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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LAW

아내에게 외면당하고 외도한 기러기 아빠의 이혼 청구

이재만 변호사의 여성 로스쿨

기획 · 김명희 기자 | 글 · 이재만 변호사 |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 디자인 · 이수정

2016. 05. 18

우리나라 법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러기 생활’ 중 외도를 한 남편은 10년 동안 한국을 한 번도 찾지 않은 아내와 혼인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할까.

Q 11년째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는 40대 후반의 남성입니다. 아내는 2005년 아이들 교육을 위해 캐나다로 떠났고 저는 서울에서 홀로 살다가 5년 전 새로운 여성을 만나 동거 중입니다. 그동안 매달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내줬지만 아내는 한 번도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번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부부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멀어졌지만 아내는 이혼은 싫다고 합니다. 소송을 내고 싶지만 주변에서는 제가 유책 배우자라 승소할 가능성이 없다며 만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정 파탄의 책임은 아내에게도 있고, 최근에는 유책 배우자가 낸 이혼소송도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추세라고 하던데,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면 이길 가능성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우리나라 법원은 기본적으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유책주의라 하며, 유책 배우자란 부정 행위를 저지르는 등 혼인 관계 파탄에 직접적인 책임을 가진 배우자를 말합니다. 반면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른 경우라면 책임 소재와 상관없이 이혼 청구를 인정하는 것을 파탄주의라고 하는데,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 법원도 유책주의에 예외를 두고 있는데,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났고, 상대방도 결혼 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에도 오기나 보복의 심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유책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이혼 청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예외 사유가 굉장히 엄격하게 적용됐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유책 배우자 이혼 청구권의 범위가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생활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라 하더라도 책임 정도가 중하지 않거나 세월의 경과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고, 혼인 관계를 강제로 유지할 경우 상당한 고통이 따르는 경우에는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권을 둘러싼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공개 변론을 열었는데, 이에 대해 우리 법원이 파탄주의로 입장을 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있었으나 대법원은 7 대 6으로 유책주의를 고수하였습니다.



즉, 우리 법원은 여전히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문의하신 분의 경우 외도를 한 당사자이기에 이혼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근래 상담자와 비슷한 사례들, 즉 이미 혼인 관계가 파탄에 가까운 상태의 ‘기러기 아빠’가 외도를 한 경우에 대한 판례가 있었는데요. 고등법원은 여기에 대하여 이혼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담자께서 외도를 저지르기 전 6년간 아내는 한국에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고 전화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 그럼에도 매달 생활비를 부쳐주었다는 점에서 아내에게도 유책 사유가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 판결 역시 7 대 6으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의 기로에 서 있으며, 유책주의의 원칙 하에서 예외를 좀 더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혼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법률 전문가를 찾아 이혼이 가능할 것인지 자세히, 그리고 신중히 검토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이재만 변호사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리틀 로스쿨〉〈주니어 로스쿨〉〈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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