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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팝에 빠지다

“혹시, 내 남편도 팝저씨?”

글·진혜린 |사진ㆍ동아일보 사진DB파트, 크롬엔터테인먼트 제공

입력 2013.10.08 15:17:00

트레이닝복 차림에 헬멧을 쓰고 개다리춤을 추는 걸그룹이라니! 섹시하지도 청순하지도 않은 크레용팝의 등장은 신선하기보다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팝저씨(크레용팝+아저씨)’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걸그룹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크레용팝에 빠지다


상황 1
팝저씨 자생적 태동

2012년 7월 ‘Saturday Night’로 데뷔한 크레용팝은 데뷔 무대 이후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걸그룹의 홍수 속에 크레용팝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했다. 소속사 또한 설립된 지 얼마 안 돼 이들을 이끌어줄 만한 힘이 없었다. 크레용팝은 지난해 10월 ‘댄싱퀸’을 발표하며 트레이닝복을 트레이드마크로 삼았다. 방송 대신 그들이 선택한 것은 게릴라 공연. 공연 규모와 상관없이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고 거리 공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울 홍대앞, 명동, 신도림역, 동대문 일대가 그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다. 공연이 끝나면 스스로 피켓을 들고 길거리 홍보를 했다. 이때 어린 소녀들의 활동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팝저씨, 아니 최초의 팬클럽 ‘스케치북’이다. 회원은 주로 30대 이상의 아저씨들(참고로 크레용팝의 평균 나이는 23세). 이들이 크레용팝처럼 트레이닝복을 입고 박자에 맞춰 굵직한 목소리로 응원하는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자신들의 응원 모습이나 크레용팝의 공연 장면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며 크레용팝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

상황 2
여신보다 여동생


크레용팝에 빠지다

크레용팝 팬 5명으로 구성된 자칭 ‘일회용팝’ 멤버들.



팝저씨와 크레용팝은 팬과 스타와의 관계라기보다 서포터즈에 가깝다. 게릴라 공연 때 붐박스를 만들어주거나 주변 통제 및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줘왔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가 팝저씨들 대부분이 자신의 생업을 갖고 있는 ‘능력자’들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응원과 열광, 혹은 조공을 넘어 능동적이고 실용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팝저씨가 되는 것. 크레용팝도 단순한 팬 관리가 아닌 팝저씨와의 교류에 공을 들였다. 공식 팬 사이트 내 ‘크레용팝TV’를 통해 활동 모습을 생방송으로 중계하고 공연 때마다 팬 한 명 한 명과 손을 잡는 ‘악수회’를 가졌다. 이러한 노력은 6월 ‘빠빠빠’를 발표하면서 제대로 빛이 났다. ‘빠빠빠’는 굳이 멜로디와 가사를 외우려 노력하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자동 재생될 만큼 중독성이 강한 음악이다. 단순하고 또 신난다. 거기에 직렬 5기통춤, 회오리춤, 장풍춤 등 따라 하기 쉽고 코믹한 무대 연출이 한몫을 했다. 더구나 독수리 5형제를 떠오르게 하는 헬멧과 복장도 기가 막힌 조화를 이뤘다. 어떻게 보면 맥락 없이 엉뚱하기만 한 그들의 무대는 사람들에게 예기치 못한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빠빠빠’는 발표 한 달 만에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음원 차트를 장악하더니 tvN ‘SNL’에서 ‘구라용팝’으로 패러디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8월 30일에는 음원이 발표된 지 3개월여 만에 KBS ‘뮤직뱅크’에서 떠오르는 신예 남성 그룹 엑소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크레용팝은 ‘반짝 인기’로 끝날 수도 있었던 ‘빠빠빠’에 뒷심을 실어준 것이 팝저씨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뒤늦게 합류한 팬들도 “팝저씨의 활동 모습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말할 정도. 팝저씨들은 다가서기 어려운 ‘여신’보다 곁에서 지켜주고 돌봐주고 싶은 ‘여동생’을 선택했다. 길거리에서 노래하며 홍보하는 어린 소녀를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삼촌의 마음. 공연장에서 응원하는 사람만이 팝저씨는 아니다. 지금쯤 우리의 남편도 ‘새 운동복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하얀색 줄이 들어간 빨·주·노·초 트레이닝복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성동아 2013년 10월 5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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