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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Cover Story

기네스 팰트로, 뮤즈와의 촬영

글·조엘 킴벡|사진·파올라 쿠닥키(Paola Kudacki), REX 제공

2014. 09. 02

뉴욕 맨해튼에서 승용차로 2시간 반 정도 동북 방향으로 달리면 뉴요커의 고급 별장지 햄프턴(Hampton)에 다다른다. 휴양지이지만 유명한 호텔 체인 하나 없는, 미국의 초일류 부자들의 영지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를 만났다.

기네스 팰트로, 뮤즈와의 촬영
기네스 팰트로(42)와 만난 이유는 GS샵에서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 ‘모르간(MORGAN)’ 광고를 위한 촬영 때문이었다. 이번이 네 번째 작업인지라 그와의 만남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역시 촬영일이 다가오자 긴장감이 엄습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네스 팰트로는 패션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뮤즈이자 아이콘이기에 나를 비롯한 패션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와의 작업을 꿈꾼다. 여름의 한복판, 햄프턴의 어느 별장에서 함께한 이번 작업도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40대에 들어섰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그녀, 기네스 팰트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선천적으로 재능과 안목을 타고난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 뮤즈와의 촬영
당신은 ‘기네스 팰트로’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 최근 개봉한 영화 ‘아이언 맨’ 시리즈 3편에서 불혹을 넘겼다고는 믿기지 않는 탄탄한 복근 몸매로 건재함을 과시한 헤로인 페퍼 포츠, 혹은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의 고전적인 미인, 배우 브래드 피트의 전 여자친구, 혹은 영국 출신 인기 록 그룹 콜드 플레이의 리더 크리스 마틴의 전 부인(올해 5월 이혼)이자 두 아이의 엄마. 그도 아니면 몇 년 전 한 광고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금빛 머릿결을 뽐내며 다니엘 헤니와 함께 런던의 거리를 거닐던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열거한 그 어떤 것도 기네스 팰트로를 설명하는 데 있어 부족한 것은 없다.

그는 영화감독인 브루스 팰트로와 에미상을 수상한 여배우 블리드 대너 사이에서 태어났다. 뉴욕 맨해튼의 고급 주택가인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자라고 그곳에 위치한 명문 사립 여학교 스펜스 스쿨을 졸업하는 동안 미국 인기 드라마 ‘가십 걸’의 여주인공 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을 터다.



기네스 팰트로가 세계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작품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세븐’이었다. 그는 영화 주인공으로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그보다 당시 떠오르는 할리우드 스타였던 남자 주인공 브래드 피트와의 염문으로 인해 더욱 유명세를 치렀고, 이후 실력이 출중한 여러 감독들로부터 캐스팅 제의가 이어졌다. 특히 거물 독립 영화 제작자이자 영화사의 대표였던 밥 웨인스타인과 하비 웨인스타인 형제가 뉴욕 맨해튼 남단의 트라이베카 지역에 근거를 두고 창립한 전설적인 영화사 미라막스(지금은 월트디즈니사에 매각)에서 제작한 영화에 다수 출연하면서 ‘트라이베카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리기도 했다. 그때 촬영했던 다섯 편의 영화 중 한 편이 바로 그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다.

1999년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기네스 팰트로가 맡은 ‘비올라’라는 인물은 세익스피어와 사랑에 빠지면서, 훗날 그가 비극적인 결말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필하는 데 큰 영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이전까지 기네스 팰트로는 연기력보다는 브래드 피트나 벤 애플렉 같은 소위 잘나가는 남자 배우들과 스캔들에 휩싸이는, 그저 배경 좋은 금발의 여배우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염문 속의 남자 톱스타들도 쥐어보지 못한 오스카상 트로피를 손에 쥔 후로는 외모, 스타성, 연기력까지 모든 것을 겸비한 완벽한 여배우로 등극하게 됐다.

