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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OURMET

옥수역 1번 출구 고깃집

맛집 탐험가 김지영의 테이스티 맵_일품생고기

기획 · 한여진 기자 | 글 · 김지영 | 사진 · 김도균 | 디자인 · 유내경

2016. 01. 22

예상 못 한 이른 퇴직과 사업 실패가 이어진 후, 테이블 4개로 시작한 작은 고깃집은 이제 서울 지하철 옥수역 1번 출구의 명물이 되어 멀리서도 찾는 단골 많은 식당이 되었다.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는 상가에 위치한 ‘일품생고기’는 특색 없는 식당 이름과 외진 위치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고기 맛을 알아보고 찾는 손님으로 북적댄다. 저녁이면 외지에서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단출하지만 맛이 꽉 찬 점심 메뉴 덕에 낮에도 여지없이 붐비는 식당이다.
지하철역을 나와 여전히 허름한 길을 따라 조금 지나면 크고 허술한 간판이 보인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당 풍경을 하고 있는 ‘일품생고기’는 첫인상을 뒤집는 반전의 맛이 숨어 있다. 고깃집의 맛이야 고기의 질이 거의 모든 걸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기를 매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고 매일 새벽 품을 팔아 고기를 구하는 주인의 부지런함에 달려 있는 셈이다. 매일 새벽 고기를 직접 구입하는 이곳 주인의 부지런함은 대한민국 둘째라고 하면 서운할 정도다. 주인이 가장 자신 있게 내놓는 메뉴는 살치살이다. 등심의 일부인 살치살은 부위가 워낙 적은 편이지만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은 최고다. 고기를 구할 때도 정성을 다하지만 손질할 때도 중간에 낀 지방 부위를 알뜰살뜰 발라내 마블링이 적당하고 식감이 좋은 고기 맛을 살린다.
생고기와 더불어 점심 메뉴도 추천한다. 이 식당의 최고 가성비는 점심이다. 등심을 썰어 넣어 푹 끓인 육개장(7천원), 주인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김치로 끓이는 김치찌개(7천원), 매콤함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제육두루치기(7천원) 등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점심에 푸짐하고 뜨끈하게 즐길 수 있는 알찬 메뉴가 많다. 과하게 맵지 않으면서 깊은 맛이 우러나는 육개장은 진한 고기 육수 맛이 난다. 칼칼한 김치찌개는 지나치게 짜지 않아 밥과 함께 국물을 많이 먹을 수 있어 좋다. 둘이 가서 육개장과 김치찌개를 하나씩 시키고 가끔 호사를 부리고 싶을 때 제육볶음을 추가해도 좋다.  
이곳은 설날과 추석에만 쉬고 일 년 내내 휴일이 없다. 혹시라도 멀리서 온 손님이 허탕치고 돌아갈 것을 염려한 주인의 배려인 셈. 어렵게 식당을 열었을 때의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손님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생각이야말로 고기 맛을 더 좋게 만드는 비법 중의 비법인 듯하다. ADD 서울시 성동구 독서당로 40길 29 TEL 02-2295-6566



김지영
미식가라기보다는 대식가. 아침을 먹고 나오며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한다. 보도 자료에 의존한 레스토랑 소개 글에 지쳐 식당들을 직접 탐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전문가는 못 되고 보통 아줌마가 먹어보고 음식이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광고 대행사 TBWA KOREA에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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