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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지 연 답 게

1990년대 그는 ‘여대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인물’이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있든 없든 그는 스스로를 경영하듯,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왔다. 드디어 화장품 모델로도 발탁된 그는 생애 처음 여성지 커버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백지연은 품격 있게 나이 들어가는 법을 이야기했다.
백 지 연 답 게

주얼 장식 오프숄더 원피스 미스지 컬렉션.
양손에 낀 골드 링 모두 언더랩스.
스터드 장식 스트랩 힐 에스까다.

백지연은 메인 뉴스의 앵커에서 자기 이름을 건 시사 프로그램 진행까지 언론인으로서 약 30년간 눈부신 성취를 이룬 사람이다. 이는 그가 끊임없이 자신을 경영하고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1990년대 ‘여대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이던 그는 삶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철학을 여러 권의 책으로 펴냈다. 그 중 하나가 〈나는 나를 경영한다〉이기도 하다. 자신의 유려한 말솜씨와 방송 경험을 바탕으로 스피치 노하우를 가르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첫 소설 〈물구나무〉를 세상에 내놓은 데 이어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연기자로 변신, 세련된 패션 감각과 신인 같지 않은 연기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은 그의 도전에 ‘백지연답다’고 말한다. ‘멋지다’거나 ‘새롭다’라는 말이 담지 못하는 무한한 성실성과 근성, 특유의 자존심을 더해 ‘백지연답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 화장품 모델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 4월 더마톨로직 코스메틱 브랜드 ‘GD-11’의 전속 모델로 발탁된 것. 8월 중순, 〈여성동아〉와 함께 생애 처음 여성지 표지 모델로 화보 촬영에 나선 백지연은 ‘기승전GD-11’이었다. 무엇이 그의 까다로운 안목을 사로잡은 걸까.

“화장품 원료가 인증받은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배양액인데 시간을 거스른다는 의미의 리버스 에이징(Reverse Aging) 효과가 있다고 해요. 아침저녁으로 직접 써보니 정말 좋더라고요. 연구개발진의 자신감과 품질에 믿음이 가서 모델로 나섰죠. 제가 원래 뭐든 하기로 마음먹으면 최선을 다하는, 기승전결에 충실한 성격이거든요. 하하.”
백 지 연 답 게

진주 장식 앙고라 니트 톱, 와이드 팬츠 모두 앤디앤뎁.
메탈릭한 실버 뱅글, 반지 모두 스와로브스키.


앵커, 기자에서 교수, 작가, 연기자에 이어 화장품 모델까지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힘들지 않나요.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을 하는 건 재미없잖아요. 시사 프로그램 진행은 너무 많이 해서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은 마음이 있죠.  

작년에 드라마 출연 후 공식적인 활동은 오랜만이죠. 어떻게 지냈나요?

저 혼자서 잘 놀아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가끔 친한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해요. 이탈리아 요리를 할 때도 있고, 스테이크 코스 요리를 할 때도 있고 매번 달라요. 요리하는 법을 전문가에게 배운 건 아니에요. 어머니가 워낙 요리를 잘하셔서 손맛을 기억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죠.  

예나 지금이나 체형 변화가 거의 없는데, 비결이 있겠죠?

믿지 않으시겠지만 저 정말 많이 먹어요. 음식 종류도 안 가려요. 혐오 식품 빼고 다 잘 먹고 자주 먹어요. 그런데도 살이 안 찌는 건 엄마 체질을 닮아서인가 봐요. 대학교 때보다 2kg 정도 늘었다 빠졌다 하는 수준이죠. 팔다리가 긴 편이고 목주름이 별로 없는 것도 유전의 힘이죠. 어머니 유전자 덕분에 그동안 잘 버텼는데 이제는 운동으로 몸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리버스에이징이 콘셉트인 화장품의 모델이 됐으니까 더더욱 나이 들어 보이면 안 되잖아요. 꽤 책임감이 강하거든요. 그래서 3개월 전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어요. 퍼스널 트레이너의 지도 하에 유산소운동과 근육운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몸과 피부에 긴장을 주니 확실히 건강해지는 느낌이에요. 엊그제 건강검진을 받은 병원에서 체성분 구성이 좋다는 말을 들으니 운동하는 게 더 즐거워지더라고요. 오늘도 촬영에 앞서 부기를 빼려고 1시간 동안 운동하고 왔어요(웃음).
백 지 연 답 게

카키 컬러 톱, 레이어드된 스커트, 코르셋벨트 모두 노케제이.
레이어드 골드 링 앰스웨그. 스터드 장식 골드 링 언더랩스.
메탈장식 힐 쥬세페자노티.


