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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ITH SPECIALIST 맛집 탐험가 김지영의 테이스티 맵

보약보다 소꼬리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복식당

기획·한여진 기자 | 글·김지영 | 사진·홍중식 기자

2015. 03. 13

보약보다 소꼬리찜

1 오랫동안 푹 끓여서 깊은 맛이 나는 진곰탕. 1만3천원. 2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일품인 꼬리찜. 6만원. 3 꼬리찜이나 탕의 고기를 싸 먹으면 맛있는 부추겉절이.

오복식당에 사람을 데려가면 보이는 첫 반응은 대략 비슷하다. ‘아니, 강남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어요?’ 신사역에 자리 잡고 있는 오복식당은 1979년에 오픈했으며, 현재 사장님이 1983년 시누이로부터 물려받아 장사를 하고 있다. 주변이 온통 논밭이었을 무렵부터 시작해, 번화가로 변신해 화려해진 뒤에도 주위 환경에 기죽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23.1㎡(7평)의 작은 식당은 테이블이 있는 홀과 안쪽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다. 나는 늘 예약을 하고 방에 앉아 먹는 걸 선호한다. 특히 3월처럼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철에는 뜨뜻한 방에 앉아서 국물을 들이켜야 제맛이다. 보통 수육을 찜으로 많이 먹는데 나는 약간 심심해 꼬리찜을 고집한다. 꼬리찜을 하나 주문하고 각자 입맛대로 탕을 시키면 소주가 절로 들어간다. 수육이야 어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꼬리찜은 흔하게 보지 못했다. 잘 씻은 꼬리를 2시간가량 푹 삶은 뒤 손님에게 낼 때 참기름을 살짝 치는 게 전부다. 꼬리찜은 함께 나오는 부추겉절이를 싸서 먹어야 맛있다. 부추 역시 별다른 양념 없이 간장과 고춧가루만 넣어 살짝 버무리는데 한 접시가 모자라 매번 더 시킨다. 부추랑 싸서 먹다가 마지막엔 뼈를 들고 붙어 있는 살을 알뜰살뜰 발라 먹는다. 탕에 들어 있는 고기를 먹을 때도 부추에 싸 먹으면 맛있다. 탕은 꼬리탕, 우족탕, 진곰탕이 있다. 꼬리는 호주산이고 나머지는 모두 국산 재료를 사용한다.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나오는데 신선한 재료를 선별해 2주에 한 번 직접 담근다.

지금은 직장인이던 아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가업을 잇고 있다. 투박한 나무 테이블과 갈라진 나무 의자가 정겨운 오복식당. 사장님 건강하시고 주변에 어떤 식당들이 들이닥치건 언제까지나 변함없는 맛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저녁 10시까지 영업하고 중간에 쉬는 시간은 없다. 참, 포장도 가능하니 참고하시길.

보약보다 소꼬리찜
김지영 미식가라기보다는 대식가. 아침을 먹고 나오며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한다. 보도 자료에 의존한 레스토랑 소개 글에 지쳐 식당들을 직접 탐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전문가는 못 되고 보통 아줌마가 먹어보고 음식이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광고 대행사 TBWA KOREA에 근무한다.

디자인·김석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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