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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그림 그리는 여자 민조킹

editor 정희순

작성일 | 2018.03.14

연예계에 ‘섹드립’의 신 신동엽이 있다면, 웹툰계엔 ‘야그리머’가 있다. 친절한 언니처럼 ‘톡’ 까놓고 말해주는 민조킹의 섹스 이야기는 야한데 귀엽다. 
야한 그림 그리는 여자  민조킹
망토로 중요 부위를 가린 슈퍼맨이 발그레한 얼굴을 하고는 여인을 향해 손을 흔든다. 그에게 화답하는 속옷 차림의 여인은 등 뒤로 슈퍼맨의 빨간 팬티를 숨기고 있다. 그림의 제목은 ‘슈퍼맨의 팬티를 훔친 여인’이다. 또 다른 그림에는 신데렐라와 왕자가 등장한다. 얼핏 보면 왕자가 신데렐라에게 유리 구두를 신겨주는 장면인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왕자의 관심이 오로지 그녀의 맨발에만 쏠려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요염한 표정의 신데렐라는 한쪽 발을 왕자에게 맡겨놓은 채, 다른 쪽 발은 ‘턱’ 하니 그의 어깨에 걸쳐놨다. 이 그림의 제목은 ‘왕자의 페티시’. 발칙하면서 위트 넘치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이 그림들은 일러스트레이터 ‘민조킹’(31·본명 김민조)의 작품이다. 민조킹이라는 이름은 그의 영문명 ‘MIN ZO KIM’에서 따왔다.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야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 일명 ‘야그리머’로 유명하다. 그녀를 따르는 팔로어는 8만여 명. 대부분이 20~30대 여성들이다. 그녀의 그림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를 ‘감히’ 꼽아보자면, 야하긴 한데 불쾌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색보다는 선으로 표현한 것들이 많고, 그림의 일부분을 생략해 오히려 보는 이가 상상할 여지를 남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19금 개그를 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조절하는 ‘섹드립’의 신, 신동엽이 떠오른다.


취미에서 시작된 민조킹의 일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예요. 뭘 해보겠다는 욕심은 없었고, 그냥 취미 활동이었죠. 본업은 따로 있었으니까요. 인스타그램에 제가 그린 그림들을 재미 삼아 올리기 시작했는데, 그중 성적인 코드가 녹아 있는 그림이 반응이 좋더라고요. ‘인친(인스타그램 친구)’들이 다는 댓글 내용이 재미있기에 그 이후부터 야한 그림들을 자주 그려서 올렸어요. 그랬더니 언젠가부터 저를 야그리머라고 부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녀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학창 시절의 일부를 일본에서 보냈다. 한때는 미대 진학을 꿈꾸기도 했지만, 부모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졸업 후엔 통역 일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꿈은 여전했다. 그녀는 학창 시절 못 다녔던 미술 학원을 실컷 다녀보겠다는 생각으로 퇴근 후 여가 시간을 활용해 8개월가량 드로잉 클래스를 나갔다. 

“SNS에 그림 올리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때쯤 어떤 분이 독립 출판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어요. 그렇게 만든 책이 ‘귀엽고 야하고 쓸데없는 그림책’이에요. 회사를 다니면서 작업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책 만드는 일의 즐거움을 그때 깨달았죠.” 

이어 2015년엔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느낀 미숙한 감정의 이야기들을 모아 ‘연애고자’라는 독립 출판물도 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유명해지기 시작하자 성인용품 브랜드 ‘텐가(Tenga)’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 텐가 제품 위에 그녀의 그림을 입힌 한정판을 만들자고 콜래보레이션 제의를 해온 것. 텐가는 김 작가 이전에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키스 해링과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가을 열린 헤라 서울패션위크 때는 디자이너 이명신이 전개하는 ‘로우 클래식’의 2016 S/S 컬렉션 의상에 그녀의 그림을 접목하기도 했다. 

