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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향연에 시름은 사라지고 청산수목원

editor 남기환

작성일 | 2017.07.11

충남 태안 한가운데, 바다가 멀지 않은 자리에 푸른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청산수목원이 있다.
뙤약볕을 머금고 우아하게 만개한 연꽃의 장관, 그리고 정원의 한가로움이 내려앉아 그 풍경에 한참을 발목 잡히고 말 그런 곳이다.
초록의 향연에 시름은 사라지고 청산수목원

풍성하고 섬세한 잎을 뻗치듯 펼쳐내며 좌우에 도열한 황금삼나무 사이를 따라 걸어가노라면 넉넉한 자연의 품에 안기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수목과 야생화, 그리고 예술적 영감으로의 산책

신비로운 갯벌과 낙조, 그리고 비행기 활주로를 연상시키듯 드넓게 펼쳐진 해변으로 먼저 기억되는 충남 태안. 그 ‘바다의 기억’에 압도돼 채 발견하지 못하는 태안의 컬러는 ‘초록’이다. 바다의 푸름과는 또 다른 정취를 전하는 태안의 초록은 우거진 송림에, 갖은 수목들이 자라는 정원에 짙게 드리워 있다.   

태안군 남면의 한적한 마을 한가운데서 만난 청산수목원도 그렇다. 코끝에 가득 감도는 초록빛 향에 취하는, 드문 경험을 했다며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곳이다.

10만㎡ 규모로 조성된 청산수목원은 크게 수목원과 수생식물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비추며 황금삼나무, 홍가시나무, 부처꽃, 앵초, 창포, 부들 같은 우리 눈에도 익숙한 수목과 야생화 6백여 종이 수목원의 주인이다. 그런데 이곳의 식물들은 풍성하게 눈앞에 가득 식재되어 있기보다는 산책의 동선을 따라 자연스레 마주치는 듯한 기분이다.

수목원은 나름의 조성 양식과 정원 내 마련된 볼거리, 조경 요소 등에 따라 밀레의 정원, 삼족오 미로공원, 고갱의 정원, 만다라정원, 그리고 황금삼나무의 길로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정원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하나씩 짚어가며 여유 있게 산책하는 것이 이곳을 즐기는 요령이다.  

밀레의 정원에는 ‘이삭줍기’와 ‘만종’을 비롯한 밀레의 주요 작품들 속 장면이 조각상 등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예술을 어렵게만 느끼지 않고 손으로 쓰다듬거나 곁에 두고 사진을 찍는 등 친근하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반영되었다는 것이 청산수목원 안내자의 설명이다.

삼족오 미로공원은 여러모로 뜻깊은 곳이다. 미로공원의 둘레를 성벽처럼 두른 건 향나무와 화살나무. 그 안의 미로에는 가이스카향나무와 홍가시나무, 황금측백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무들만을 활용해 외벽과 미로를 만들어 마치 영국식 정원에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사실 이곳 삼족오 미로공원의 미로와 외벽은 고구려 고분에서 발견된 금동 투구를 본떠 설계되었다. 금동 투구 측면에는 고구려의 상징인 세 발 달린 까마귀, 즉 삼족오의 문양이 마치 타오르는 불길처럼 아름답게 투각되어 있는데, 이를 고스란히 미로정원으로 재현해낸 것이다. 나무를 심고 키워내고 제대로 된 미로를 만들어내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하니, 그저 누가 빨리 미로를 탈출하는지 즐길 거리 정도로만 만나기에는 아깝고 소중한 곳임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 신전의 열주로 장식성을 더한 고갱의 정원이나, 불교의 정신세계로 본 우주의 진리를 상징하는 만다라를 모티프로 한 만다라정원 등에서도 그저 수목을 즐기고 그 초록에서 쉬어가는 것 이상의 소소한 즐거움과 만날 수 있다.

눈이 경험할 최고의 호사, 연꽃과 수련의 향연

사실 청산수목원이 한번 이곳에 왔던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이유는 앞서 여러 테마 정원들을 지나 접어들게 될 연꽃정원(연원)과 수생식물들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는 연못들에서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우선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놓인 데크를 걷다 보면 연못 위를 가로지르며 자라풀, 부레옥잠, 개구리밥, 물수세미, 생이가래 등 수생식물이 자생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청산수목원이 자랑하는 연과 수련이 만개한 정원, 예연원(藝蓮園)이 드디어 눈앞에 펼쳐진다. 청산수목원의 예연원에는 수생식물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엄선해 수집한 연과 수련 2백여 종이 식재되면서 매년 여름 화려한 연꽃의 연회를 벌인다. 청산수목원의 안내자는 “오염된 우리 땅을 깨끗이 정화한다는 의미를 담아 자연 정화 능력이 뛰어난 수생식물을 상징적으로 심었고, 진흙 속에 자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정순함과 고귀한 자태를 보이는 연꽃의 가치를 전하고 싶었다”며 예연원, 그리고 수생식물 서식지 등이 탄생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초록의 향연에 시름은 사라지고 청산수목원

인상주의 화가 모네가 머물던 지베르니의 정원과 연못을 재현한 모네의 연원.

초록의 향연에 시름은 사라지고 청산수목원

여름, 청산수목원의 주인공은 고고한 자태로 꽃잎을 피워내는 연꽃이다.