평소 스트레스를 잘 받는 타입인가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푸나요.

사실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 편이에요. 가벼운 스트레스는 좋아하는 친구들과 와인 마시면서 얘기하다 보면 풀려요. 그렇게 해도 안 풀리는 스트레스는 혼자 생각하며 풀고요. 남이 아무리 좋은 조언을 해주더라도 스스로 납득할 방법을 찾기 전에는 해소가 안 되거든요. 이건 그냥 넘어가자, 이건 생각에서 지우자, 이건 해결해야 돼, 하면서 결론이 날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거죠. 제가 쓴 〈뜨거운 침묵〉이라는 책에 ‘생각의 물이 끓는점에 도달할 때까지 침묵하고 생각하라’는 대목이 있어요. 뜨거운 침묵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면서 가장 큰 울림을 주죠. 모든 것을 드러내면 그때는 속이 시원할지 몰라도 남는 건 허무함뿐이니까요. 늘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왔어요. 어릴 때부터 남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해결하는 걸 좋아해서 딸 많은 집의 막내였어도 장녀 같다는 소리도 곧잘 들었죠.

아들이 벌써 대학생이라고 들었어요. 엄마들은 사춘기 자녀 때문에 속을 끓이는 일이 많은데, 그런 문제로 고민을 한 적은 없었나요.

아들은 신기하게도 사춘기를 안 겪었어요. 저랑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면서 대화도 잘하고 괜찮았어요. 근데 또 모르죠. 누구든 한 번은 사춘기를 겪는다잖아요. 지금 말고 장가가서 겪길 바라요(웃음).

사이좋은 엄마와 아들로 지내는 노하우가 있나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엄마 노릇인 것 같아요. 저도 아이 키우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제일 무섭고 제일 어려운 대상이잖아요. 그래서 늘 조심스러웠어요. 될 수 있으면 화내지 않고 자분자분 얘기하면서 최대한 제 진심을 보여주려 노력했죠. 그러다 보면 아이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백 지 연 답 게

주얼 장식 백리스 드레스 디올.
네크리스 스와로브스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이 지났는데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나이를 생각하면 가끔 쓸쓸한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누구도 나이 드는 걸 피할 순  없으니 어떻게 멋지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요. 무엇보다  20대 때 싫었던 기성세대들의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죠. 그리고 자신을 잘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이 들수록 자기 생각이 견고해지는데 그 딱딱한 기준을 남에게 들이대면 완고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거든요. 현명하게 나이 먹기 위해선 자기 기준만 강요하지 않도록 자신을 자꾸 돌아보면서 노력해야 해요. 반면 세상 어떤 사람도 침범할 수 없는 확고한 자기 세계도 있어야 해요. 그게 일일 수도 있고, 취미 생활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일과 취미를 넘어 자신만의 소우주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 소우주가 세상과 잘 교류할 수 있어야겠죠.

인생의 나침반 같은 좌우명이 있다면.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 모든 건 나 하기 나름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 늘 그런 마음으로 살아요. 남에게 폐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거든요.

무인도에서 살아야 한다면 꼭 챙겨 가고 싶은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거 거둬 먹을 수 있는 씨앗과 성경, 그리고 아들요. 노동력이 필요하기도 하고 가장 소중하니까요. 본인은 거부하겠지만 그래도 데려가고 싶어요.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는데 다시 연기할 생각이 있나요.

그 작품 이후 드라마나 영화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한번은 그냥 해볼 수 있지만 두 번째가 더 어려워 안 하고 있어요. 다시 연기를 하게 된다면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하고 싶어요. 봉준호 감독이 〈괴물〉 찍을 때 출연 요청을 했는데 거절했거든요. 봉 감독에게 제가 진 빚이 많아요. 연세대 후배로 제가 무척 좋아하는 감독이어서 제 책에 추천사를 써달라고 부탁하고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나와달라고 했는데 모두 기꺼이 응해줬거든요. 그 빚을 꼭 갚고 싶어요.

화보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박정민
디자인 김영화
스타일리스트 장지연
헤어 원수연
메이크업 민아
제품협찬 노케제이(02-517-4875) 디올(02-518-5233) 미스지컬렉션(02-548-9026) 스와로브스키(02-514-9006) 앤디앤뎁(02-6933-7701) 앰스웨그(02-3444-1349) 언더랩스(070-7516-8475) 리모드(02-2051-9888) 에스까다(02-3014-7420) 쥬세페자노티(02-3444-1730)

작성일 | 2016.08.26

editor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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