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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미시 탤런트 김혜선 주부로 느끼는 행복

”다시 연기자로 자리잡기까지 힘들었지만 일과 사랑을 맞바꾸지 않길 잘했어요”

■ 글·정지연 기자(alimi@donga.com) ■ 사진·조영철 기자 ■ 헤어&메이크업·오월 미용실(02-518-8070) ■ 장소협찬·ELY(02-518-9381)

입력 2002.12.11 14:38:00

‘94년 결혼과 함께 안방극장을 떠났다가 97년 브라운관에 복귀, 특유의 차분한 연기로 사랑 받아온 탤런트 김혜선. 요즘 그의 변신이 심상치 않다. 착하고 순종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주병 환자’ ‘부잣집 사모님’처럼 튀는 역할에 도전하고 있는 것. ‘제2의 연기인생’을 맞이한 그가 연기자로, 또 한 남자의 아내와 여섯살짜리 아들의 엄마로 사는 즐거움과 보람.
사랑스러운 미시 탤런트 김혜선 주부로 느끼는 행복
그동안 착하고 심성 바른 한국적 여인상을 연기해온 탤런트 김혜선(33). 그가 확 변했다. MBC 주말 드라마 에서는 사사건건 남동생의 애인을 구박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공주병’ 탤런트, KBS 새 아침드라마 에서는 도도하고 이기적인 홈쇼핑 대주주를 연기한다.
“예전에는 악역을 하고 싶어도, ‘너무 착하게 생겨서 안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기대하지 않았던 배역들이 들어오네요. 연기자로서는 연기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반갑고 기쁜 일인데, 막상 그런 역할을 소화하려니 너무 어색한 거 있죠.”
매력적인 악역은 그나마 낫다. 얼마전 종영한 MBC 미니시리즈 에서는 심지어 남자 주인공 박정철의 엄마 역할까지 맡았다.
“처음에는 젊은 시절만 연기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50대가 된 어머니 역할까지 해야 하는 거예요. 아직 젊은데 여자 연기자로서 그런 배역이 기쁠 수는 없죠. 그래도 피해갈 수는 없어서 나이 든 분장을 했는데 쫑파티하는 날, 최불암 선배님이 절 부르더니 ‘무명 배우도 아니고 예전에 그렇게 인기가 많았던 네가 욕심을 버리고, 이런 역을 맡은 걸 보고 참 놀랐다. 오랜만에 진짜 연기자를 본 거 같아 기분이 좋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씀에 힘을 많이 얻었어요.”
길에서 우연히 CF 관계자의 눈에 들어 연예계에 입문했던 고등학생. 당시 아역 스타였던 장서희, 이연수와 함께 ‘오리온 삐삐코’ CF를 찍던 날을 그는 잊지 못한다. ‘스타’들과 촬영한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던 어린 김혜선은 ‘삐삐코’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여러 명의 엑스트라 중 하나였다. 그러나 누구보다 열심히 춤 연습을 하는 그를 눈여겨본 감독은 맨 뒷줄에 있던 그를 맨 앞줄로 불러냈고 결국 무명인 그가 메인 모델이 되었다.
“어렸을 때 인기도 많이 누려봤지만, 전 스타가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정상에 서려면 누군가를 밀어내야 하는데, 그게 싫었거든요. 물론 연기자로서 욕심은 있었어요. 하지만 ‘인기’때문에 사생활을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었죠. 그래서 한창 전성기에 결혼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가 결혼한 것은 94년. 당시 그는 ‘잘 나가는’ 연기자였다. ‘인기의 척도’라 할 수 있는 CF만 따져봐도 삼성전자, 한국화장품, 조이너스 등 빅 3의 전속 모델이었다. 그때는 지금과 달라서 여자 연기자가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연예계 은퇴’로 받아들이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그는 소중한 사랑을 일과 맞바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유학 가는 남편을 따라 미국행 비행기를 탔고 97년 귀국했다.
“돌아와 보니 연예계에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더군요.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요. 다시 브라운관에 복귀하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드라마에 캐스팅 됐다가 ‘낙하산 인사’에 밀려난 적도 많았죠. ‘찬밥 신세’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실감했어요. ‘한 작품이라도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분명히 알아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독였지요.”
그의 선택은 옳았다. 97년 MBC 아침드라마 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온 그는 2년 후 KBS 우수 여자 연기상을 수상하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보상받았다. 이런 좋은 결과를 빚어낸 데는 그의 낙천적인 성격도 도움이 됐다. 어떤 문제상황에 처했을 때 안달복달하는 건 그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한다.
“밤새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되나요? 아니잖아요. 전 어릴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힘든 상황에서도 자기관리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고민을 적절하게 받아들이는 성격 때문이 아닐까 해요. 그렇지 못했다면 지금쯤 찌들고 지친 얼굴을 하고 있겠죠.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굴에 다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저도 곧 마흔이 될 텐데, 그때의 얼굴에 책임지고 싶어요.”
외모만 보면 버들가지처럼 낭창낭창 여릴 것만 같은데, 내면은 차돌처럼 단단하고 야무진 여자, 김혜선. 그는 마흔을 넘어서 아니, 육순의 나이가 되어서도 연기자로서 계속 남기를 꿈꾼다. ‘스타’가 아니라 ‘연기자’로 언제까지고 남고 싶은 마음, 연기 경력 15년차인 그가 바라는 꿈이다.

