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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구가인 기자의 Space

가회동 한옥마을

꼬불꼬불한 골목길 따라 전통문화의 숨결 느끼는~

글·구가인 기자 / 사진·김성남 기자, 장승훈‘프리랜서’

2007. 02. 13

궁 가까이에 자리해 조선시대 고관들이 살았던 곳으로 잘 알려진 북촌. 가회동 한옥마을은 당시의 품격을 간직한 북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겨울 추위가 한결 누그러진 날에는 이곳에 찾아가 전통한옥의 아름다움, 골목길 정취를 느끼고 갤러리와 전통문화 박물관도 들러보자.

가회동 한옥마을

# 소나무 가로수 길을 오르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가회동 길’이라고 불리는 큰길에 접어들면, 처음에는 여느 길과 다름없이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어떤 ‘전통적’인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길을 걸으며 혹시 잘못 온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쯤, 왼쪽으로는 헌법재판소, 오른쪽으로는 재동초등학교가 있는 길을 만나게 된다. 그다지 크지 않은 소나무 가로수가 있는 길. 북촌 한옥마을이 위치한 가회동길은 이 가로수길에서 시작된다.
소나무 가로수 진입로 부근에서 가장 먼저 들를 수 있는 공간이 북촌미술관이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기 전 입구에 위치한 조각가 구본주의 ‘비스킷 나눠먹기’라는 작품 겸 아트벤치가 눈에 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북촌미술관은 2005년 개관한 곳으로 고미술과 현대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2월25일까지 ‘그림, 문학을 그리다’전이 진행되는데 문학작품을 모티프로 한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을 받는다.
소나무 가로수 길 중반 즈음 위치한 닭 문화관도 흥미롭다. 국내에서 유일한 닭 문화공간으로 지난해 12월 개관한 이곳에서는 닭을 테마로 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공예품을 접할 수 있다. 2층 전시공간과 1층 뮤지엄 카페로 구성돼 잠시 휴식을 취하기 좋다.
이 밖에도 이 길가에는 한옥을 개조해 문을 연 상점들이 많다. 우리나라 최초의 치과였다는 ‘이ㅎ·박는 집’의 이름을 따 건물 앞에 동일한 간판을 내건 한 치과는 예스런 한옥에 첨단 시설이 들어서 있어 무척 특색있다. 찻집부터 옷가게, 치과까지 고풍스러운 외관의 한옥형 상점을 구경하는 것도 가로수 길을 오르는 재미 중에 하나다.
가회동 한옥마을

한옥 두채를 연결해 지어놓은 치과.

가회동 한옥마을

가회동 한옥마을 초입에 자리한 북촌미술관.(위) 닭을 테마로 한 다양한 공예품이 전시된 닭 문화관.(아래)



가회동 한옥마을

정갈한 한옥의 아름다움 느낄 수 있는 궁중음식연구원.

가회동 한옥마을

전통 매듭의 아름다움 느낄 수 있는 동립매듭박물관.

가회동 한옥마을

기와지붕의 처마.


# 골목길 곳곳 보물처럼 찾기
가회동 한옥마을

‘겨울연가’ 촬영지였던 중앙고등학교. 민화 그리기 체험도 할 수 있는 가회박물관. 북촌 지역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북촌문화센터에 들러볼 것을 권한다. 북촌지역 지도도 얻을 수 있다. 문의 02-3707-8388(위부터 차례로)


하지만 가회동의 참맛(?)은 길 중간중간 보이는 좁은 골목을 들어가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이 길 양쪽에 9백여 채의 한옥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것. 오르막길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김영사와 아름다운재단 등이 위치한 왼편(경복궁 방향)은 리모델링된 중후한 느낌의 한옥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닭 문화관이 있는 오른편(창덕궁 방향)에는 소박한 서민형 한옥이 많은 편이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종로의 위쪽에 위치한 가회동과 삼청동과 원서동, 사간동, 재동, 계동, 인사동을 아울러 이르는 북촌은 조선시대에는 고관대작들이 많이 살던 서울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근대화 과정과 개발사업을 거치며 이곳에 있던 대저택들은 소규모 한옥으로,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하게 됐다고. 때문에 가회동에 남은 9백여 채의 한옥마을은 오래전 북촌의 모양새를 짐작하게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물론 조선시대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다소 개조된 모습이지만 기와지붕이 이렇듯 한 무리를 이루고 있는 풍경을 서울 도심에서 접한다는 사실은 신기하게 다가온다.
이곳의 골목길은 특히 좁고 그 끝이 보이지 않아 미로 같다. 군데군데서 접하게 되는 계단의 높이가 높고 혹 겨울이라면 후미진 곳에는 몇 주 전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고 남아있어 빙판도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듯 덜 다듬어진 길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특히 ‘개방형 한옥’이라고 쓰여있는 공간은 직접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구경할 수도 있으니 꼭 들러보자. 한참 찬바람을 맞으며 길을 헤매다 한옥 안으로 들어가 온기에 몸이 풀어짐을 느끼면, 먼 길을 떠나와 거처가 없어 난감해하던 중 친절한 인심 덕에 잠시 쉴 곳을 찾은 나그네의 심정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다.
개방형 한옥은 대부분 박물관이나 공방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민화 전시와 함께 직접 민화를 그릴 수 있는 가회박물관에 들어가볼 것을 권한다. 관람자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대접해주는 이곳은 수백 점의 민화와 부적 등 총 1천5백여 점의 유물이 전시된 곳으로 한국 고유의 미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더불어 민화를 그릴 수 있는 체험학습도 준비돼 있으니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이 밖에도 자수에 관심이 있다면 한상수 자수박물관을, 작지만 따뜻한 공간에서 전통 매듭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동립매듭박물관 등에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다만 이들 공간에 찾아가기 위해서는 꼬불꼬불한 골목길 중간 중간에 설치된 안내판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 내려다보는 서울 도심 풍경
가회동 길의 끝은 아마도 중앙고등학교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중앙고등학교는 주변에 위치한 경기고, 휘문고 등이 70년대 강남개발 사업으로 옮겨간 뒤에도 이곳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학교로 한국의 근대 건축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다. 또 이곳은 배용준을 한류스타로 만든 ‘겨울연가’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비록 몇 개 세트장은 없어졌지만 강당과 방송실로 쓰인 건물 등은 아직 남아있어 일본인 여성 관광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중앙고 정문 앞에서 노점상들이 팔고 있는 배용준과 류시원, 이병헌 등 한류스타들의 모습이 담긴 대형 브로마이드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이 외에도 중앙고 근처에서 나와 가회동 길이라고 불리는 큰길 외에 창덕궁 방향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고 황혜성 선생이 운영하던 궁중음식연구원을 만나게 된다. 비록 전시공간이라기 보다는 전통요리학원으로 쓰이는 공간이지만 잘 손질된 개방형 한옥인 만큼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 궁중음식연구원 바로 옆 각궁공방, 오죽공방 등도 개방형 한옥으로 전통 공예품을 접할 수 있다.
이렇듯 꼭꼭 숨어있는 보물 같은 장소들을 찾아내고 돌아오는 길. 언덕길을 오르느라 지쳤다고 가회동 한옥마을이 주는 마지막 선물을 놓치진 말자. 멀리 남산타워를 비롯한 서울 종로의 풍경이 가까이에 있는 한옥집들을 걸치고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서울 시가의 모습이 타임머신을 타고 세월을 거슬러온 듯, 다른 시간대 세상을 여행하는 듯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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