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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singer #interview

유쾌한 지혜 씨, 꽃길만 걸으세요

editor 정희순

작성일 | 2017.06.07

보고만 있어도 빙그레 웃음이 나는 사람이 있다. 요즘의 이지혜가 그렇다.
유쾌한 지혜 씨, 꽃길만 걸으세요




낭랑한 목소리. 스튜디오 앞에서 만난 그녀가 밝게 인사를 건넨다. 학창 시절 내내 그녀의 노래를 귀에 달고 살았던 경험 때문인지 그 목소리가 유달리 반갑다. 그룹 샵의 메인 보컬이던 이지혜(37)는 근래 들어 부쩍 예능 출연이 많아졌다. 요즘 그녀에게 붙은 별명은 ‘거침없는 입담꾼’이다. 아직 미혼인 여자 연예인이 하기 어려워하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불쑥’ 꺼내는가 하면, 쟁쟁한 예능인들 사이에서도 결코 주눅 드는 법이 없다. 그녀가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세 개나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룹 샵의 멤버로 활동할 당시만큼은 아닐지라도, 지금이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그녀의 전성기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녀는 얼마 전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해 한동안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방송에서는 바쁘게 활동하는 요즘의 근황과 함께 그룹 해체 이후 그녀가 겪은 어려움, 내적 고민들이 소개됐다. 그녀는 1998년 그룹 샵으로 데뷔해 메인 보컬로 활동했는데 같은 그룹 멤버와의 갈등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2002년 그룹이 해체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그녀는 솔로로 전향해 신곡을 발표하고 활동을 재개했지만,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는 쉽지 않았다.

급기야 최근 몇 년 동안 생활고로 힘들어하다 결국 살던 집을 정리한 후 부모님 댁에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방송에서 속내를 털어놓던 그녀의 코끝이 일순간 빨개지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마냥 밝고 씩씩해 보이던 모습 이면에 가려졌던 그녀의 그늘을 발견한 것 같아 짠한 마음이 들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그녀에게 물었다. 새침데기 같았던 과거는 온데간데없이 왜 이렇게 솔직해졌냐고. 그녀가 답했다. “숨기고 감추는 건 스스로를 외롭게 만드는 길이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요즘 방송에 자주 나오시더라고요. 한동안 만나기 힘들었는데(웃음).
김신영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정오의 희망곡〉의 토요일 코너에 고정으로 출연하고 나서부터 점점 일이 많아진 것 같아요. 워낙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인 데다 김신영 씨가 베테랑 DJ다 보니 도움을 많이 받았죠. TV 프로그램 중에선, 〈해피투게더〉에서의 제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나 봐요. 그때 함께 출연했던 딘딘과 호흡이 좋았다면서 주변에선 ‘레전드급’으로 웃겼다는 얘기까지 들었거든요(웃음). 사실 제가 방송국 인맥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 와서 보니 예능 잘하는 사람들은 다들 인맥 관리도 꾸준히 잘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이제 조금씩 인맥을 쌓아가는 중이에요.

예능 대세가 된 비결이 뭐예요. 
요즘 트렌드가 ‘병맛 코드’잖아요. 완벽해서 괴리감이 느껴지는 사람보다는 저처럼 모자란 사람을 시청자들이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트렌드가 된 것도 대중이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고요. 그래서 아예 빗장을 풀었어요. 나의 부족한 모습들도 감추지 않고 오픈하는 게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원래부터 솔직한 성격이었나요.
많이 변한 거죠. 예전엔 새침데기에 가까웠어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상대를 10번 만나도 친한 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서운해했던 사람도 많았어요.

▼솔직해져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일을 하고 싶어도 잘 안 풀렸어요. 2015년에 발표한 신곡도 잘 안됐고요. 예전에 모아뒀던 돈을 계속 쓰다 보니 통장 잔고는 떨어져만 갔죠. ‘쉬어야지’ 하고 일을 안 한 게 아니라 찾아주는 곳이 없어서 의도치 않게 일을 쉬게 된 거예요. 그때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살이 5kg이 빠지고 원형 탈모까지 왔어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결혼 후 미국에서 지내던 쿨의 유리 언니에게 항공권만 달랑 끊어서 갔죠. 겨우 몸을 추스르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여전히 상황은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결국 정안(채정안) 언니에게 그 얘기를 털어놨어요. 그때 언니가 “너 왜 그걸 지금 말하니” 하고는 바로 다음 날 1천만원을 보내줬어요. 그때 알았죠. 자꾸 숨기고 감추는 건 외로워지는 길이라는 걸요.

유쾌한 지혜 씨, 꽃길만 걸으세요
▼지금은 돈을 갚았나요.
원래 반전세 집에 혼자 살고 있었는데,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아서 정리를 못 한 상황이었어요. 집을 정리하자마자 가장 먼저 정안 언니 돈을 갚았고, 아버지께 중고 택시 한 대를 사드렸어요. 그 후로는 부모님 집에 들어가 살고 있어요. 

▼그렇게나 힘든데, 가족에게는 말하지 않았나요.
일찍부터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서 저는 이미 쭉 독립적인 생활을 해왔어요. 부모님이나 가족은 제가 안고 가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일찍 데뷔한 연예인들은 대부분 저처럼 생각할 거예요.

▼힘들 때 버틸 수 있었던 건 동료 연예인들 덕분인가요.
그렇죠. 삶이 힘들어지면 그제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해요. ‘내가 왜 힘든 거지?’ ‘무엇 때문에 사는 거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하죠. 철학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고, 점을 보러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크리스천인 저는 교회를 찾았어요. 개그우먼 이성미 씨가 만든 연예인 크리스천 단체가 있는데, 거기서 아이티 지역 선교팀장인 원희(김원희) 언니가 아이티에 같이 봉사 활동을 가자고 권하더라고요. 거기 가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면서요.

