 살면 살수록 빚이 자꾸 늘어만 간다. 틈나는 대로 수수를 수확하고 있다. 빚을 다 탕감할 때까지 프로그램이 안 끝날 것 같은데, 과도한 빚이 사람을 어떻게 불행에 빠트릴 수 있는 지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찌릿한 눈빛으로 나 PD를 쳐다봤다. 그렇다면 몇 번이나 속고도 나영석 PD와 함께 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한데, 이서진은 이 질문을 받고서야 나영석 PD의 능력을 인정하며 의외의 칭찬을 쏟아냈다.

“‘꽃할배’ 때도 속아서 갔는데 솔직히 처음 촬영할 때는 프로그램이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굉장히 잘 됐잖아요(웃음). 나영석 PD가 능력이 있구나 싶었죠. 또 여행을 3번이나 같이 가고 하면서 많이 친해진 것도 사실이에요. 이제는 나 PD의 능력을 믿고 가고 있어요.”

반대로 나영석 PD는 이서진의 어떤 면을 보고 연달아 캐스팅한 걸까. 이에 대해 나 PD는 “이서진 씨는 카메라 앞에서나 뒤에서나 똑같은 사람이라 늘 볼 때마다 뭔가를 뽑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 말에 이서진이 피식하고 웃자 그는 “이런 웃음을 시청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솔직히 나는 이승기처럼 반듯하고 성실한 이미지를 좋아하는데 잠시 외도를 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꽃할배’ 때와 비교해 이서진이 느끼는 촬영 강도는 ‘삼시세끼’가 훨씬 세다고 한다. ‘꽃할배’ 때는 좋은 경치를 보는 낙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광활한 수수밭만 보이는 산골에서 이렇다 할 낙이 없다는 것. 그는 “‘꽃할배’ 때도 촬영이 끝날 때까지 프로의 재미를 도저히 모르겠다 싶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나 PD에게 ‘프로그램이 잘 안 되면 같이 죽자고 했다”며 비장하게 말했다.

다행히 이서진의 우려와 달리 ‘삼시세끼’는 기분 좋게 첫 테이프를 끊었다. 첫 회 시청률은 평균 4.6%, 최고 시청률은 5.6%를 기록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앞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히트제조기’ 나영석 PD와 ‘투덜이’ 이서진이 빚어낼 ‘케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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