고정적인 수입은 아니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신이 났다. 그러던 차 한 출판사에서 그녀에게 그림에 스토리를 얹은 책을 내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그림에 쏟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자 그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재작년 출간된 ‘모두의 연애’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림은 본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혼자서 책 두 권을 내고 나니 본업으로 한 번쯤 도전해봐도 괜찮겠다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이것이 ‘야한 것’이다

야한 그림 그리는 여자  민조킹
‘모두의 연애’ 출간 이후 그녀의 팬층은 훨씬 더 두꺼워졌다. 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양분됐다. 그녀의 초창기 팬들은 “생각보다 수위가 낮아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가벼운 연애 에세이일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은 “19금이 아닌 29금”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저는 애초에 ‘야하게 그려야지’ 하고 야그리머가 된 게 아니에요. 친한 친구들과 나눴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솔직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뿐이죠. 섹스도 결국 남녀의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 중 하나고요. 남녀가 모두 옷을 벗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에로틱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건 아니잖아요. 눈빛 하나만으로도 ‘야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도 있는 거고요. 사람마다 야하고, 야하지 않고에 대한 기준은 다른 것 같아요.” 

김 작가는 여자의 누드는 야하기보다 아름답다고 말한다. 가슴과 엉덩이의 곡선, 특히 정면보다는 45도 방향에서 바라본 곡선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다. 자신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대부분 20~30대 여성인 이유도 ‘여성의 몸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엔 딱히 ‘수위’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에요. 그림을 봐주시는 분들은 많아졌는데, 수위에 대한 각자의 기준이 다르다 보니 한쪽에선 제 그림을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더라고요. ‘조금 과한가?’ 싶은 날엔 격하게 팔로어 수가 줄어드는 게 보이거든요(웃음).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게시물이 어느 날 갑자기 삭제된 경험도 있어요. 요즘은 성기 위에 과일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새로운 묘사와 은유의 방식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림의 수위가 고민될 땐 가장 먼저 남편에게 보여준다. 성애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는 아내가 남편 입장에선 그리 달갑지 않을 수 있을 텐데, 김 작가의 남편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남편은 ‘조선시대 선비’ 같은 사람이에요(웃음). 저도 처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여겼는데 오히려 남편은 제 그림을 ‘예술’이라고 생각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수위가 좀 세다 싶을 땐 ‘이 그림 어떨 것 같아?’ 하고 먼저 물어보는 편이에요. 저는 인스타그램에 남편과의 일상도 스스럼없이 올려요. 알콩달콩 사는 부부의 모습이 오히려 건강한 남녀의 모습으로 비칠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12월에 펴낸 ‘쉘 위 카마수트라’는 고대 인도의 성애에 관한 경전인 ‘카마수트라’를 그녀의 일러스트로 풀어낸 책으로, 성인을 위한 만화 플랫폼 저스툰에서 연재한 그녀의 첫 웹툰을 묶은 것이다. 섹스에 대한 고민과 판타지, 욕망을 마치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편안한 방식으로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떠도는 소문이나 흥미 위주의 이야깃거리가 아니라 성에 대한 제대로 된 이야기를 꺼내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어요. 19세 미만 구독 불가 도서지만, 자극과 흥미 위주로 엮은 게 아니기 때문에 사실 고등학생 정도까지는 봐도 될 것 같아요(웃음).” 

그녀는 현재 저스툰에 ‘쉘 위 카마수트라’의 시즌2를 연재 중이다. 진행 중인 작업이 마무리되면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쳐 개인전을 여는 것이 그녀의 첫 번째 목표다. 그림에 스토리를 입히는 재미에 푹 빠진 작가는 다음 작품으로 신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뤄볼 예정이다. 친절한 언니처럼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에게 ‘좋은 섹스’에 대한 기준을 물었다. 

“속궁합이라는 게 있다고 하지만, 서로 맞춰나가다 보면 또 그게 좋은 속궁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성생활 역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우선해야죠. 섹스의 기본이 사랑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진리잖아요.” 

야하긴 야한데, 참 건강하다. 민조킹의 책은 여자가 먼저 읽되, 남자들도 꼭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구절이 있다면 살포시 페이지를 접어놔도 괜찮을 것 같다.


photographer 지호영 기자 designer 김영화
그림제공 김민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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