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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gunsan #korea_road

시간을 이어, 걷다

효재와 로빈의 군산 구불길

작성일 | 2016.11.25

시간은 흘러 군산에서 멈춘다.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참 많은 프랑스 청년 로빈과 내가 그 시간을 이어 걸었다. 걷기는 현재의 시간을 확인하는 것.
그렇게 군산은 우리에게 색색의 이야기 조각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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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 임동창의 고향, 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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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길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지인 군산의 원도심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시대의 잔재를 보고 느끼며 과거를 되돌아 보는 길이다. 총 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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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길 중심 신흥동에 일본식 가옥이 있다.
일제강점기 부촌에 포목상 히로쓰라는 사람이 살았던 집으로 관광객이 사진을 많이 찍으니 이젠 부끄러운 일본 역사의 증거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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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유일의 일본식 사찰 동국사.

군산은 나에게 특별한 도시다. 내가 좋아하는 ‘청춘의 시인’ 고은, 나의 ‘베프’인 국민배우 김수미 씨의 고향이고, 음악가인 내 남편 임동창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한 집 아들이었던 남편이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건 멋과 예술로 살았던 군산 사람들을 닮아서라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은근히 군산을 동경하게 됐다.

군산이 낳은 또 한 사람의 천재 채만식의 는 쇠락한 가문의 딸 초봉이 겪는 기구한 인생을 그렸다. 군산 시내 탁류길은 여기서 따온 이름이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일본이 쌀을 수탈하는 창고로 활용하던 1930년대 군산, 한국이다. 그 시절 초봉이는 얼마나 막막했을까 싶지만, 탁류길에서 만난 우리 젊은이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일본이 남긴 집과 절, 미곡창고를 살피는 모습을 보니 다시 그런 일을 겪진 않겠구나 싶어 흐뭇하다. 게다가 프랑스 친구 로빈을 환영하는 길이다! 여행길은 행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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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있는 ‘장미공연장’과 ‘장미갤러리’는 꽃 이름이 아니라 ‘쌀 곳간’의 ‘장미(藏米)’다. 로빈에게 ‘로즈’가 아니라 일제가 쌀을 보관했다 빼앗아 간 창고라고 설명하다 보니 단숨에 우리 역사를 들려주게 됐다. 어쩌면 우리말 ‘장미’는 이렇게 다른 뜻을 갖게 된 건지, 역사가 말을 이렇게 바꿔놓는다.

멈추기를 배우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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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뫼길
군산호수는 청정 원시림과 같이 잘 보존된 자연을 감상할 수 있으며,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예방의학의 선구자 이영춘 박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총 18.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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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엔 갈대가, 산에는 억새풀이 산다.
구슬뫼길 억새풀은 내가 본 가을의 최고 장관이다.

군산호수 혹은 옥산 저수지는 원래 상수도원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던 곳이다. 그래서 물도 공기도 참 깨끗하다. 지금은 누구든 사그락사그락 구슬뫼길 억새풀을 실컷 볼 수 있게 됐다. “와, 이런 곳이 있네” 하며 억새 숲으로 달려가는데 로빈은 눈앞 장관에 숨을 멈추었다.

“전 프랑스에서 시골에 살았는데 서울 생활 하느라 힘들었거든요.”

로빈도 나처럼 시골길 걷기를 좋아했단다.

“프랑스엔 ‘랑도네’라는 유명한 길이 있어요. 해안을 따라 숲이 우거진 길인데, 오로지 걷는 것을 목표로 정한 사람들이 찾아요. 한국의 길은 멈추는 걸 배우기 위해 걷는 것 같아요. 깊이 걷는다고 말해도 될까요.”

나는 로빈에게 억새와 갈대의 차이를 아는지 물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 같다’는 뜻이 뭔지 아냐고 또 물었다. 그리고 이 글이 나오면 ‘책거리’를 하자고 했다. 나의 수수께끼 같은 말은 다 로빈의 숙제가 됐다. 지금쯤 로빈의 한국말은 많이 늘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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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엔
대나무 숲에 가야 한다. 머리가 맑아진다.
또 대숲이 무성한 마을엔
밥이 맛있으니 사람들의 인심도 좋다.

