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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X-FILE | 김진 기자의 먹거리 XX파일

‘꼼수’로 가득한 식품 표기, 이대로 괜찮은가!

글 · 김진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 | 사진 · 채널A REX

작성일 | 2015.09.03

칼로리와 트랜스지방 등을 그토록 조심했건만 혹시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살이 쪘던 불상사가 발생하진 않았는가? 그런 경험이 있다면 지금부터 눈 크게 뜨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트랜스지방과 칼로리가 교묘한 전략으로 우리를 공략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 법. 적군의 세 가지 계략(計略)을 공개한다.
‘꼼수’로 가득한 식품 표기, 이대로 괜찮은가!
1계(計). 트랜스지방이 숨는 법

‘먹거리 X파일’ 취재를 위해 평소 장을 자주 보는 주부들에게 물었다.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 어떤 것을 따지는지를 물은 결과, 유통기한, 열량, 나트륨, 트랜스지방, 색소 등의 순으로 꼼꼼히 살펴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똑똑한 주부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철통같은 감시를 하고 있음에도 트랜스지방은 이 감시망을 피해서 우리의 몸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적군의 1계(計), 바로 트랜스지방이 숨는 방법을 간파하는 것이 급선무다. 트랜스지방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모든 식품업체들에게 사용을 중단시킨 바 있는 유해 물질이다. 인체에 축적될 경우 비만과 심장병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킨과 튀김, 팝콘류 등에 트랜스지방이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랜스지방의 존재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절에는 과자류 등에 트랜스지방 표기가 없었던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웬만한 식품에 ‘트랜스지방 0g’이라고 대문짝만 하게 표시돼 있다. 소비자들이 인체에 유해한 트랜스지방을 경계한 결과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트랜스지방이 우리 몸 안으로 침투했을까.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트랜스지방 0g’ 표기 과자 중 대표적인 감자 스낵인 ‘포XX’, 옥수수 과자 ‘콘X’,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XX’ 등 5개를 무작위로 선정해 영양소 성분 검사를 진행했다. 지방산을 분석하는 기계를 이용해 시중에 출시된 과자들에서 트랜스지방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한 실험이다. 과자들의 표기대로라면 영양소 성분 검사 결과 트랜스지방은 0g이 나와야 한다. 충남대학교에 성분 검사를 의뢰한 결과 충격적이게도 5개의 과자 중 트랜스지방이 0g인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검사 결과가 믿기지 않아 재차 실험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믿었던 아군에서 적의 스파이를 발견했을 때의 배신감이랄까. 제품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100g당 0.16g이 검출된 샘플도 있었다. 이 정도 수치면 팝콘이나 튀긴 만두의 트랜스지방 함유량과 같은 수준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문제는 식약처의 표기 기준에 있었다. 식약처 기준에 따르면 트랜스지방 0.2g 미만인 경우엔 0g으로 표기할 수 있다. 취재를 위해 식약처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소비자에게는 무의미한, 무시할 수 있는 양이라 간소화시킨 차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과연 식약처의 말이 사실일까. 트랜스지방은 그 자체로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계속해서 이 같은 과자를 먹을 경우 인체에 트랜스지방이 축적돼 고혈압, 당뇨, 비만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식약처의 식품 표기 기준이 식품업체의 편의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지,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과자를 상대적으로 많이 섭취하는 어린아이들의 경우 어릴 적부터 트랜스지방이 인체에 축적될 수 있는데, 더욱더 큰 문제는 우리가 이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른다는 데 있다. ‘트랜스지방 0g’이란 식품 표기에 속아서 말이다.

2계. 다이어트 음료의 함정

“다이어트 콜라로 주세요.”

이 한마디면 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필자도 그랬다. 더 나아가 녹차 음료, 17가지의 잎을 우려낸 음료, 탄산수 등은 조금 씁쓸하거나 입맛에 맞지 않아도 칼로리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니 안심하고 마셔왔다. 요즘 인기 있는 음료들의 단 한 가지 공통점은 ‘칼로리 0’, 즉 제로 칼로리 음료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속았지롱’이다. 위에서 열거한 인기 있는 제로 칼로리 음료 중 5개를 무작위로 선정해 성분 검사를 의뢰한 결과, 칼로리가 0인 음료는 단 한개도 없었다. 100ml를 기준으로 2kcal, 1.64kcal 등이 검출됐다. 음료 한 병이 많게는 1500ml니까 무려 30kcal가 들어있는데도 표기는 ‘0kcal’로 돼 있는 셈이다. 많이 마실 때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로 칼로리 탄산수를 2병 정도 들이켜고, 오후 취재를 하면서 잎 차류의 음료 2병 정도, 식사 이후 개운하게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한 병 정도를 마시는데, 다 합치면 밥 한 끼 칼로리에 준하는 양이다. 결국 다이어트한다면서 밥을 네 끼 먹는 경우가 된 셈이다.

