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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도 쉬지 않았던 수미와 효재, 두 여자의 괌 여행기

작성일 | 2017.07.06

길에서도 쉬지 않았던 수미와  효재, 두 여자의 괌 여행기
탤런트 김수미와 살림 아티스트 효재가 괌 여행을 떠났다. 두 사람은 30년 절친이다. 작년에는 함께 맛 기행 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성격은 아주, 너무, 많이 다르다. 30년 우정의 긴 시간을 아는 사람들은 불가사의하다고 할 정도로. 김수미가 스스로 핵융합을 일으키는 항성이라면, 효재는 항성을 도는 떠돌이별 같다. 이 에너지 충만한 우주가 서태평양의 작고 평화롭고 연인으로 가득한 관광지, 괌으로 날아갔다. 예상대로 여행은 크고 작은 사건들로 채워졌고, 웃음으로 떠들썩했으며, 새로운 약속들로 이어졌다.

거대한 트렁크
배우와 아티스트의 여행 가방은 어마어마하다. 짧은 여행에 커다란 트렁크가 네 개, 크고 작은 박스들이 비행기 체크인 카운터 앞에 서서 그들처럼 당당하다. 여배우 김수미는 공항을 비롯해 괌에서의 모든 ‘신(scene)’에 대비해 옷과 모자, 구두, 백, 액세서리를 완벽하게 매치해 짐을 쌌고, 효재는 살림살이를 다 챙겨 넣었기 때문이다. 그 ‘살림’에는 효재가 괌 사람들에게 보여줄 폐백용품 일습도 들어 있다. 아무 걱정 없는 두 여자에게 카운터 직원이 무게 초과를 걱정해, 이걸 저기 넣고 저걸 여기 넣으라고 가르쳐준다. 보자기 싸는 효재에게 이건 일도 아니다.

정작 두 사람이 당황한 건 괌 공항에 가득한 한국 관광객들을 봤을 때였다. 김수미는 “나 괌에 수십 번 왔지만 이렇게 사람 많은 건 처음 봐” 한다. 효재는 “이렇게 많은 가족들이 여행 다니는 걸 보니 좋잖아요” 한다. 나중에 일본 관광객 수를 앞지른 한국 관광객 덕분에 괌의 한국 사람들 살기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동시에 “잘됐네” “다행이네” 한다.

인연들

“나는 괌에 빨간 꽃 보러 와.”
김수미는 크고 붉은 꽃을 사랑한다. 효재는 작디작은 흰 들꽃을 찾아 길을 걷는다. 꽃 취향도 이리 다른데, 꽃 보러 가자고 김수미가 얘기하면 효재는 말없이 따라나서곤 한다. 김수미와 효재의 인연은 ‘옷’과 ‘책’이었다. 김수미의 드라마 옷을 효재가 맡고, 효재가 김수미가 쓴 책을 읽으며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봤다. 옷은 몸이고 책은 한 인간의 온전한 정신이니, 세상엔 문자 그대로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인연이 있나 보다. 효재는 “어려서 군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수미 선생님이 눈을 감고 풋고추를 먹으며 ‘이건 군산 갈치다’ 했다는데, 아직도 나는 그 장면을 상상할 때마다 마음이 짠해”라고 말한다. 

김수미와 괌의 인연도 꽃보다 더 예쁜 괌의 한국 여성들로부터 시작됐다. 타국의 작은 섬에서 삶의 기반을 닦은 공통점을 함께 나눠서일까, 아마존의 원더우먼 같은 인상을 준다. 효재가 “괌의 한국 여성들은 여전사 같아요”라고 하자, 그들은 “외국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다 이렇게 돼요” 하며 시원하게 웃어준다. 그들을 만난 후 괌에서 한국식 혼례를 치르는 것이 효재의 꿈 중 하나가 됐고, 벼르고 별렀던 효재는 한복부터 주전자까지 전통 혼례에 필요한 모든 것을 챙겨 비행기에 실어 왔다. 

혼례, 부케 받은 김수미
길에서도 쉬지 않았던 수미와  효재, 두 여자의 괌 여행기

서양식과 전통 혼례식에서 신랑 들러리에게 최고의 인기였던 김수미와 효재.