▼아이티에서 답을 찾았나요.
아뇨. 거기선 정신없이 바빠서 그런 고민을 할 새도 없었어요. 아이티는 기본적인 의식주조차도 갖춰지지 않은 나라예요. 그곳 사람들은 말도 안 되게 열악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죠. 정신없이 봉사 활동만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보니 ‘내가 참 한심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끼를 제대로 못 먹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은데 나는 고작 이 정도로 힘들다고 투정을 부린 거잖아요. 그리고 다짐했죠. 앞으로는 미래 지향적인 고민을 하기로요.

▼연예계 활동이 잘 안 풀리면 다른 곳에 눈을 돌려볼 수도 있었을 텐데요.
물론 고민했죠. 그룹 활동을 할 때도 도망치고 싶어서 항공사 승무원 시험을 본 적도 있었으니까요. 부동산 중개업 공부를 해볼까, 자동차 딜러를 해볼까, 플로리스트를 할까. 그런데 대부분 생각에 그쳤어요. 주변에 “저 다른 일을 해볼까 해요” 하고 말해도 다들 장난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연예인이 일이 없어서 쉰다고 비연예인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일반 회사원처럼 직장을 그만두는 개념도 아니고. 그냥 받아들이고 사는 거죠.

▼본인에 관한 댓글을 자주 찾아보는 편인가요.
그럼요. 댓글 찾아보다가 제가 댓글을 달기도 하는걸요. 최근 선거 이후 대통령에 관한 기사가 굉장히 많이 나오잖아요. 신비주의를 벗어난 솔직한 대통령이라는 댓글이 참 많더라고요. 대통령이 그 댓글을 본다면 참 힘이 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잘해요, 좋아요’라는 글을 보면 저 역시 더 잘해내고 싶어지거든요.

▼정치에도 관심이 많은가 봐요.
제가 원래 한 번 꽂히면 깊이 파는 스타일이라 지난 대선 때는 후보자와 관련된 뉴스들을 거의 빠짐 없이 본 것 같아요. 요즘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눈을 크게 뜨고 지켜  봐야죠.

▼원래 가수잖아요. 신곡을 발표하거나 앨범을 낼 계획은 없나요.
내고 싶죠. 머릿속으로는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석현(그룹 샵의 리더였던 장석현) 오빠랑 다시 그룹을 만들어서 새 멤버를 뽑아볼까. 김신영, 유재환이랑 프로젝트 앨범을 내볼까. 딘딘이랑 콜래보레이션을 해볼까. 요즘은 음원 하나 발표하는 것이 참 쉬워진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덜컥 시도하긴 조심스러워요.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정성 들여서 발표했는데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받을 상처가 두렵기도 하고요. 스스로를 위한 만족감을 떠나서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도 않아요. 제가 참 생각이 많은가 봐요.

▼가수라는 직업에 대해 애정이 많아서인 것 같아요.
힘들어서 내려놓고 싶은 적은 있었지만, 가수가 된 걸 후회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요즘도 짬이 날 때면 집 안 옷방에 혼자 들어가 노래를 불러요. 힘들고 외롭고 좌절했을 때도, 기쁘고 신나고 행복했던 순간에도 항상 노래를 불러요. 정말 제 천직인 것 같아요.

▼주로 어떤 음악을 듣나요.
바빠서 예전만큼 많이 듣진 못하는데 그래도 최신곡들은 쭉 들어보려고 해요. 가요계 선배로서 후배들이 어떤 음악을 하는지 그 흐름은 알아야 하니까요. 그중에서도 제가 직접 불러보고 싶은 곡들을 선곡해서 반복적으로 듣는 편이에요. 한국 가수 중에는 태연의 음악을, 외국 가수 중에서는 아델의 음악을 좋아하죠.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뭐예요.
결혼요. ‘가야 하는데, 가야 하는데’ 이 생각만 하고 있어요. 지금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는데, 빨리 나가주는 게 부모님에 대한 예의인가 싶기도 해요(웃음). 특히 유리 언니랑 백지영 언니가 결혼한 걸 보고 정말 놀랐어요. 당연히 제가 그들보다 먼저 갈 줄 알았거든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2세에 대한 걱정 때문에 조급한 면이 있어요. 미래 지향적인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난자도 냉동 보관한 거고요.

▼만나는 남자는 있나요. 아니, 있다면 공개할 생각인가요.
남자가 너무 많아요(웃음). 요즘 완전 리즈 시절이에요. (휴대폰 화면을 보더니) 아휴, 얘 또 카톡 보냈네.

▼지혜 씨가 생각하는 결혼 생활은 어떤 모습인가요.
결혼에 대한 환상 같은 거, 저는 가지고 있지 않아요. 아무리 좋아서 결혼해도 결혼 생활은 다들 힘들더라고요. 예전엔 조건을 따지고 그랬는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자기와 정말 잘 맞는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최고죠. 그런 사람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세요? 우선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해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그에 맞는 짝을 찾을 수 있는 거죠. ‘이 사람이다’ 싶으면 제가 먼저 이야기할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나’를 알아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예능 대세로서 하는 고민은요.
기분 좋은 진행자가 되는 거예요. 그게 방송 MC도 좋고, 라디오 DJ도 꼭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예요.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으로 비치면 좋겠어요. 이렇게 말하니까 꼭 ‘국민 MC’ 바라는 것 같네(웃음).

사진 조영철 기자 디자인 김영화 의상협찬 보브(02-3440-4544) Miyumiro·DeForest(02-319-4242) 스타일리스트 장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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