사랑스러운 미시 탤런트 김혜선 주부로 느끼는 행복
‘꺽다리 미녀’들이 판치는 요즘 풍토에서 보면 김혜선은 아담한 축에 든다. 그러나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를 보면 도저히 여섯살 난 아들을 둔 엄마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나면 대부분 처녀 시절 몸매를 되찾기 쉽지 않다는데 그는 어떻게 몸매 관리에 성공한 것일까.
처녀 적 그의 몸무게는 41kg. 그러나 출산 후 그의 몸무게는 놀랍게도 80kg까지 육박했다고 한다. 임신 기간에 입덧을 하기는커녕 모든 음식이 ‘꿀맛’이었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살이 부쩍부쩍 찌는 게 당연했다. 문제는 아이를 출산한 후에도 살이 전혀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말 스트레스가 컸어요. 그래서 별의별 다이어트 방법을 다 써봤죠. 결국 적게 먹고 운동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남편과 테니스, 골프를 하고 헬스클럽에 다니는 등 악착같이 운동에 매달렸죠. 그러니까 살이 좍좍 빠지기 시작하더군요.”
지금은 당시처럼 ‘무식하게’ 다이어트에 매달리지는 않는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살을 뺄 목적으로 너무 지독하게 매달린 탓에 운동에 흥미를 많이 잃었다.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었는데, 방송 스케줄 때문에 가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집에서 실내 자전거를 이용해 20분씩 운동하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저녁에는 소량만 먹는 등 식사 조절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약간 찌는 건 크게 신경 안 써요. 사실 살을 너무 많이 빼면 얼굴에 탄력도 없어지고, 건강도 해치게 되잖아요. 게다가 주부가 미혼여성처럼 지나치게 날씬하게 보이려고 하면 부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테고요. 제 입장에서는 ‘날씬하다’는 말보다는 ‘인상 좋아보인다’는 말이 더 칭찬으로 느껴져요.”
그의 피부는 상당히 고운 편이다. 주름도 없고 얼굴도 탱탱하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유학 가는 남편을 따라 미국에 갔던 2년여 동안 피부관리를 전혀 안했더니, 그 영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가끔 거울을 보면 없던 점이나 기미가 보여요. 피부에 좋다는 걸 챙겨 바르지도 않고, 마사지 받는 데도 인색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 요즘 좀 신경이 쓰여요. 그래서 요즘은 그동안 전혀 바르지 않았던 아이크림도 듬뿍 바르고 있어요.”
그가 유난히 신경을 쓰는 건 클렌징. 화장을 안한 날도 비누세안으로 끝내는 법이 없다고 한다. 클렌징 로션, 클렌징 폼, 비누 세안 순으로 3중 세안을 하는 것.
“세안을 할 때는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씻고요. 흐르는 물로 여러번 헹궈내요. 세안 후에는 토너와 로션을 꼭 챙겨 바르죠. 평소엔 화장을 짙게 안하려고 신경쓰고요.”
그는 로맨틱한 디자인의 의상을 즐겨 입는다. 셔츠보다는 블라우스를 선호하고 미니멀한 스타일보다는 레이스나 프릴 등이 달린 옷을 좋아한다. 몸의 라인에 따라 자연스럽게 피트되는 디자인의 정장도 그가 좋아하는 아이템.
“어릴 때 한번도 캐주얼한 옷을 입지 않았던 것 같아요. 쇼핑할 때, 제 딴에는 평범한 걸 고르겠다고 마음 먹어도 늘 평범하지 않은 걸 고르게 돼요. 제 취향이 무난한 것 보다는 엘레강스하고 멋스런 쪽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런 옷들은 보기에는 좋지만 입고 나가기엔 부담스러운 게 사실. 게다가 그의 남편은 조금이라도 요란한 옷이라면 질색을 하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외출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정장을 입는다. 정장도 팬츠 정장보다는 스커트 정장이 잘 어울리는 편이다. 그의 패션 원칙은 TPO에 맞는 옷차림을 하는 것. 시부모님을 만날 때는 똑 떨어지는 라인의 정장을 입는다. 아무리 한여름 삼복더위라도 민소매 옷은 입지 않는 걸 예의로 여긴다.
“요즘 보톡스 주사가 인기라면서요? 전 그런 거 싫어요. 너무 인위적으로 주름살 없이 가꿔진 얼굴은 매력이 없어요. 그런 점에서 고두심 선배를 존경해요. 피부도 너무 좋지만 선배님은 일주일에 한번은 꼭 산에 간대요. 그렇게 자기관리를 잘하는 분들은 주름마저도 멋있게 보이는 것 같아요.”