괌에서 제대로 치른 첫 번째 전통 혼례의 주인공은 괌의 한국 청년과 제주에서 온 신부였다. 괌 한국 사회와 괌 정부 부지사 등이 모인 진짜 잔칫날이었다. 효재는 결혼식 전날 밤 괌의 한국인들과 함께 폐백식장에 오색 보자기로 벽을 쌓았다. 혼례 자체가 한국의 전통을 주제로 한 거대한 설치미술이었다. 전통 혼례 규범을 엄수한 폐백의 모든 순간은 괌의 한국인들에게 잊지 못할 고국의 이야기가 됐다.

영화 같은 결혼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신부의 부케 던지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분홍 장미 부케는 비욘세의 ‘싱글레이디’에 맞춰 춤추는 신부 들러리들을 그냥 넘어서 김수미의 품속에 안겼다! 부케도 민망한지 날아가는 닭처럼  파닥파닥 꽃잎들을 떨구면서. 2초쯤 모두가 입을 벌린 채 당황했고, 이어 박수와 웃음과 환호가 폭죽처럼 터졌다. 연출로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수미와 효재의 놀라운 결혼 퍼포먼스는 이렇게 완성됐고, 부케를 놓고 경쟁했던 신부 들러리들은 단숨에 우정을 회복했다. 브라보!

람람산에서 둘레길을 꿈꾸다
길에서도 쉬지 않았던 수미와  효재, 두 여자의 괌 여행기

괌 주민들이 부활절이면 십자가를 지고 오르는 람람산. 걸으면서 경건함을 배운다.

해 뜨기 전 효재와 괌 한국여성회(전 ‘괌 한국부인회’) 회원들이 함께 람람산을 올랐다. 새벽 5시 약속이라 누군가 늦겠지 했는데, 정각에 모두 모인 모습을 보고 효재는 또 감동한다.

예전에 괌은 패키지 관광의 상징이었지만 최근엔 자유여행객이 많다. 거제도 크기인 괌은  개인이 렌터카를 빌려 드라이브하기 좋다. 가족이나 연인 여행객들이 차를 빌려 드라이브하거나 남국의 해변에서 레포츠를 즐기고, 밤에는 쇼핑을 한다.

최근 괌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크게 늘면서 괌 관광청도 한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여성들이 좋아하는 ‘걷기길’도 그중 하나. 괌의 한국인들이 가장 추천하는 ‘걷기길’은 람람산 트레킹. 그러니까 이번 효재의 괌 여행 목적 중 하나는 람람산의 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한국에서 전국의 둘레길을 걷고 있는 효재는 한국에서 괌까지 여자들의 걷기 여행길이 이어진 듯 기쁘기만 하다.

괌에서 30년 이상 살고 있다는 노주진 씨가 앞서 걸으며 말한다.
“매년 부활절에 괌 사람들은 십자가를 지고 이 산길을 걸어 올라가요. 예수의 고통을 함께 겪기 위해서죠. 괌 주민 대부분이 가톨릭이라 십자가 행렬은 엄청난 장관이에요. 그 풍경이 아름다워서 종교가 없어도 ‘숭고’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과연 산을 오르는 중간에 작고 하얀 십자가들이 있고, 정상에 오르면 거대한 십자가들이 바다와 산을 가르며 인간계와 신들의 세계를 경계 짓고 또 잇는 풍경이 나타난다. 어떻게 표현해도 ‘종교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장면이다.

효재는 원시림과 억새 사이로 빨려들 듯 난 길을 걸으며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에 “세상에, 괌에 와서 바다만 보면 얼마나 손해야!” 한다.

람람산은 해수면에서부터 재면 407m에 불과하지만 마리아나 해구를 포함하면 1만134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노 씨는 “괌에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놀라운 장소가 많아요. 상상할 수 없는 자연이죠. 괌에 살기를 잘했다고 문득문득 생각할 때도 바로 그런 때예요. 힐링이 뭔지 깨달아요.”

한국에서 미세먼지에 둔감했던 사람도 괌에 오면 ‘깨끗한 공기’가 뭔지 알 수 있게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청정 대기가 바로 여기, 괌에 있다.

길에서도 쉬지 않았던 수미와  효재, 두 여자의 괌 여행기

괌 사람들이 보자기로 전통 혼례식장을 직접 꾸몄다.


길에서도 쉬지 않았던 수미와  효재, 두 여자의 괌 여행기


나이트 아웃
길에서도 쉬지 않았던 수미와  효재, 두 여자의 괌 여행기

괌에서 치러진 전통 혼례. 격식대로 치러진 최초의 폐백이라고 한다.

