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가 최근 경사를 맞았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36)가 지난 3월말 예쁜 딸을 얻은 것. 이 사실은 이재용 상무의 부인인 임세령씨(27)와 임씨의 동생인 상민씨(24)가 인터넷 커뮤니티 ‘싸이월드’에 각자 개설해 놓은 개인홈페이지를 통해 확인되었다. 세령씨는 지난해 10월 개인홈피를 개설해 운영중이고, 상민씨는 지난해 5월 개설해 운영중이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세령씨는 삼성가의 며느리라는 신분을 의식해서인지 자신이 ‘1촌’으로 등록해놓은 지인들만이 그가 올린 글이나 개인 사진을 볼 수 있도록 개인홈피를 비공개로 해놓았다. 일반 네티즌은 공개사진이나 방명록 정도를 볼 수 있는데 방명록에는 삼성과 관련된 내용이 없어 모르는 사람은 재벌가 며느리의 홈피라는 것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 방명록에는 출산에 대한 축하 메시지와 육아정보를 교류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지인들은 “아기가 엄마를 닮아 눈이 정말 예쁘다”고 입을 모았고, “원주란 이름이 전원주를 연상시킨다”는 농담도 올라와 있었다.
반면, 동생 상민씨의 개인홈피는 누구나 들어가 그가 올린 글과 사진을 볼 수 있다. 여기에 그가 갓 태어난 조카 원주양과 함께 찍은 사진, 언니 세령씨가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 등이 올라 있다. 세령씨가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은 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길에서 진한 모성이 느껴진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에서 유학중인 상민씨는 조카 원주양과 함께 찍은 사진 아래에 “요즘 제 생활의 활력소가 된 둘째 조카. 같은 공주라 그런지 정말 귀엽답니다. 호호호” 하고 소개했다. 세령씨의 장남 지호군(4)에 대해서는 “언니와 형부를 반반씩 닮은 너무너무 사랑하는 조카”라며 “너무 잘생겨서 친구들이 탐낸다”고 자랑했다.
세령씨는 원주양을 3월27일 출산했는데, 예정일보다 4~5일 정도 늦었지만 순산이었다고 한다. 세령씨는 출산 이틀만에 자신의 개인홈피에 들어가 지인들의 글에 답글을 올리기도 했다. 세령씨는 미국에서 출산을 했는데, 당시 남편 재용씨는 한국에 있어 출산을 옆에서 지켜보지 못했다. 삼성측에 따르면 재용씨는 회사일이 바빠 미국에 가지 못했지만 대신 매일 전화로 아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등 진한 부부애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출산소식을 듣고는 “아들에 이어 딸을 얻어 너무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편, 삼성측은 세령씨가 미국에서 출산한 이유에 대해 “세령씨가 미국 유학시절 첫째 지호군을 출산했다. 당시 산부인과 주치의가 산모의 체질과 특징을 잘 알기 때문에 둘째아이도 같은 의사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재용씨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이고, 임세령씨는 대상(구 미원)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이기에 98년 치러진 두 사람의 혼사는 당시 큰 화제를 낳았다. 미풍과 미원으로 조미료전쟁을 치른 라이벌 기업들이 혼사를 맺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불교신자 모임인 ‘불이회’에서 함께 활동하며 친해진 재용씨의 어머니 홍라희 여사와 세령씨 어머니 박현주 여사의 주선으로 교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세령씨는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었고 재용씨와 아홉살이라는 나이차가 있었으나 재용씨가 적극적으로 결혼 의지를 보여 혼사가 빠르게 진행됐다.
세령씨는 결혼과 함께 학교를 휴학하고 하버드대학교 경영학 박사 과정을 밟는 남편을 따라 미국 뉴욕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미국 유학중이던 2000년 1월 장남 지호군을 얻었고, 이듬해 3월 귀국해 지금까지 한남동 본가에 들어가 이건희 회장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외며느리인 세령씨는 99년 이건희 회장이 미국에서 치료를 받을 때 줄곧 옆에서 간호를 해 이회장의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회장은 첫 손자인 지호군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전경련 모임에서 “요즘은 손자 녀석을 보는 재미 때문에 살맛이 더 난다”고 자랑했을 정도. 삼성측은 이회장이 평일에도 시간이 나면 가장 먼저 지호군을 불러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전했다.
홍라희 여사 역시 며느리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고. 세령씨는 미국에 있는 동안 보스턴대학에 편입해 공부를 계속했는데,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는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세령씨의 홈피를 보면 직접 찍은 것으로 보이는 뉴욕의 이색적인 거리 모습과 미술관, 캐머론 디아즈와 케이트 모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패션 사진이 여러장 올라 있다. 그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미술학을 전공한 데는 디자인회사를 경영할 정도로 디자인에 조예가 깊은 어머니 박현주 여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홍라희 여사도 박여사의 권유로 99년 함께 디자인 공부를 했을 정도.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는 홍여사 역시 미술에 조예가 깊어 좋은 전시회가 있으면 세령씨와 함께 관람을 하곤 한다는 게 삼성측의 얘기다. 관계자는 “홍라희 여사가 자녀의 미술 교육에 관심이 많아 세령씨의 태교와 자녀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령씨는 2001년 귀국 후 지금까지 대외활동을 삼간 채 집안에서 남편 내조와 육아에만 힘써 왔다. 그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1년 귀국 직후 열린 삼성그룹 신입사원 교육워크숍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것과 지난해 10월 시어머니 홍라희 여사가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을 수상할 때 시상식장에 참석한 것이 전부일 정도. 하지만 아들 지호군과 딸 원주양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경영학과 미술학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시어머니의 호암미술관 운영을 도울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2001년 귀국 후 곧바로 삼성전자 상무보로 승진하며 경영일선에 뛰어든 재용씨는 2002년 9월에 1개월 동안 세계적인 기업인 GE의 최고경영자 연수과정을 수료하고, 지난해 상무로 승진해 경영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는 등 삼성그룹 후계자로서의 수업을 착실하게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