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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maestro

새로움의 또 다른 이름 Paul Smith

EDITOR 조윤

입력 2019.05.23 17:00:01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전 세계를 여행하며 얻은 영감으로 자신의 인생을 무지개색 스트라이프로 물들이는 남자. 패션의 아이콘이자 새로움의 또 다른 이름인 폴 스미스가 수십 년간 쌓아온 아이디어의 창고를 공개하는 특별 전시를 국내에서 연다.
새로움의 또 다른 이름 Paul Smith
폴 스미스(Paul Smith)는… 

1979년 첫 컬렉션을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 73개국에 4백 곳 이상의 매장을 둔 패션 회사 ‘폴 스미스’의 사장이자 수석 디자이너. 전통 영국식 테일러링에 키치적인 요소를 입힌 슈트 등으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반열에 올랐고, 영국 디자인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0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멀티스트라이프 패턴은 자동차, 사진기, 음료 등 산업 분야에도 활용되는 등 전 세계 디자인에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새로움의 또 다른 이름 Paul Smith
190cm가 넘는 큰 키에 물결치는 은색의 단발머리, 네이비색 체크무늬 슈트와 스타일리시한 갈색 뿔테 안경의 콜래보레이션, 여기에 카리스마를 여유로 환기시키는 미소까지. 눈앞에 선 폴 스미스의 첫인상은 ‘이것이 단연 폴 스미스구나’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둥글둥글한 서명의 브랜드 로고와 무지개색 멀티스트라이프, 영국의 전통 테일러링 기술 위에 얹어진 장난기 가득한 디테일의 슈트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폴 스미스의 상징. 이를 탄생시킨 일흔세 살의 디자이너는 ‘위트 있는 클래식(Classic with a Twist)’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여전히 자신의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듯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관 5주년 기념 특별전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 개최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전시회를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연사로 나섰다. 그간 전 세계에서 선보인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전은 런던디자인뮤지엄 역사상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은 전시회로, 폴 스미스는 11번째 무대로 한국을 택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아주 쉽고 친근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여타 디자이너의 전시회가 커리어를 돌아보는 회고전 성격이 강한 데 반해 이번 전시는 작은 출발이 어떻게 큰 성과를 이룩했는지, 그의 작업 과정을 보고 영감을 얻어 갈 수 있다는 것. 특히 1970년 문을 연 노팅엄 1호점 매장과 그가 작업하는 런던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그대로 재현해 낸 공간들이 눈길을 끈다. 폴 스미스는 3㎡에 불과했던 자신의 첫 번째 매장의 모습을 스크린에 띄운 채 그 시절을 회고했다. 그만의 특유한 유머를 곁들여가며. 



“이 매장은 매일 문을 여는 곳은 아니었죠. 밥벌이가 안 돼 생업에 매달려야 했으니까요. 아내 폴린과 찍은 사진도 걸려 있습니다. 아름다운 아내는 여전히 제 영감의 원천이죠. 저는 이렇게 변해버렸지만. 하하. 매장을 열고 7년이 지나 전 세계에 제 옷을 팔 생각으로 파리 패션 위크에 갔어요. 쇼를 열거나 쇼룸을 예약할 돈이 없었기 때문에 제 작은 호텔방을 패션쇼장으로 사용했죠. 침대를 깨끗이 정리한 다음 검정색 천을 덮어 옷들을 전시했어요. 월요일엔 아무도 오지 않더군요. 화요일? 아무도 없었죠. 수요일? 또 없었고요. 목요일 오후 4시, 드디어 한 명이 찾아왔어요. 첫 번째 고객이 탄생한 거죠. 이게 바로 폴 스미스의 시작입니다.” 


새로움의 또 다른 이름 Paul Smith
전 세계를 여행하며 모은 책과 자전거, 기념품, 팬들에게 받은 선물로 가득 채워진 런던 사무실을 재현한 공간에 대해 설명할 땐 이번 특별전이 ‘솔직한 전시’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유난히 폴 스미스 전시의 평균 관람 시간이 길고 재방문객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감은 모든 것에서 받을 수 있다(You can find inspiration in everything)’는 그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문장. 이와 관련해 그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개성이 사라지는 패션계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저는 ‘봄’으로써 영감을 얻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사무실에 가져다 두죠.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 꽃, 사진, 단어 등 어디서나 영감을 얻을 수 있어요. 불행히도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이 너무 비슷하고 디자이너들은 서로 따라 하기 바빠요. 젊은 디자이너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수평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면 패션계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패션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변화를 겪었는데, 특히 옷이 너무 많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즉 온라인 상거래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죠. 디자이너들은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런 점에서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일해본 경험이 도움이 될 겁니다.” 


새로움의 또 다른 이름 Paul Smith
1990년대 수많은 유럽의 패션 명가들이 거대 기업에 흡수됐고, 그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폴 스미스는 여전히 독립 기업으로 남아 있다. 디자인 레이블이 대기업에 인수·합병되면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오염되거나 통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면도하는 포즈를 취하며 “면도를 할 땐 거울 속에 나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뿐이다.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아주 희귀한 것”이라며 묵직한 메시지를 익살스레 전하기도 했다. 

이같이 개성을 중시하는 디자이너의 철학에 따라 전 세계 폴 스미스 매장은 모두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매장들 중 일부를 엿볼 수 있다. 직접 벽에 그림을 그리고 2천6백 개의 단추를 사람이 일일이 붙여 꾸미는 등 ‘돈이 아닌 인간의 노력을 들이는 것’이 폴 스미스가 말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번이 10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그는 전시가 열리는 DDP와 서울에 대한 인상도 전했다. 도시를 하나의 예술로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에는 자신의 발음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한국말로 지명을 조심스레 내뱉는 귀여움이 더해졌다. 마치 폴 스미스 브랜드 이미지처럼 말이다. 

“서울이란 도시가 바뀌어가는 모습은 아주 주목할 만해요. 익선동, 성수동, 시청 같은 곳들은 이전의 것을 무너뜨리기보다는 있는 것을 재해석해 더욱 좋게 만들고 있죠. 특히 시청 부근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된 모습이 무척 흥미로워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 건물 역시 아주 훌륭하죠. 여기서 전시를 할 수 있게 된 건 큰 영광입니다. 이곳에서 열리는 제 전시를 많이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전은 6월 6일부터 8월 25일까지 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린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REX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GIC cloud




여성동아 2019년 5월 6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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