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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house #issue

재벌 회장의 집 관전 포인트

EDITOR 김명희 기자

입력 2019.09.05 17:00:01

재벌가의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업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보여주는 ‘회장님’의 집 이야기.

다시 재계 구심점으로 떠오른 삼성가 승지원

재벌 회장의 집 관전 포인트
재벌 회장의 집 관전 포인트
서울 한남동에 자리 잡은 승지원(承志園)은 삼성그룹의 중요한 결정이 이뤄진 공간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건재 당시 재계 구심점 역할을 해온 곳이다. 지난 6월 말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당시 이재용(51)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을 승지원으로 초대해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 화제가 됐다. 이건희 회장이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승지원의 역할도 유명무실해졌으나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혀가면서 다시 재계 총수들의 중심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삼성그룹 영빈관’이라 불리는 승지원에서 면담 중인 구광모 LG 회장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삼성그룹 영빈관’이라 불리는 승지원에서 면담 중인 구광모 LG 회장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승지원은 원래 이병철 창업주가 한옥의 독창적인 운치와 고유한 전통미를 살려 지은 주택으로 1987년 이건희 회장이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사용해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재계 총수들이 이곳에 자주 모였다. 그 이전에는 주로 호텔에서 만났으나 모양새가 좋지 않고 보안 유지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자 이 회장이 승지원을 모임 장소로 제공한 것이 계기가 됐다. 또한 2002년 이건희 회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열어 ‘10년 후 휴대폰 글로벌 1등으로 도약하자’는 ‘월드 베스트 전략’을 채택하고, 2010년에는 미래 신수종 사업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해 삼성 내부에서는 ‘그룹의 성지(聖地)’로 꼽히는 곳이다. 이번 사우디 왕세자 방한과 관련된 승지원 회동 건은 사전에 그룹 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몇 안 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으며 모임에 참석했던 그룹 총수들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날 참석자 가운데는 이재용 부회장보다 연장자인 신동빈 회장과 최태원 회장도 있었던 만큼 이 부회장이 재계 구심점 역할을 하려 했다기보다 이재용 부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의 회동이 다른 그룹 총수들과의 만남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 정주영 회장의 청운동 자택 물려받은 정의선 부회장

재벌 회장의 집 관전 포인트
정의선(49)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할아버지인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서울 청운동 자택을 물려받았다. 2001년 정 명예회장에게서 청운동 자택을 상속받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아들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이 집을 증여한 것. 1958년 완공된 이 집은 지상 1층 169.95m², 2층 147.54m² 규모로 크지는 않지만 현대가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직접 벽돌을 쌓아가며 집을 지은 정주영 명예회장은 생전에 “우리 집은 청운동 인왕산 아래에 있는데 산골 물 흐르는 소리와 산기슭을 훑으며 오르내리는 바람 소리가 좋은 터”라고 자랑할 정도로 이곳을 아꼈다고 한다. 

정 명예회장은 아들, 며느리, 손주들을 불러 매일 새벽 6시 30분에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계동 현대사옥까지 걸어서 출근했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는 손주들의 학교생활까지 살뜰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1995년 결혼한 이후에도 아침에 청운동에 들러 할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하곤 했다. 재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청운동 자택의 소유자가 됐다는 것은 현대가의 정통성을 이어받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정 수석부회장이 할아버지의 창업 정신이 서린 이 집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벌 동네 입성한 김소희 스타일난다 전 대표

재벌 회장의 집 관전 포인트
뷰티&패션 브랜드 스타일난다를 지난해 세계적 화장품 그룹 로레알에 매각해 6천억원을 손에 쥔 대한민국 영 앤드 리치의 대표 주자, 김소희(36) 스타일난다 전 대표는 요즘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한다. 종종 집 내·외부를 공개하기도 하는데,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잘 가꿔진 정원은 해외 유명 호텔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 그녀가 사는 곳은 대한민국 최고 부촌으로 일컬어지는 서울 성북동 330번지에 위치해 있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성북동은 북한산을 등지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에 돈을 의미하는 물이 골짜기마다 흘러나와 부의 기운이 강한 곳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 배우 배용준·박수진 부부 등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출판 기업 타라의 강경중 회장으로부터 이 주택을 67억원에 사들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매입 당시에는 39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으나 2년 만에 채무를 모두 갚았다. 지난해에는 자택 인근의 한옥을 96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2004년 속옷 장사를 하던 어머니를 도와드릴 겸 경기도 부평의 집에서 온라인 쇼핑몰로 사업을 시작해 15년 만에 성공 신화를 완성한 김 전 대표는 현재 스타일난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씁쓸한 호텔 생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과 나란히 붙어 있는 롯데호텔. 신격호 명예회장은 이곳 34층에 머물고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과 나란히 붙어 있는 롯데호텔. 신격호 명예회장은 이곳 34층에 머물고 있다.

신격호(97)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2년 동안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다시 소공동 롯데호텔로 거주지를 여러 번 옮겼다. 그가 호텔을 전전하게 된 배경에는 두 아들의 신경전이라는 씁쓸한 내막이 자리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서울에 본인 소유의 집이 없다. 과거 그의 거주지로 알려진 방배동 빌라는 사실혼 관계이던 미스 롯데 출신의 서미경 씨 소유. 신 명예회장은 1990년 중반부터 2018년까지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을 집무실 겸 거처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소공동 롯데호텔 개·보수 공사가 시작되면서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서 부친의 거처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소공동 호텔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머물게 됐다. 지난해 8월 소공동 롯데호텔 공사가 끝나자 다시 거처 문제가 불거졌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측은 신 명예회장이 고령이어서 거주지 이전에 따른 부담이 크고 본인과 가족들도 잠실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현 상태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맞섰지만 법원은 원래 거주지인 소공동 롯데호텔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결정했다. 신 명예회장은 고령에 치매를 앓고 있는 상태에서 거처를 자주 옮기다 보니 건강에 무리가 와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과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문제적 집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자택(위)과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자택.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자택(위)과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자택.

북악스카이웨이 안쪽에 위치한 서울 성북동 선잠로2길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은근히 재벌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없고 마트 같은 편의 시설도 일절 없지만 그 대신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산 속에 비밀스럽게 위치해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다. 최근 이곳에 보금자리를 두고 있는 재벌 회장들이 잇달아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다. 이웅열(63)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사태’로 자택이 가압류됐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전인장(56) 삼양식품 회장과 김정수(55) 사장 부부는 지난 6월 2심에서 각각 징역 3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전 회장 부부는 회삿돈을 빼돌려 주택 수리비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인보사 사태로 자택을 가압류 당한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인보사 사태로 자택을 가압류 당한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이웅열 회장의 자택(대지면적 1971㎡, 연면적 1177㎡)은 2백 년 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지난 4월 일반에 공개된 비밀 정원 성락원과 연결돼 있다. 마당에서는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며 집 내부에는 미술관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박해윤 조영철 기자 뉴스1 디자인 김영화사진제공 빈 살만 김소희 인스타그램




여성동아 2019년 9월 6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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