그런 그녀를 패션계에서 가만히 놓아둘 리가 없다. ‘보그’를 비롯해 ‘하퍼스 바자’ ‘엘르’ 등 유명 패션지의 커버를 장식한 일은 몇 번인지도 모를 정도다. 기네스 팰트로가 레드 카펫 위에 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그의 오피스 앞에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의 드레스들이 가득한 가방이 줄줄이 놓인다. 스타일리스트에게 스타일링을 잘 맡기지 않는 기네스 팰트로는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위한 드레스를 직접 골랐을 정도로, 자신에게 어떤 스타일이 어울리는지를 정확히 아는 몇 안 되는 할리우드 스타이기도 하다.

기네스 팰트로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 디자이너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제가 어떻게 보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아이디어 스케치를 보내왔어요. 어떤 디자이너들은 스케치가 아닌 드레스를 제작해 미리 제게 보내고는, ‘어떤 옷이 좋을까요?’라며 팩스를 보내 암묵적으로 선택을 종용하기까지 했죠.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 많은 스케치와 드레스 중 제가 구상하고 있던 스타일은 단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나섰죠” 라면서 미소 지었다.

기네스 팰트로를 내가 처음 만난 것도 한 패션 브랜드의 촬영장에서다. 그는 패션 브랜드의 광고에 참여하는 일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인 ‘토즈(Tod’s)’ 광고의 얼굴이 되는 것은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토즈’의 대표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데렉 램은 새로운 광고를 위해 모델로 선정된 기네스 팰트로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태프들을 촬영지인 이탈리아 남부의 아름다운 섬 카프리로 불러들였다. 특히 광고의 사진은 기네스 팰트로와 막역한 사이인 포토그래퍼 마리오 테스티노가 맡아, 광고의 콘셉트인 1940~5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의 이탈리아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럭셔리하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장면을 연출해낼 계획이었다.

지중해 카프리 섬 주변 초호화 크루즈 위에 세워진 촬영 세트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특히 당시만 해도 패션 광고 촬영에 모델이 아닌 스타가 등장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기에 선상에는 촬영과 관련된 스태프 이외에도 기네스 팰트로의 신변 보호를 위한 보디가드, 브랜드 관계자 그리고 파파라치들의 출현에 대비해 크루즈 주변에 여러 척의 작은 선박들이 진을 치고 있는 진풍경이 그려지기도 했다. 긴장감이 흐르는 현장이었지만, 기네스 팰트로의 표정은 여유로워 보였다. 그에게 당시의 분위기에 대해서 물었더니 “역시 할리우드의 여배우라고요? 천만에요. 절대 그렇지 않았어요. 영화와 달리 사진 촬영은 제게 아주 어려운 작업인걸요. 너무 긴장됐지만 광고가 요구하는 캐릭터를 표현해내려고 집중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라고 토로했다.

그의 첫 토즈 광고는 지면 광고 외에도 단편 다큐멘터리 영상으로도 제작됐는데, 그 영상을 제작한 감독은 몇 년 전 일생을 마감한 데니스 호퍼였다. 우리는 그를 배우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이지 라이더’를 비롯한 다수의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감독이기도 하다. 그가 기네스 팰트로를 주인공으로 기용해 제작한 토즈의 광고 영상은 2008년 5월 칸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되기도 했다.

기네스 팰트로, 뮤즈와의 촬영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아는 배우

오랫동안 그의 스타일리스트를 맡고 있는 엘리자베스 샐츠만은 당시의 기네스 팰트로를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유니크하면서도 클래식한 스타일을 동시에 가졌죠. 사실 할리우드 스타 중에 실제로도 패셔너블한 경우는 드물잖아요?”

두 번째로 그를 만난 곳은 뉴욕의 한 스튜디오. 패션지 ‘보그’와 구찌, 생로랑, 캘빈클라인 등 유명 패션 브랜드의 광고 사진을 도맡아온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패션 포토그래퍼 크레이그 맥딘이 촬영을 맡은 뷰티 브랜드 에스티 로더의 새로운 향수인 센슈어스의 광고를 위한 자리에서였다.

그는 2005년부터 에스티 로더 향수 중의 하나인 플레져 광고의 메인 캐릭터를 맡아왔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다른 라인의 모델들(엘리자베스 헐리, 캐롤린 머피, 힐러리 로다)과 함께 광고에 참여하는 것이었기에 촬영 전부터 이목이 집중됐다.

