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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interview

“더 열심히 살 수 있으니 괜찮아요”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에게

editor 김명희 기자

작성일 | 2017.04.18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가 등을 다독이며 “괜찮다”고 말해주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승호 한국강직성척추염환우회장과 김태환 한양대 류머티스 내과 교수는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에게 그런 존재다.



“더 열심히 살 수 있으니 괜찮아요”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에게

대입 시험에서 높은 적중률로 학생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이감국어연구소의 이승호(49) 이사.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알아주는 교육 컨설턴트인 그에게는 명함이 하나 더 있다. 한국강직성척추염환우회(www.koas.org) 회장이 그것. 30년 가까이 희귀 난치성 질환인 강직성척추염과 싸워온 그는 환우들에게 이 질환에 대한 정보와 함께 병을 앓고 있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이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발생하고, 점차적으로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질환이다. 류머티스 관절염, 루프스 등과 같은 자가 면역 질환의 일종이라는 것 외엔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10~40대 남성들 사이에서 특히 발병률이 높다. 이승호 이사가 처음 몸의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던 시기도 고등학교 시절이던 10대 후반이었다. 당시는 의료진 사이에서도 이 질환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던 탓에 디스크로 오진받아 결과적으로 병을 키우게 됐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허리 디스크라며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모범생이라 선생님 말씀을 그대로 따랐는데도 호전이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1993년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았죠. 이 질환은 아프더라도 몸을 많이 움직이고 운동을 해야 좋아지는데 저는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받은 탓에 뼈가 그대로 굳었습니다.”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친 게 안타깝고 억울했던 그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997년 한국강직성척추염환우회를 조직해 정보와 치료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 그를 포함해 4명이던 환우회 회원은 현재 2만 명에 이른다.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가장 먼저 정보를 구하고 의지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승호 회장은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의 권익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2016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강직성척추염협회 총회에서 최고 운영위원으로 선출됐다. 한국강직성척추염환우회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양대 류머티스 내과 김태환 교수는 “이 회장의 경우 강직성척추염 환자 가운데서도 증상이 심한 편인데, 건강한 사람보다 더 열심히 활동한다”며 그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승호 회장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던 끝에 한양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증세가 많이 호전됐다. 김태환 교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교육 강좌를 열고 운동법 동영상 제작에 도움을 주는 등 환우회의 활동을 물심양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승호 회장이 처음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았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이 질환에 걸리면 척추가 망가져 정상 생활이 불가능할 거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하지만 25년이 흐른 지금은 진단과 치료법이 발달해 상당수의 환자들은 관리만 잘하면 큰 어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김태환 교수는 “환자의 15% 정도는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증상이 가볍고, 70% 정도는 약물 치료를 받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등 관리를 잘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는 남성처럼 증상이 심하지 않아 단순한 허리 통증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관절에 이상이 올 수 있는 심한 환자는 전체의 15% 정도인데, 이들도 대부분 약물 치료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병의 예후가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확진을 받은 후 자포자기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미디어에서 주로 중증 환자들의 사례가 보도되다 보니 ‘이 질환에 걸리면 평생 누워서 꼼짝 못 하고 살아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학업이나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저도 이 병을 앓은 지 30년이 됐지만 이렇게 열심히 잘 살고 있어요.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은 친구들이 저를 보면서 ‘이렇게 오래 앓은 사람도 사회에서 밥벌이하면서 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해주면 좋겠어요.”

조기 발견해 꾸준히 관리하면 일상 생활에 무리 없어

강직성척추염의 특징 중 하나는 자고 일어나면 몸이 굳어져 통증이 심하다는 것. 이후 활동을 하면서 서서히 통증이 사라지거나 약해진다. 또 아프다가도 짧게는 며칠부터 길게는 몇 년까지 증상이 없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학교나 직장에서 ‘꾀병’이라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강직성척추염이란 사실이 알려지면 직장에서 차별이나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픈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게 부담스러워 병을 숨기는 환자들도 있고요. 조금만 배려를 해주면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친구들이 몸이 약간 불편하다고 노동에서 제외되거나 병을 숨기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건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죠.”

강직성척추염과 같은 만성질환은 장기간 병과 싸우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고, 꾸준히 안정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강직성척추염은 4대 중증 질환으로 분류돼 환자는 치료비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 치료약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들이 처방받는 생물학적 제제의 보험 기준이 환자 입장에서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는 생물학적 제제는 엔브렐, 휴미라, 레미케이드 등인데 이 중 한 가지를 처방받던 환자가 다른 약으로 바꿨다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원래 치료제로 다시 돌아올 경우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이승호 회장은 “환자들마다 약제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주사제를 찾는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치료제를 바꾼 뒤 예상하지 못했던 심각한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이전 치료제로 돌아가고 싶어도 현행 제도 하에서는 보험 적용이 안 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외국은 정부나 기업, 자선단체, 자원봉사자들에 이르기까지 환자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채널이 존재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단체 운영부터 제도나 정책 개선까지 환자나 가족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승호 회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무작정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필요한 부분을 찾아 하나씩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김태환 교수에 따르면 강직성척추염이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해선 조기 발견과 금연,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병이 진행되면서 흉곽에 영향을 미치면 폐 기능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은 반드시 금연하고, 척추가 굳지 않도록 꾸준히 몸을 움직이고 폐활량을 늘려야 한다.

운동과 관련해선, 환자마다 아픈 부위와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세밀한 운동 가이드가 제시돼야 한다. 이에 두 사람은 환자들을 위한 운동법 동영상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아직 재원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정부나 의료 기관이 환자를 직접적으로 돌보거나 환자 단체를 돕는 시스템이 부족한 환경입니다. 그간 국제단체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제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환자 단체 활동을 하면서 제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한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나가면 조금 느리더라도 반드시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는 것입니다.

병으로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 모든 환자들이 사회적으로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이며, 또 환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생활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심어주고 싶은 바람입니다.”(이승호 회장) 

사진 조영철 기자 디자인 조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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