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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ourmet

빵과 커피면 됐지!

맛집 탐험가 김지영의 테이스티 맵 프릳츠

2016. 09. 06

‘프릳츠에서 만나자’는 친구의 문자를 받고 오타를 내는 친구가 아닌데 웬일로 오타를 다 냈을까 싶었다. 프리츠도 아니고 프릿츠도 아니고 프릳츠라니, 게다가 검색해보니 정식 이름은 프릳츠 커피 컴퍼니다. 빵과 커피를 파는 카페라면서 ‘ㄷ’ 받침도 모자라 컴퍼니까지…. 김병기 대표를 만나자마자 질문을 쏟아부었지만 대답은 영 시원찮았다. “프릳츠에는 별 뜻이 없는데요. 그냥 지은 거라서. ㄷ 받침을 의도적으로 넣기는 했습니다. 그냥 좀 귀에 걸리거나 눈에 걸리면 좋잖아요. 뭐지? 하는 궁금증도 생기고. 물개 그림도 별 뜻이 없습니다. 한글 로고가 좋아서 일단 먼저 만든 다음 디자이너에게 하다못해 ‘물개 그림이라도 넣어주세요’ 했는데 정말 물개를 그리셨더라고요.” 그러니까 물개가 요염하게 누워 커피 한잔 마시는 그림은 우연히 탄생한 것이고 프릳츠에도 특별한 뜻은 없단다. 다만 의도한 게 있다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느낌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것. 의미가 한 번에 와닿지 않아서 사람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면 좋겠고, 익숙하지 않은 설렘이 있으면 한다. 모호함이 주는 낯섦이 좋다. 이 정도만 생각했단다.

이전에 갈비집이었다는 2층집을 개조한 카페 안으로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어릴 적 우리 집에서 봤던 낡은 화집, 엄마가 쓰시던 옛날 불투명한 흰 접시, 아직도 이사갈 때마다 꾸려 다니는 낡은 자개장이었다. 물컵으로 쓰는 분홍색 플라스틱 컵은 그러데이션이 있긴 하지만 왠지 촌스러우면서 반갑다. 한쪽 벽면에 기대어 있는 옛 자개 화장대는 그야말로 예스럽다. 초등 시절 교실에 있던 의자를 그대로 카페에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인테리어는 오직 김 대표의 취향을 반영했다는데 1970~80년대 우리나라 정서에 유난히 애착이 많아 보인다. 1층 가운데에 오픈된 주방이 자리하고 있다. 아무리 오픈식이라 해도 보통 한쪽 벽면은 붙여주는데 기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운데 배치했다고 하니 의도라는 건 도대체 찾을 수가 없는 사람이다.

규모에 걸맞지 않게 생두를 중남미와 인도 지역에서 직접 거래하고, 디자인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과 시간을 쓰고, 신입과 사장의 시급이 별로 차이 나지 않는 곳이 바로 프릳츠 커피 컴퍼니다. 또한 좋은 원두로 승부를 봐서 신선한 커피와 고소함이 남다른 빵이 유명한 곳이다. 주변에 아무런 상권이 형성되어 있지 않음에도 아침부터 사람들로 붐비는 프릳츠는 좋은 의도가 선하게 빛나는 곳이다.




ADD 서울시 마포구 새창로2길 17
TEL 02-3275-2047






          
김 지 영


아침을 먹고 나오며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한다. 보도 자료에 의존한 레스토랑 소개 글에 지쳐 직접 탐방해보고 뭔가 이야기가 있는 식당을 소개한다. 홍보대행사 함샤우트에 근무한다.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이상윤
디자인 조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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