센슈어스 광고는 심플했지만 세심한 사전 준비가 반드시 필요한 촬영이었다. 왜냐면 광고의 콘셉트가 남자친구 집에서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무것도 입지 않고 새하얀 남성용 셔츠 한 장만 걸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진한 화장도, 손이 많이 가는 헤어스타일도, 화려한 의상도 없는 간단한 촬영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광고의 최종 레이아웃이 당대를 대표하는 4명의 모델이 수수한 차림으로 나열되는 형태였기에 촬영에 임하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대단했다.

하지만 기네스 팰트로가 누군가. 베이식한 하얀 면 티셔츠 한 장에 청바지 하나만으로도 발군의 스타일을 뽐내는 그였기에, 풀어 헤친 머리에 하얀 티셔츠 한 장만으로도 청순하면서 섹시하고 동시에 세련된 이미지를 표현해냈다.

기네스 팰트로, 뮤즈와의 촬영
비빔밥과 김치, 한국을 사랑하는 뮤즈

패션 종사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미드 ‘가십 걸’의 주인공이 기네스 팰트로를 모델로 한 캐릭터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로 그는 어릴 적부터 부유하고 패션에 친밀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이 때문에 패션에 대한 기본적인 센스나 소재와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안목은 여배우들 가운데 군계일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독보적이다. 레드 카펫 위에서뿐 아니라 평상시 패션에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는 거물급 스타로서는 드물게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개인 웹사이트 ‘GOOP’(www.goop.com)을 운영하며 자신의 쇼핑 이력이나 여행지들을 소개하고, 또한 감동받았던 전시나 공연 등의 감상을 직접 업데이트 한다. 특히 그가 요즘 들어 재미를 붙인 분야 중의 하나가 요리인데, GOOP에서 소개한 ‘비빔밥’ 소개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김치”라고 대답할 정도로 그는 ‘김치 마니아’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의 유명 오가닉 슈퍼마켓 체인 홀푸즈 마켓에서 판매하는 ‘순자김치’의 단골손님으로도 유명하다.

한동안 두 아이(딸 애플과 아들 모제스)를 키우는 엄마의 역할에 푹 빠진 듯 보이던 그가 최근에는 ‘아이언 맨’ 시리즈와 함께 다시 한 번 할리우드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특히 불혹을 넘어선 그이지만 전성기 못지않은 근육으로 다져진 몸매를 표현하기 위해 오로지 ‘케일’만 섭취하는 다이어트로 완벽한 몸을 되찾았고, 이전만큼의 다작은 아니지만 한 해에 한 편씩이라도 꼭 좋은 작품에 출연하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한다.

혹자는 기네스 팰트로를 두고 너무 일찍 전성기를 보내버린 여배우라고 말하기도 한다.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한꺼번에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그 모든 일들이 기네스 팰트로였기에 가능했다는 것. 그리고 그야말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흥행과 연기를 겸비한 배우이자 아름다움을 간직한 배우라는 사실이다.

이혼 이후 각종 패션 관련 프로젝트에 관여하며 이전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기네스 팰트로. 아직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그는 이번 한국 패션 브랜드와의 작업을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며, 언제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라고 말했다.

한국에 가게 되면 비빔밥을 꼭 먹어보고 싶다며 어디의 비빔밥이 가장 맛있는지 나중에라도 살짝 알려달란다. 그렇게 질문을 받으니 그에게 어느 곳을 추천해줘야 할지 작은 고민이 시작됐다. 정말로 언젠가 그가 한국을 방문해 그 작은 고민에 대한 답을 귀띔해줄 날이 오면 좋겠는데….

기네스 팰트로, 뮤즈와의 촬영
기네스 팰트로, 뮤즈와의 촬영
Joel Kimbeck

뉴욕에서 활동하는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줄리아 로버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세기의 뮤즈들과 함께 작업해왔으며, GS shop의 ‘모르간’ 광고 캠페인을 기네스 팰트로와 촬영했다. 현재 ‘퍼투’를 이끌며 패션 광고를 만들고 있다. ‘레드카펫’ ‘패션뮤즈’ 저자.

소품·모르간 at GS shop

스타일리스트·엘리자베스 샐츠만(Elizabeth Saltz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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