좀 과장하면 괌의 가게들은 명품 부티크거나 서퍼용품 전문점 둘 중 하나다. 대개 밤 11시까지, 또 일부는 24시간 영업을 한다.

그러니 밤에는 쇼핑을 가야 한다. 김수미는 입고 걸치는 것마다 잘 어울려 들뜨고, 효재는 보는 것마다 아이디어가 좋다며 흥분한다. 수미와 효재의 호텔방은 반짝거리는 수미의 드레스들과 효재의 한복들로 가득하니 ‘수미랑 효재랑 명품관’이다. 괌의 밤은 평화롭다. 한밤중에 발코니에 나가 별을 구경하던 두 사람이 자동으로 잠긴 문에 갇혀 애타게 구조를 외치다 한국 관광객들에 의해 구조된 ‘사소한’ 사건과,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별들이 쏟아질 듯했던 순간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길에서도 쉬지 않았던 수미와  효재, 두 여자의 괌 여행기

원주민 마을의 빵집


길에서도 쉬지 않았던 수미와  효재, 두 여자의 괌 여행기

얕고 맑은 바다.


인터뷰 : 괌 관광청 최초의 한국인 이사 겸 한국 담당 부국장 홍영숙 씨
“한국인을 위한 서비스 강화하고 괌의 숨겨진 매력 전할게요”

길에서도 쉬지 않았던 수미와  효재, 두 여자의 괌 여행기
관광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4월 국가별 괌 관광객 수에서 한국이 1등을 차지했다. 최근 괌을 찾는 외국 관광객 10명 중 4명 정도가 한국인인 셈. 게다가 한국 관광객 성장세는 매년 30% 이상이다. 현대와 롯데가 각각 괌의 대형 호텔을 하나씩 인수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를 보여주듯, 괌 정부관광청에서 올해 처음 한국인을 이사로 선임했다.

▼괌 정부관광청 최초의 한국인 이사라고 들었다.
“지난해 말까지 ‘괌 한국부인회(현 ‘괌 한국여성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괌 정부에서 그 활동을 보고 나를 관광청 이사로 추천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관광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괌 정부에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의회에서 선임안이 무난히 통과됐다.”

▼최근 이렇게 많은 한국인이 괌을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선 가격과 시간 대비 만족도가 괌만큼 높은 해외 여행지가 없기 때문일 거다. 현재 대한항공 외에 저가항공 5개 사(9월 1개 사 추가)가 한국-괌 노선을 운영한다. 비행시간도 4시간 남짓으로 짧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청정하고 독특한 자연을 느끼며 쉴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미국령이라는 점, 밤늦게까지 면세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등도 매력이다.”

▼최초의 한국인 이사이자 한국 담당 부의장으로서 계획은?
“한국에서 괌은 ‘한 번 가보는 곳’이란 인식이 있었고, 괌 정부에서도 ‘한국 사람은 두 번 괌에 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인을 위한 서비스가 부족했다. 그러다 한국 관광객이 늘자 두 번 세 번 한국 관광객을 오도록 하자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올해 1월 1일부로 발령을 받자마자 한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바닷가에 가로등을 설치하자고 제안해 편안하게 밤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입국 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법도 논의 중이다. 무엇보다 여러 번 괌을 찾을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 효재 선생이 한국에서 ‘코리아둘레길’을 다니며 여성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처럼 괌에도 ‘걷기길’을 만들고 싶다. 1차 후보지가 람람산의 순례자길이다.”

▼지난해 ‘세계 한인의 날’에 ‘괌 한국부인회’가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당시 회장이었는데 이 단체에 대해 설명해달라.
“1975년 6월 26일 창립됐다. 괌에 살던 여성 8명이 자선 행사를 하며 시작했다. 지금은 회원 수 1백36명의 비영리 단체로, 6천 명 정도인 괌의 한국인 커뮤니티를 밀접하게 연결하고 한국 문화를 괌에 알리는 일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괌 한인 사회의 역할과 발언권도 커지고 있다.”

▼‘괌 한국부인회’가 ‘괌 한국여성회’로 바뀐 건 긍정적인 변화 같다.
“지난해 나의 마지막 일 중 하나가 ‘부인’을 ‘여성’으로 바꾼 거다. 해외에 거주하면 오히려 옛날 문화를 간직하고 싶어진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시간을 그리워하니까. 하지만 여성들의 지위가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고 괌의 한국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이름을 변경했다. 이제 ‘괌 한국여성회’를 주목해달라.”

제작지원 괌 정부관광청 사진 홍태식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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