이번에도 식약처의 식품 표기 기준이 문제였다. 트랜스지방 때와 마찬가지로, 식약처에 기준에 따르면 100ml당 4kcal 미만이면 ‘0ml’로 표기가 가능하다. 1.5ml 음료 한 병에 들어 있는 60kcal도 따라서 ‘0kcal’로 표기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쯤 되면 식약처가 소비자와 식품업체 중 누구편인지 헷갈릴 정도다. 표기의 간소화라는 그럴듯한 이유는 결국 식품업체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이고, 행정 업무의 간편함을 위해서란 뜻 아닌가. 여기에 소비자의 건강과 알 권리를 위한 고민이 조금이라도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어쩐지 분명 내 입맛엔 단데, 자꾸 칼로리가 ‘제로’라고 선전해대서 미심쩍었던 적이 한두 번인가.

물론 다이어트 콜라나 다이어트 사이다 등 제로 칼로리 음료에는 일반 음료에 비해 월등히 적은 양의 당 성분이 들어 있다. 따라서 칼로리와 당 섭취가 훨씬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아스파탐이란 인공 당을 사용했기 때문인데, 극 소량으로도 많은 양의 설탕을 대신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인체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식품 첨가물이기 때문에 이 역시 안심하고 마구 섭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어도 소비자들은 식품에 몇 칼로리가 들어 있는지 정확하게 알 권리가 있다. 4kcal 미만이면 아무렇게나 대충대충 ‘0kcal’로 표기해도 된다는 자세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꼼수’로 가득한 식품 표기, 이대로 괜찮은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과자 중에는 ‘트랜스지방 함유량 0g’ 표시로 소비자를 속이는 제품들이 매우 많다.

3계. 아이들 영양 간식의 두 얼굴

요즘 알레르기 비염부터 아토피 등의 증상이 있는 아이들이 꽤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입에 들어가는 건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야 한다. 시중에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들이 참 많이 출시돼 있다. ‘우리 아이 영양 간식’ ‘아이용으로 만든 과자’ ‘아기를 위한 과자’ ‘유아용 요구르트’ 등등. 아이들의 영양 성분 섭취 기준은 어른과는 명백히 다르다. 어른들이 먹는 식품보다 영 · 유아용 제품은 훨씬 더 적은 비율의 나트륨, 당분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16개의 영 · 유아용 과자, 음료 등의 제품을 분석한 결과 기준에 맞는 식품 표기는 단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2개의 제품은 영 · 유아용 식품으로 선전하면서 성인 섭취 기준으로 표시돼 있었다. 영 · 유아용 섭취 기준으로 나트륨이 10%나 들어 있는 과자가 성인 기준으로 4%로 낮춰서 표기가 돼 있는 식이었다. 더 황당한 것은 당분을 확 줄였다는 영 · 유아용 요구르트가 일반 콜라, 사이다보다 높은 당도로 측정됐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2009년부터 어린이 영양 불균형 문제를 없애기 위해 고열량 제품 규제가 실시됐는데, 1회 제공량당 250kcal가 넘으면 학교 판매가 금지된다. 그런데 문제는 1회 제공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식품업체들이 제멋대로 1회 제공량을 정하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가 실험한 과자의 경우 전체 열량은 640kcal로 규제에 걸리지만 제공량을 4회로 나누면 1회 제공량이 160kcal로 규제를 벗어날 수 있었다. 식품업체들이 이처럼 규제를 피하기 위해 어린이들이 먹는 과자의 성분 함량을 쪼개고, 나누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식품 표기에 숨겨진 꼼수와 민얼굴을 샅샅이 파헤쳤다. 식품 표기만 믿고 제품을 섭취했다간 이 험한 살과의 전쟁에서 자칫 패배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위에 언급한 적들의 3계(計)를 명심하길 부탁드린다. 소비자가 더 많이 알고 더 똑똑해 질수록 식품업체들과 관계 당국이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지 못한다.

디자인 ·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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