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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페라 테너 임형주 어머니 김민호씨가 들려주는 ‘감수성&독립심 키우는 교육법’

“미술관과 고궁 관람하며 감수성 키워주고 어릴 때부터 해외 여행 혼자 보냈어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12.10 15:44:00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 애국가를 부르고 일약 스타덤에 오른 팝페라 테너 임형주군. 올해초 발매된 ‘샐리가든’이 클래식 음반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내년에는 세계적인 음반사 소니뮤직과 손잡고 세계 무대에 진출한다. 임형주군과 그의 어머니를 만나 17세 어린 나이에 이만한 성과를 거두게 한 독특한 교육법에 대해 들어봤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 어머니 김민호씨가 들려주는 ‘감수성&독립심 키우는 교육법’

“올해를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정말이지 저를 위한 해였던 것 같아요.” 팝페라 테너 임형주군(17)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이 올해 들어서만 60번째 하는 인터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올 한해 그에게 쏠린 언론의 관심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해 애국가를 부른 그는 곧 클래식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음반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그의 첫 음반 ‘샐리가든’은 25만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지난 6월엔 미국 카네기홀에서 단독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세계적인 음반사인 소니뮤직과 유통계약을 맺고, 내년 1월부터 이미 발매된 ‘샐리가든’과 ‘실버레인’ 그리고 곧 발매할 3집까지 3개 음반을 미국 일본 프랑스 등 36개국에 발매할 예정이다. 그의 나이 이제 겨우 열일곱,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를 듣고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불과 5년 만에 세계 무대로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클래식 재즈 가요 등 다양한 음악 늘 들려줘
최근 발매된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 마의 성장과정을 다룬 책, ‘내 아들 요요 마’(동아일보사)를 보면 요요 마는 중국인 음악가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철저한 음악교육을 받으며 자랐다고 나온다. 그의 아버지는 어린 요요 마에게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하루 두 소절씩 가르치며 냉혹하게 훈련시켰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국내 최초의 팝페라 테너’라는 수식어와 함께 클래식 음악계에 돌풍을 일으킨 임형주군의 배경에도 부모의 남다른 교육과 정성이 있을 듯싶다. 그러나 임형주군의 어머니 김민호씨(43)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 거창하게 음악교육법이라고 내세울 만한 건 없다”고 말한다. 다만 자신이 워낙 음악을 좋아해 클래식 재즈 가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집안에 늘 음악을 틀어놓고 지냈을 뿐이라고.
그러나 그에겐 일찍이 예술적 기질을 나타낸 아들이 감수성과 독립심을 키우도록 뒷받침하는 특별한 교육법이 있었다.
“형주는 어려서부터 게임이나 만화보다 경복궁이나 덕수궁 같은 고궁에서 산책하는 걸 더 좋아했어요. 그림 그리고, 글 쓰는 것도 좋아했고요. 하여간 보통 아이들과는 달랐어요. 그래서 영어 단어, 수학 공식 하나를 더 가르칠 시간에 자연을 접하고, 음악회나 전시회 관람 같은 문화생활을 즐기며 감수성을 키우고 창의력을 개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김씨는 형주군이 어려서부터 다양한 음악을 듣고, 미술관에 자주 다닌 덕분에 감수성이 풍부하고, 표현력이 뛰어나 세계적인 음악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형주군 역시 자신의 어머니는 한번도 공부하란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김씨의 남다른 교육법을 인정했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 어머니 김민호씨가 들려주는 ‘감수성&독립심 키우는 교육법’

김민호씨는 형주군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만약 저를 ‘학생’이라는 고정된 틀에 맞춰 키우려고 하셨다면 제가 무척 힘들어했을 거예요. 다행히 제 예술적 기질을 일찍 발견하고, 제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게 된 거죠.”
형주군은 17세라는 나이답지 않게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어른스럽고, 자기 표현이 분명하다. 더욱이 최근 발매된 그의 음반 ‘실버레인’은 오페라와 가곡 등 모두 13곡을 담고 있는데 모두 그가 직접 고른 곡들이다. 형주군은 자신이 어떤 일에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자기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 어려서부터 독립적으로 자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형주군은 초등학교 1학년 무렵 여동생과 단둘이 한달 동안 호주 여행을 떠났다. 놀라운 건 그게 그의 첫 해외여행이었다는 사실이다.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자 김씨는 “그게 다 산 교육”이라며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세계에 먼저 도전한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과외공부 시킬 돈으로 방학 때마다 여행을 보냈어요. 티켓에 적힌 대로 게이트를 찾아서 비행기를 타고, 호주에 내려 입국심사를 거치고, 마중 나오기로 한 가이드를 만나기까지 그 모든 과정이 다 산 교육이죠.”
형주군은 남보다 늦게 성악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원학교에 다니는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았고, 각종 콩쿠르의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그러나 김씨는 형주군이 출전한 콩쿠르에 동행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대회가 열리는 곳 근처까지만 차로 바래다주고는 혼자 들여보냈다고 한다. 언뜻 매정하게 보이지만 자신감은 무대 뒤에 앉아 있는 엄마로 인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실력에서 오는 것임을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이런 경험이 그를 단련시켰는지 형주군은 예원학교 졸업을 앞둔 2001년 겨울방학에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예원학교 시절 내내 자신을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또래를 발견할 수 없었던 그는 더 넓은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시험하고 싶었다고 한다.
“엄마한테 대뜸 미국에 가겠다고 했는데도 엄마가 순순히 비행기표를 끊어주시더라고요. 엄마는 제가 방학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려는 줄 아셨대요. 비행기를 타기 이틀 전에야 유학에 뜻이 있어 떠나는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처음엔 반대하시더라고요.”
김씨는 그러나 형주군이 그토록 원하는 일이라면 부딪혀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 곧 미국행을 허락했다고 한다. 물론 아들이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형주군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미국에 내려 인터넷을 검색해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메조소프라노로 활동중인 웬디 호프만의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의 노래실력에 반한 웬디 호프만과 그의 남편이자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반주자인 얼바이가 그의 후원자를 자처했다. 웬디 호프만과 얼바이는 그의 새 음반 ‘실버레인’에 참여했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 어머니 김민호씨가 들려주는 ‘감수성&독립심 키우는 교육법’

오페라와 가곡 등 13곡을 임형주가 직접 선곡해 부른 2집 앨범 ‘실버레인’.


김씨는 형주군을 자신의 아들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의 아들로서 세계 무대에 나가 한국을 알리는 문화사절의 역할을 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형주군이 클래식만 고집할 게 아니라 한국적 색깔을 지닌 대중적인 음악가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이야기했다.
“전 형주가 클래식을 공부했다고 해서 어깨에 힘을 넣고 다니는 건 원하지 않아요. 클래식으로 기본을 다졌지만 심수봉이나 이미자 같은 가수들이 가진 한국 고유의 색깔까지도 소화할 수 있어야죠. 일단 마이크를 잡으면 이미자 노래도 부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위안이 되는 음악을 했으면 좋겠어요.”
어머니의 이런 바람을 아는지 형주군이 즐겨 부르는 ‘18번’ 역시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라고. 평생 잊지 못할 한해를 마무리하며 그는 12월21일 부산문화회관 콘서트에 이어 12월3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송년음악회’를 연다. 그는 한해 동안 자신이 받은 많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클래식을 비롯해 대중가요와 영화음악 등 특별한 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제 곧 세계 무대를 향해 첫발을 내디딜 그가 풍부한 감수성과 자신감으로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팝페라 테너로 자리매김하길 빌어본다.
여성동아 2003년 12월 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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