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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kaleidoscope

Gisele Bundchen, Brazil and Fashion

스타디움에 선 슈퍼 모델 지젤의 하이힐

작성일 | 2016.09.01

Gisele Bundchen, Brazil and Fashion
2016 리우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시작 전엔 지카 바이러스와 치안 및 운영 전반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최근 열린 여느 올림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충실한 대회였다는 평이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지구의 허파, 아마존을 보유한 나라답게 자연 친화적인 콘셉트와 남미 특유의 역동적인 정서를 피력해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중에서 많은 이들에게 큰 인상을 심어주었던 장면은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슈퍼 모델 지젤 번천(36)의 우아한 캣워크였다.

Gisele Bundchen, Brazil and Fashion
지젤 번천이 다니엘 조빔이 연주하는 감미로운 보사노바 곡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에 맞춰 황금빛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며 등장하자 광활한 마라카낭 스타디움이 순식간에 꽉 차 보였다. 그녀가 입은 골드 시퀸 드레스는 브라질 출신의 디자이너 알렉산드르 헤르치코비치의 작품으로, 제작 기간만 4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여성의 사회적 권력 신장에 포커스를 맞추었던 샤넬의 2015 S/S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잠정적 런웨이 은퇴를 선언했던 지젤 번천은 자신의 모국 브라질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위해 다시 한 번 무대 위에 섰다. 그리고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청나게 긴 런웨이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완벽한 워킹을 선보였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올림픽의 개막식이 열리는 스타디움을 가로지르는 패션모델의 캣워크가 이토록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개막식이 끝난 후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브라질의 대표로 개막식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워킹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었으며, 울음이 터질 것 같았으나 지구촌의 축제를 눈물로 시작할 수 없어 간신히 참았노라고 털어놓았다.  

지젤 번천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현존 최고의 모델이다. 2014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를 움직이는 파워 우먼’ 랭킹에서 패션모델로는 유일하게 100위 안에 들었고,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모델로 군림해왔다. 2014년만 해도 4백80억원의 수입을 올렸는데, 이는 요즘 대세로 꼽히는 미란다 커의 3배에 달하며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로 할리우드 블루칩으로 떠오른 제니퍼 로렌스나 기네스 팰트로,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유명 배우들의 수입도 가뿐히 능가하는 압도적인 액수다.

그녀가 이렇게 대단한 수입을 계속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천부적인 재능과 자기 관리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로부터 열렬히 러브 콜을 받아온 덕분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의 패션 시장이 든든하게 받쳐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가 지방시의 진 라인이나 샤넬 No.5 모델로 활동하면서 거둬들이는 수입도 만만치 않지만, 남미 기반의 패션 및 뷰티 브랜드를 통해 올리는 수익도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주요국 패션 시장의 규모는 이미 유럽을 넘어서 세계 3위권에 진입했으며, 뷰티와 생활용품 시장도 2020년 안에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권을 넘볼 만큼 큰 마켓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미를 기반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패션 브랜드도 상당히 많다. 최근 필자가 지젤 번천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한 브라질 베이스의 주얼리 브랜드 비바라(VIVARA), 럭셔리 캐주얼 브랜드 콜치(COLCCI)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콜치는 지젤 번천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메인 모델로 캐스팅할 정도로 그녀에 대한 신뢰가 깊다.

세계 패션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브라질  

Gisele Bundchen, Brazil and Fashion

◀ ‘쪼리’의 대명사 하바이아나스의 슬리퍼.
▶ 브라질 기반의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오스클렌.

올림픽 개막식의 인상적인 워킹 때문에 지젤 번천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패션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브라질 브랜드들도 많다. 일명 ‘쪼리’라고 불리는 비치 샌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하바이아나스(Havaianas), 고무로 만든 여성용 패션 슈즈로 비비안 웨스트우드, 칼 라거펠트 등과의 콜래보레이션으로도 유명한 멜리사(Melissa)를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또한 아마존 강 유역에서 채취한 천연고무와 오거닉 코튼으로 만든 스니커즈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베자(VEJA)도 브라질과 프랑스의 합작 브랜드다. 뉴욕 패션 위크에서 컬렉션을 진행하고 소호에 매장까지 전개하고 있는 하이엔드 지향의 오스클렌(Osklen), 리우데자네이루에 본점을 두고 뉴욕을 비롯해 런던, 파리에도 부티크를 전개하고 있으며, 리아나, 안젤리나 졸리, 샤론 스톤, 케이트 블란쳇 등 많은 셀레브러티 팬을 보유하고 있는 주얼리 브랜드 에이치스턴(H.Stern)도 브라질을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다.

1870년에 창립해서 약 1백5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약국 화장품 브랜드 그라나도(Granado)는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클래식한 패키지가 특징으로, ‘남미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로 불리며, 파리의 명품 백화점 봉 마르셰에 입점하는 등 최근 친환경 뷰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브라질의 패션 산업은 한국과도 인연이 각별하다. 한때 한인 이민자들이 브라질의 의류 도매 시장을 꽉 잡았던 시절도 있었으며, 주사라 리와 젬마 강을 비롯한 브라질 한인 2세들이 뉴욕에서 자신의 레이블을 만들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지금은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각국에서 드라마와 K-팝 등 한류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아직 한국에서는 브라질이 그리 가깝게 느껴지는 나라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최소 24시간의 비행시간이 필요할 만큼 일단 거리적으로 먼 나라이기에 심리적으로도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구한 역사와 장대한 환경 그리고 특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나가고 있는 브라질의 패션과 뷰티 산업에 조금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을 것이다. 2016 리우 올림픽을 통해 한국이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국가와 좀 더 가까워졌기를 바라며.

Gisele Bundchen, Brazil and Fashion
Joel Kimbeck
뉴욕에서 활동하는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줄리아 로버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함께 작업해왔다. 현재 ‘pertwo’를 이끌며 패션 광고를 만들고 있다. 〈레드 카펫〉을 번역하고 〈패션 뮤즈〉를 펴냈으며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에 칼럼을 기고한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뉴시스AP REX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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