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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health #interview

“유방암, 극복 가능한 질환으로 변화하고 있죠”

한국 찾은 맘모톰 & 엔코 개발자 스티브 파커 박사

EDITOR 조윤

2018. 11. 29

유방 관련 질환은 여성에게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두려움이다. 유방암 조직검사 및 양성 종양 제거로 유방절제술의 비율을 낮춘 진공흡인유방생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 암 중 갑상선암 다음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질병이다. 특히 발병률이 감소하는 서구와 달리 국내에서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그 연령까지 낮아져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에서는 30대 이상 여성이라면 매월 자가 검진을, 40대 이상 여성은 1~2년 간격으로 유방외과를 통한 전문의 정기검진을 권고한다. 이때 유방에 혹이 만져지는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유방 촬영과 유방 초음파검사를 하게 되는데, 조직 검사와 종양 제거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진공흡인유방생검이 주로 활용된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흔히 ‘맘모톰 시술’로 불리는 이 검사 방식은 유방절제술의 비율을 크게 낮췄을 뿐 아니라 유방섬유선종 등 양성 유방 종양 치료까지 가능해 국내에서만 한 해 6만 건이 시술된다. 스티브 파커 박사는 유방생검 기기 맘모톰에 이어 ‘엔코(EnCor)’를 개발한 미국 유방영상의학과 전문의다. 아시아외과초음파학회학술대회(ASUS 2018) 참석차 11월 한국을 찾아 ‘유방생검의 진화’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그를 만나 유방 질환의 진단과 치료, 예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진공흡인유방생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진공흡인유방생검은 회전 바늘이 부착된 빨대 모양의 얇은 관(프로브)을 유방에 삽입한 뒤 조직을 바늘로 찔러서 진공 흡입한 다음 검사하는 방법입니다. 일반 조직 검사보다 시술 시간이 짧고 흉터가 적은 것이 큰 장점이죠. 진공흡인유방생검 기기 중 엔코는 국소마취를 한 뒤 얇은 관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시술 부위가 5mm 이하로 작습니다. 그럼에도 한 번에 채취할 수 있는 조직의 양이 많고, 시술 시간이 평균 30분 이하로 짧은 편이죠. 또 환자의 유방 사이즈와 조직 밀도, 종양 크기 등에 따라 개인별 맞춤 시술도 가능합니다. 환자 상태와 시술자의 선택에 따라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유도 하에 모두 사용이 가능해 폭 넓게 기기를 활용할 수 있어요. 진단에 있어서도 외과 수술만큼 정확성이 높다고 자부합니다. 

진공흡인유방생검의 등장이 유방 질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유방 조직 검사의 종류는 채취 방식에 따라 절개생검과 총생검(총조직검사) 등으로 나뉘는데요. 피부 표면에서 진피를 거쳐 피하지방층까지 피부 전 층을 자르는 절개생검은 채취하는 조직의 양이 많아 진단 정확도는 매우 높지만 절개 부위가 넓고 전신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고통이 큽니다. 반면 얇은 바늘로 피부조직을 떼어내는 총생검은 매우 간단한 시술이기는 하나 채취하는 조직의 양이 적기 때문에 정확성 면에서 절개생검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이 둘의 장점을 모은 진공흡인유방생검은 간단한 국소마취로도 짧은 시간에 많은 조직을 떼어낼 수 있는 방식이죠. 유방 변형이 적을 뿐 아니라 5mm밖에 안 되는 흉터도 2~3개월 후면 거의 눈에 띄지 않아요. 덕분에 환자들이 일상생활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어요. 진공흡인유방생검은 환자들의 물리적 고통과 함께 정신적 고통까지 줄여줬다고 믿습니다. 



한국 여성들은 지방 조직이 적고 유방 조직 밀도가 높은 ‘치밀유방’인 경우가 많아 진단이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는데 엔코가 도움을 줄 수 있나요. 

아시아 여성의 80% 이상이 치밀유방입니다. 치밀유방은 X선 촬영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힘들기 때문에 초음파검사를 함께 권장하죠. 엔코는 초음파 유도 하에 시술할 경우, 타 제품에 비해 핸들링이 쉽고 조작이 간편해 치밀유방에 최적화된 유방생검 장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술자는 한 손에는 초음파 프로브를, 다른 손에는 유방생검 기구를 들고 동시에 시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이 얼마나 인체공학적이고 한 손으로 들고 사용하기 편한지가 시술에 큰 영향을 미쳐요. 엔코는 가벼울 뿐만 아니라 좀 더 정확하게 종양을 겨냥해 제거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죠. 칼날의 방향은 종양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사용자가 설정함으로써 자동으로 움직이고 작은 병소를 제거할 경우엔 기구를 반만 열리도록 조정해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정상 조직이 손상되는 것도 최소화할 수 있어요. 또 엔코의 바늘은 유방 조직 안으로 훨씬 부드럽고 빠르게 삽입할 수 있게 만들어져 치밀유방에 더 특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여성의 유방 질환은 서구 여성에 비해 발병 연령이 낮은 것이 특징인데요. 그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요. 

최근 들어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서구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던 질병을 아시아인들이 겪고 있어요. 가장 큰 이유로는 20세기 이후 급격하게 서구화된 식습관을 꼽을 수 있죠. 아시아인들이 육류와 고지방 음식을 지금처럼 많이 먹고 있는 게 역사상 처음 아닐까요. 또 출산을 하지 않거나 30대 이후에 출산을 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시기가 길어져 갈수록 더 낮은 연령대에 유방 질환을 겪는 것으로 보입니다. 초경을 빨리 하거나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유방 질환의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유방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좋은 만큼 자가 진단과 함께 정기적인 병원 검진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유방 질환자들은 우울증을 겪는 등 정신적 고통도 크다고 합니다. 


유방 질환은 유방을 절제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여성들이 매우 두려워하죠. 최근에는 유방종양성형술 등이 개발돼 가슴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수술법은 암 수술을 하면서 동시에 유방재건을 하는 건데요. 본인이 원하는 모양의 가슴을 갖게 되어 오히려 수술 후 만족도가 높습니다. 또한 최근의 유방암 치료는 종양이 조기에 발견될 경우 전 절제가 아닌 부분 절제로 수술을 진행해 최대한 본래 유방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암을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건강 관리법을 조언해주신다면요. 

우리는 병을 100% 막을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핵심은 건강한 식습관과 질병의 조기 발견입니다.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과다한 지방 섭취는 비만의 원인이 되고 여성호르몬 수치를 높여 유방암 발병률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건강한 식습관만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죠.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치료 후에 재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에 병을 발견하는 게 중요합니다. 내 몸에 대한 관심만이 우리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기획 김민경 기자 사진 홍태식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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