월영봉 일몰의 장관과 파리바게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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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도길
신시도는 고군산군도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섬. 새만금방조제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됐다.
신라시대 대학자인 최치원의 전설을 담은 월영봉은 필수 코스. 총 12.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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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을 볼 욕심에 애간장을 태우며 서둘러 월영봉에 올랐다. 상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광이 눈 아래 펼쳐졌다. 군산(群山)이란 이름이 둥글고 뾰족하고 높고 낮은 산들이 물을 둘러싼 형상을 뜻하니, 바로 여기가 제대로 군산이다. 우리는 썰물에 바다와 해가 함께 쓸려나가는 풍경 앞에서 저절로 겸손해져 양손을 모았다. 조각도의 칼날이 흔적처럼 남은 산에서 붉은 일몰을 보며 로빈에게 소원을 빌라고 하자 “파리바게뜨 모델이 되고 싶어요” 한다. 월영봉 바위들이 파이와 바게트를 쌓은 모양이니 꼭 이뤄질 거라고 말했다. 국적도 나이도 상관없이 같이 소원을 나눴으니 이제 진짜 친구가 된 거다.





니스보다 아름다운 군산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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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길&달밝음길
옥산저수지와 백석제, 햇살 받은 물결이 아름다운 은파호수공원, 비단처럼 흐르는 금강과 서해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코스다. 총 33.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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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파호수공원

빛을 받은 물결이 유난히 반짝이는 은파호수는 피아노곡 ‘은파’랑 딱 어울리는 곳이다. 은파호수공원은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곳이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은파호수에 놓인 물빛 다리가 화려하게 빛나 남프랑스의 해안 도시처럼 보인다. 그치, 로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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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암동 철길마을은 일제강점기 철길과 1970년대 이층집들이 꼭 붙어 있는 길로 지금은 추억의 관광지가 돼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 시절부터 2008년까지 기차가 쉬지 않고 다녔다고 하니, 내가 기차하면 ‘틀림없는 약속’을 떠올리는 것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 나는 요즘 일주일에 서너 번은 기차를 타는 기차 마니아다. 기차에서 계절 바뀌는 거, 사람들 먹는 거, 말하는 모습을 본다. 기차에선 밥을 ‘까먹는다’ 하는 이유가 늘 궁금했는데, 철길마을에 오니 ‘기차에서 도시락 까먹는다’는 말이 역시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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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암동 철길마을

6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니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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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길을 걷다 보면 무려 1403년에 문을 연 임피향교를 만날 수 있다. 그 오랜 역사에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걷기 여행을 할 때면 사전에 뭔가를 정하지 않고 훌쩍 떠나기에 꼭 보고 싶은 행사를 놓쳐 아쉬운 경우가 있다. 그런데 조용히 계단을 올라 향교 안으로 들어서니 초롱새 같은 아이들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번엔 운이 좋아 마침 일요학교에서 예절과 한자 교육 받는 모습을 보게 된 거다. 줄줄이 옆 친구 눈치를 보며 절하는 모습이 ‘절 파도타기’라 나와 로빈은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이렇게 점잖은 동네에서 공부하면 아이들은 절로 배우는 게 있다. 로빈은 그걸 ‘매너’라고 부른다고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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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피향교

은행나무 아래로 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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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길
임피향교에서 시작해 근대역사자원인 임피역을 지나, 3층 석탑의 전설이 있는 탑동마을, 산창마을까지 이어진다. 총 18.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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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피역

작은 기차역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일제의 약탈에 저항한 농민들의 슬픈 역사가 있는 기차역 광장은 그 이름도 ‘시실리’다. 지금은 거대한 은행나무 아래에서 아이들이 걱정 없이 놀고 있는 곳이다. 매년 늦가을 은행나무가 겨울을 맞는 모습을 보러 떠나는 여행이 습관이 됐다. 은행나무 아래로 들어가는 건 시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이다.




지구는 둥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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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들길
너른들과 채원병가옥, 발산리유적지, 대방산 산책로를 걸으며 풍요와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총 17.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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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산리 5층 석탑

큰들길에 서서 말했다. “로빈, 지구는 역시 둥글어.” 로빈은 한국에서 이렇게 넓은 들판은 처음 본다고 대답한다. 광활하게 펼쳐진 들판으로 난 길에 서서 눈을 가늘게 뜨면 지평선이 얇게 휘어져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 땅이 얼마나 기름진지, 철마다 얼마나 맛있는 것들이 나는지도. 하지만 일제에게 이 모든 것을 빼앗긴 사람들은 글과 노래로 그 배고픔과 슬픔을 달랠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이 들을 따라 걸으면 풍수 명당으로 꼽히는 오공혈(지네굴) 때문에 북향으로 들어앉은 채원병 고택과 발산리 5층 석탑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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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남고교를 지나면 넓은 대야들이 펼쳐진다.