여름이면 이 예연원을 중심으로 흰어리연(좀어리연), 노랑어리연, 열대수련, 가시연, 호주수련, 백련, 홍련, 남개연 등 진귀한 연꽃들이 강렬한 햇살 아래 물 위에 우아한 꽃을 피운 장관을 보게 된다. 붓으로 일일이 색을 그려낸 듯 매혹적인 꽃잎은 그 모양도 다양해 몰랐던 연꽃의 진가를 확인하게 된다. 물 위에 잎이 떠 있으면 수련, 잎이 크고 잎자루가 물 위에 솟아 1m에 이르면 연으로 구분됨을 미리 알고 청산수목원을 찾는다면 더욱 도움이 될 듯하다. 여러 연꽃과 수련들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자태를 뙤약볕 아래에도 고고하게 뿜어내는 모습은 괜스레 사람의 마음이 숙연해지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다.

예연원은 수목원 내에서 최고의 인기 촬영지이기도 한데, 특히 잎이 넓적한 접시를 닮은 빅토리아연은 유난한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수종이다. 사설 수목원들 중에서 가장 많은 연꽃과 수련을 보유한 곳이라는 소개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갖은 종류의 연꽃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이 이어진다.

예연원을 지나면 연못 위에 ‘만(卍)’ 자로 길을 만들어 이를 따라가며 연꽃과 수생식물을 볼 수 있도록 조성한 ‘만(卍)의 길’이 있어 색다른 재미 하나를 더 선사한다. 사방의 끝이 종횡으로 늘어나고 펼쳐지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길을 가는 이들에게 길상, 만복이 함께하길 바라는 수목원 사람들의 마음을 담았다는 설명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된다. 

예연원에서 만의 길로 이어지는 중간, 좁은 하천을 가로지르는 목조 다리가 눈길을 끈다. 고풍스럽고 이색적인 생김 덕분에 ‘고흐 브리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다지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싶다. 아니나 다를까, 인상주의의 거장인 화가 고흐가 수시로 변하는 풍경이 마음에 들어 다섯 번이나 그렸다는 ‘랑글루아 다리’의 그 ‘다리’를 재현한 것이란다. 수련 혹은 연꽃 하면 금세 떠오르는 거장 모네를 기념하는 공간도 있어 반갑다. 이름도 ‘모네의 정원’ 혹은 ‘모네의 연원’이라 불리는 연못은 모네가 머물던 지베르니의 정원과 연못을 상상하며 활짝 핀 연꽃과 수련을 바라보는 행복한 시간을 준비해둔 곳이라고 한다.

여러 종류의 개구리들이 뛰어다니는 건 이곳에서는 흔하디흔한 일상이다. 이를 도시의 아이들은 환호성 질러가며 반기고 머릿속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담아가는 풍경이다. 


초록의 향연에 시름은 사라지고 청산수목원

그리스 신전의 열주로 장식성을 더한 고갱의 정원.


이 여름, 청산수목원을 다시 찾아가는 이유
청산수목원은 사철 언제나 찾아 즐겨보기 좋지만, 여름만큼은 꼭 잊지 말고 들러봐야 한다. 청산수목원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연꽃과 수련이 탐스럽게 만개하여 장관을 이루는 때가 여름, 특히 7~8월 즈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마다 이때를 맞아 태안의 대표적인 여름 이벤트로 자리 잡은 ‘태안 연꽃축제’가 청산수목원에서 열린다. 

연꽃을 활용한 다양한 먹을거리는 사람들의 눈과 입을 모두 사로잡으며 호기심을 채워준다. 연부침개, 연아이스크림, 연잎차, 연잎비빔밥, 연밥 등은 향기로운 연꽃 향이 입안에 감도는 우아한 맛의 향연을 선사한다. 한여름 더위가 화사한 연꽃의 향연 앞에 씻은 듯 사라지고 마는 건 그저 기분 때문이 아님을 몸소 경험해 보길 권한다.

청산수목원을 나서면서, 1990년부터 조성된 이곳이 곧 30년 역사를 앞에 두고 있음에도 요란하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를 알 듯했다. 여러 풀과 꽃, 나무, 그리고 연꽃들이 건강하게 자라되,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억지스럽지 않은 곳이었다. 수목원을 모두 둘러본 후에야 천천히 전해오는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은 사람 손 타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은, 그래서 하루 동안 저 혼자 조용히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한여름 연꽃과 닮아 있었다. 청산수목원은 우연히 들렀다가 두고두고 즐겨 다시 찾아오는 소중한 곳이라 더욱 가치 있는 30년을 보냈던 셈이다. 



초록의 향연에 시름은 사라지고 청산수목원

밀레의 주요 작품 속 장면을 조각상으로 재현한 밀레의 정원과 고흐 브리지.

초록의 향연에 시름은 사라지고 청산수목원

밀레의 주요 작품 속 장면을 조각상으로 재현한 밀레의 정원과 고흐 브리지.

초록의 향연에 시름은 사라지고 청산수목원

고구려 고분에서 출토된 금동 투구를 본떠 설계한 삼족오 미로공원


Travel Information주소 충남 태안군 남면 신장리 18
입장 시간 오전 8시~오후 7시
(연꽃은 오전에 활짝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꽃봉오리가 서서히 오므라들기 때문에 연꽃 관람은 오전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절에 따라 관람 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문의주세요.)
입장 요금 성인 7천원, 청소년(초중고) 5천원
문의 041-675-0656
*청산수목원에서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2017 태안 연꽃축제’가 열립니다.

사진 김성남 기자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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