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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명사가 말하는 ‘내 인생 최고 요리’- 두 번째

내 인생의 비타민, 낙지연포탕

국악인 김성녀의 ‘건강 요리’

기획·한여진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요리) 현일수‘프리랜서’(인물)|| ■ 요리·이영희(나온쿠킹)

2008. 02. 19

국악인 김성녀가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추억 속 요리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힘들 때 먹으면 기운이 쑥~ 난다는 낙지연포탕 & 매생이전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본다.

내 인생의 비타민, 낙지연포탕

연극배우, 국악인, 중앙대 국악대학 학장 등 예술인 김성녀(60)의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수많은 타이틀만큼이나 바쁘게 보내고 있는 그를 중앙대 캠퍼스에서 만나 ‘힘들 때 먹으면 기운이 나는 건강 요리’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는 한창 국악대학원에서 계절학기 강의를 하면서 전국 국악교사들이 모여 만든 ‘선생님들이 들려주는 국악이야기’ 공연을 기획하고 있었다. 지난 연말 성황리에 마친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 앙코르 공연을 위해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고 덧붙이며 바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이렇듯 하루를 이틀처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의 에너지 원천은 바로 음식이라고 한다.
“올해로 예순이 됐지만 나이를 잊을 만큼 에너지를 지닐 수 있는 건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음식 덕분이에요. 공연을 마치고 기운이 없을 때면 낙지, 굴, 조개, 매생이 등을 넣고 시원하게 국을 끓여 먹어요. 따끈한 국물에 윤기 흐르는 밥을 먹으면서 땀을 쭉~ 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운이 다시 솟거든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먹으면 특별한 반찬 없이도 밥 한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어 마음까지 뿌듯해진다고. 식후에는 누룽지에 물을 붓고 끓여 만든 숭늉이나, 한입 크기로 부친 매생이전을 먹는다.

김성녀 이야기,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먹는 낙지연포탕
내 인생의 비타민, 낙지연포탕

낙지연포탕과 매생이전 등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요리이야기를 한보따리 풀어놓는 김성녀의 모습.(좌) 음식 한그릇 한그릇마다 추억이 가득하다는 김성녀. 그 추억이 훗날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우)


“저는 마지막 공연을 하고 나면 꼭 낙지연포탕을 챙겨 먹어요. 10여 년 전 공연을 마치고 허한 마음에 입맛까지 잃어 몸져누운 적이 있어요. 어떻게 알았는지 전라도에 사는 팬이 낙지와 굴을 한 상자 보내왔어요. 따끈한 국물이라도 먹어볼 생각에 간장과 마늘로 대충 간한 물에 낙지만 넣고 팔팔 끓였는데 어디선가 먹어본 맛이 나더라고요. 바로 옛날 친정어머니가 끓여주신 낙지국 맛이었어요. 어머니도 배우로 활동해 요리를 자주 해주시지는 못했지만, 겨울철에 감기에 걸려 앓고 있으면 낙지국을 끓여주시곤 했거든요. 당시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고 마음이 약해지니 그 음식이 생각났나봐요. 그 후부터는 공연이 끝나면 어머니의 낙지국을 생각하며 낙지연포탕을 만들어 먹는답니다. 시간이 없을 때는 음식점에 가서 사 먹기도 하고요. 낙지연포탕 한 그릇이면 비싼 보약이 부럽지 않게 기운이 쑥~ 솟아요.
음식은 추억이고 삶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언제, 어느 때, 누구와, 어떤 기분으로 먹었는지가 추억이 되고 훗날 건강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요즘은 낙지연포탕을 파는 집을 찾기 힘들 만큼 이 음식을 먹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만든 매운 낙지전골이나 낙지볶음은 어디를 가나 찾을 수 있지만요. 겉보기에는 밍밍해 보여도 한번 먹으면 그 맛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는 게 바로 낙지연포탕의 매력이에요. 추위 때문에 체력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어지기 쉬운 2월, 여러분도 낙지연포탕으로 건강을 챙겨보세요~.”

▼ 추억요리 하나 낙지연포탕
내 인생의 비타민, 낙지연포탕

김성녀는 기운이 없을 때나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낙지연포탕을 챙겨 먹고 힘을 낸다.


준·비·재·료 낙지 4마리, 모시조개·굴 100g씩, 무 ½개, 배춧잎 4장, 대파 ½대, 풋고추·홍고추 1개씩, 밀가루·참기름 약간씩, 북어육수(다시마(20×20cm) 1장, 물 6컵, 북어머리 1개, 무·양파 ¼개씩, 대파 ½대), 양념장(청주 1큰술, 마늘 2작은술, 국간장·소금 ½작은술씩)
만·들·기
1 낙지는 밀가루를 넣고 박박 문질러 씻은 후 깨끗한 물로 헹군다.
2 모시조개는 소금물에 담가 해감시키고, 굴은 흐르는 물에 살살 씻는다.
3 무는 한입 크기로 나박썰기하고 배춧잎은 3cm 길이로 자른다.
4 대파와 고추는 어슷하게 자른다.
5 다시마는 물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냄비에 분량의 재료와 함께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다시마는 건져내고 중약불로 줄여 15분 정도 더 끓인다. 체로 건더기를 건져내 북어육수를 만든다.
6 북어육수를 끓이다가 무와 배춧잎, 모시조개를 넣고 한소끔 끓으면 낙지, 대파, 고추를 넣고 분량의 재료를 섞어만든 양념장으로 간을 맞춘다.

▼ 추억요리 둘 매생이전
내 인생의 비타민, 낙지연포탕

주전부리로 즐겨 먹는 매생이전은 온가족이 좋아하는 별미 요리.


준·비·재·료 매생이 100g, 홍고추 ½개, 밀가루·다시마물 1컵씩, 멸치액젓·들기름 ½작은술씩, 식초·식용유 약간씩
만·들·기
1 매생이는 식초를 약간 넣은 물에 씻은 뒤 고운 채반에 받쳐 물기를 빼고 3cm 길이로 자른다.
2 홍고추는 송송 썬다.
3 밀가루와 다시마물을 섞어 멍울이 지지 않게 풀어준 뒤 매생이, 멸치액젓, 들기름을 넣어 잘 섞는다.
4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 팬에 반죽을 한 숟가락씩 떠 넣은 뒤 홍고추를 올려 앞뒤로 노릇하게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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