우리에게 길을 허락해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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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길
세계 최장 33.9km의 새만금방조제 중에서 비응항에서 가력도까지를 체험할 수 있는 코스. 등산로와 해변이 조화를 이루고 바다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총 2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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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방조제

새만금방조제는 공사 초에 남편과 지나다 들러본 적이 있다. 그때 상상했던 것보다 더 어마어마한 규모다. 33.9km라는데 거리 감각이 무딘 나로서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서도 날씨가 허락을 해야만 겨우 갈 수 있었던 고군산도가 이제는 도로로 이어졌다니 ‘한번 걸어가볼까’ 말하자 다들 웃는다. 로빈만 ‘같이 가요’ 한다. 자연이 이 길도 품어주길, 로빈과 나의 걷기가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넓은 길로 이어지길 바란다.



군산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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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은 기름진 호남평야와 강과 호수, 바다가 만나 식재료가 다양하고 풍요롭기로 우리나라 최고다. 오죽하면 일제가 이곳을 가장 먼저 탐했을까.

덕분에 이성당, 한일옥 등 자기 이름 당당히 가지고 도시 사람들까지 끌어오는 식당들이 많아 패스트푸드며 프랜차이즈가 맥을 못추는 곳이 바로 군산이다.

군산 사람들의 솔(soul) 푸드는 박대라 어느 집이든 이걸 구워낸다. 난 박대를 그대로 쪄 청양고추 넣은 양념장과 함께 먹는데, 담백한 박대 맛에 이 방법이 제일 좋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게 로빈이 박대 맛을 들이지 못했다는 것. 이번 겨울 ‘책거리’ 때 로빈에게 박대의 매력을 보여주기로 약속하고 한 가방 사들고 왔다. 이런 게 인생의 목표가 되니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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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한 상
아리랑


군산 향토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추천메뉴는 군산에서만 먹을 수 있는 황금박대정식. 큰 상에 박대구이, 박대찜을 비롯해 자극적이지 않은 밑반찬이 가득하다.

주소 전북 군산시 해망로 224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오후 5시~오후 9시 문의 063-44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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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식 단팥빵이 생각날 때
  이성당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유명한 이성당의 대표 메뉴는 쌀가루로 만든 얇은 빵에 팥소가 듬뿍 들어간 팥빵.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 맛이 일품인 ‘야채빵’도 인기다. 미리 전화로 주문을 하면 줄을 서지 않고도 빵을 구입할 수 있다.

주소 전북 군산시 중앙로 177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0시(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문의 063-445-2772   

2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
  한일옥


택시 기사님들만 찾던 작고 허름한 기사식당에서 전국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이는 맛집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소고기뭇국. 깍둑썰기한 무와 소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 시원한 국물에 갓 지은 밥 한 공기를 말아 호로록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로 그만이다.

주소 전북 군산시 구영3길 63 영업시간 오전 3시30분~오후 9시 문의 063-446-5502  

3 간장게장 인심에 반하다
  한주옥


간장게장을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군산 지역민들의 추천 단골 맛집. 맛은 비리거나 짜지 않고 적당히 짭조름하다. 간장게장과 갓 지은 돌솥밥, 해물탕, 생선회 등 다양한 밑반찬으로 풍성하게 차린 정식 메뉴가 가장 인기다.

주소 경북 군산시 구영2길 31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명절휴무) 문의 063-443-3812   



지도로 보는 군산 여행 걷기 코스

시간을 이어, 걷다
강과 바다, 역사의 흔적과 자부심 넘치는 맛집까지 감상하며 걸어보기를.
1백여 년의 시간을 품은 근대역사도시 군산 여행 코스.


시간을 이어, 걷다
알짜배기 구불길 1박2일 코스

첫째날
임피역-발산리유적-군산호수제방-이영춘가옥-경암동 철길마을-은파호수공원 야경

둘째날
근대역사박물관-(구)군산세관-근대건축관(구조선은행)-신흥동 일본식 가옥-동국사-새만금방조제-신시도
군산에 대한 추가 정보한국관광공사 공식 홈페이지 추천 테마여행, 관광명소, 교통, 축제, 코리아둘레길 소식 등 지역 관광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korean.visitkorea.or.kr
군산문화관광 공식 홈페이지 숙박, 음식, 특산물, 축제, 체험 등 다양한 정보를 소개한다. tour.gunsan.go.kr

제작지원 한국관광공사
효재
기획 최은초롱 기자
진행 김수영
사진 홍태식 이상윤
사진제공 군산시청 뉴시스
취재협조 군산시청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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