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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망언에 담긴 우리 사회의 광기

“민중은 개 · 돼지와 같다”는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교육부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이 결국 파면됐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2급 공무원 신분으로, 굵직한 교육 기획하고 타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주요 보직이다. 잘나가던 고위 공무원이 출입 기자들에게 망언을 전한 배경은 무엇일까.
개인의 망언에 담긴 우리 사회의 광기

지난 7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

망언으로 전국민의 공분을 샀던 교육부 나향욱(47) 전 정책기획관이 끝내 파면을 면치 못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7월 19일 중앙징계위원회의 의결을 바탕으로 “이번 사건이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킨 점, 고위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 점 등을 고려해 가장 무거운 징계처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민중은 개 · 돼지와 같다”고 말한 나 전 기획관의 발언이 세상에 알려진지 11일 만이다.

사건은 지난 7월 7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벌어졌다. 〈경향신문〉 기자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던 교육부 나 기획관이 난데없이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는 기자들 외에도 교육부 대변인과 대외협력실 과장이 동석했다. 나 기획관은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한 장면을 이야기하며 “민중은 개 · 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까지 덧붙였다. 지하철 구의역 사고로 희생당한 김군에 대해서도 “그 일이 내 자식의 일처럼 생각된다고 말하는 건 위선이다”라고 말했다. 여러 차례 해명의 기회를 주었으나, 그는 문제 발언을 철회하거나 설명하지 않았고 이 내용은 이튿날 저녁 〈경향신문〉 인터넷판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대기발령 상태로 고향 마산에 내려가 칩거하던 나 기획관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7월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출석한 그는 “술이 과해 죽을죄를 지었다”고 울먹이며 사과했고 이 장면은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잘나가던 공무원, 도대체 왜

그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망언으로 상처 받은 국민들의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인사혁신처의 ‘빠른’ 파면 결정에도 “애초에 저런 사람을 공무원으로 앉힌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여론이 팽배하다.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등 굵직한 주요 보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하던 나 전 기획관은 대체 왜 기자들 앞에서 이같은 망언을 하게 된 걸까.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 박사는 “당시 지속적으로 일관된 진술을 한 것을 보면 술 때문에 실언을 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해석했다. 나 전 기획관의 이번 발언이 평소 그의 가치관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자신은 이미 목표하는 바를 어느 정도 이루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발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두고 “대한민국 1%는 모두 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이미 계급화된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모순을 보여준 단적인 예”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 전 기획관은 이번 파면 결정으로 앞으로 5년간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며 퇴직금이 절반으로 줄고 연금 역시 본인이 적립한 금액만 돌려받게 될 예정이다. 이번 일이 우리 사회의 상식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작성일 | 2016.08.09

글 · 정희순 |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 디자인 ·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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