사랑스러운 미시 탤런트 김혜선 주부로 느끼는 행복

여섯살짜리 아들을 둔 그는 둘째는 은근히 딸이었으면 하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사업가인 남편과 6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대학 1학년 때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미팅 한번 해본 일 없이 결혼에 이르렀다. 시쳇말로 ‘오빠가 아빠가 된다’더니, 그의 경우가 딱 그런 셈이다.
미국에서 낳은 아들은 벌써 여섯살. 훌쩍 커버린 아들을 보고 있노라면 은근히 둘째를 갖고 싶다는 마음도 생긴다는 그다. 특히 엄마와 세트로 옷을 차려 입고 다니는 귀여운 여자아이를 볼 때면 ‘딸 키우는 재미는 어떨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주변에서는 터울이 있으니까 낳을 거면 빨리 낳으라고 해요. 하지만 전 서두를 생각이 없어요. 조금 더 늦어지면 큰애가 둘째를 돌봐줄 수도 있잖아요. 물론 너무 늦으면 다 커버린 큰애 입장에서는 꼬맹이가 귀찮을 수도 있겠죠. 시기를 잘 따져봐야 할 것 같아요.”
‘금이야 옥이야’ 아이를 싸고 돌며 극성으로 돌볼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의외로 ‘터프한’ 엄마다. 아이가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쿵’하고 가구 모서리에 부딪혀도 “아이고, 부딪혔니? 괜찮아, 괜찮아” 하고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것으로 끝이다. 아이가 달리다가 넘어져서 울음을 터뜨려도 쫓아가서 벌떡 일으켜주는 법이 없다. 아이 스스로 일어나도록 기다릴 뿐이다.
“엄마가 너무 호들갑을 떨면 아이가 나약해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키워서인지 우리 애는 의젓하고 대범해요. 손을 다쳤다 싶으면 스스로 밴드를 가져다 붙이는 걸로 끝이에요. 갓난아이일 때부터 ‘거저 키운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이가 순하더니, 지금도 애가 엄마 손을 안 타네요.”
이렇게 ‘통 큰 육아법’은 가끔 손자를 보러온 시어머니를 기겁하게 만든다. 그러나 며느리를 친딸마냥 아끼는 시부모는 늘 며느리 편에 서준다. 그는 KBS 우수 여자 연기자상을 수상했을 때 “연기활동을 재개하면서 너무나 힘들어할 때 시어머니가 저녁을 사주시며 ‘인생이란 다 그런거다’라고 위로해주셨던 게 기억난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워낙 시부모님들이 좋으세요. 절 볼 때마다 뭐 줄 게 없나, 반찬 하나라도 더 챙겨서 가라며 마음을 쓰세요. 제가 나오는 드라마는 꼭 보고 모니터링도 해주시고요. 그래서인지 이제까지 고부갈등을 느껴본 일이 없어요. 오빠한테도 하는 말이지만, 전 시부모님 보고 결혼을 결정한 거나 다름없어요. 아들은 아빠를 닮는다고 하잖아요. 남편이 아버님 반만 닮아도 행복하겠구나 생각했거든요.”
그가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수지의 70평형 빌라. 위층에는 친정어머니가 살면서 방송일로 바쁜 딸을 도와 손자를 돌보고 있다. 거리가 멀다 보니, 방송이라도 있는 날이면 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서둘러야 한다. 촬영 후에는 바로 돌아와서 여느 주부처럼 집안일을 한다.
“요리를 제법 하는 편이에요. 레시피 대로 만들지 않고 대충 눈대중해서 만드는데도, 다들 먹어보면 맛있대요. 미국에 갔을 땐 요리의 ‘초자’였어요. 그런데도 대충 전화로 듣고, 김치도 담그고, 팥죽도 만들고, 송편도 빚을 수 있더라고요. 특히 간을 아주 잘 맞춰요.”
처음에 인터뷰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했던 그는 인터뷰를 결정하고나자,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예의 바른 태도와 공손한 말투, 그리고 타인에 대해 배려하는 그를 보면서 어떻게 ‘연예계 복귀’에 성공했는지 새삼 알 것 같았다. 큰 성공이나 부를 이룬 사람보다 기본을 지키는 사람이 훨씬 더 커 보이는 때가 있다. 자그마한 몸집의 김혜선이 그랬다.
여성동아 2002년 12월 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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