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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이곳에 쌓이고 우리들의 삶은 계속된다

손미나의 우리 길 걷기 여행 대부해솔길 with 오스카 주한 에콰도르 대사

editor 손미나

입력 2018.11.26 17:00:01

안산 대부광산 퇴적암층과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공원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풍경이다.

안산 대부광산 퇴적암층과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공원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풍경이다.

여행 작가로, 인생 2막의 터닝 포인트가 됐던 건 아나운서 시절 운명 같은 힘에 이끌려 떠난 스페인 여행이었다. 그곳에서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정열적인 사람들을 만나 내 안의 열정을 새롭게 확인했다. 여행은 길에서의 만남과 인연이 쌓여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경기도 안산 대부해솔길로 떠난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은 오스카 구스타보 에레라 길버트 주한 에콰도르 대사다. 금융·경제 전문가인 오스카 대사는 주한 에콰도르대사관 상무관, 아시아 지역 총괄대사 등을 거쳐 2015년 주한 에콰도르 대사로 부임했다. 

“에콰도르에선 단풍이나 눈 내리는 겨울을 경험할 수 없어요. 한국에서 꽤 오래 살며 여행도 많이 했지만 갯벌과 단풍, 안개와 소나무가 함께 있는 이런 환상적인 풍경은 처음 봐요.” 

블루진에 멋진 에콰도르 남자들의 필수품인 모자와 머플러를 매치한 감각, 진지함과 유머 사이의 균형감,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안목 등이 여행을 함께하는 오스카 대사와 ‘여성동아’, 내가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듯한 예감을 갖게 한다. 

대부해솔길은 총 7개 코스(74km)로 대부도 전체를 둘러보며 바다와 숲, 염전, 갈대 등 다양한 자연을 거쳐 걷는 길이다. 여기에 7천만 년 전 만들어진 퇴적암층과 호수의 전망이 더해진다. 녹색의 수면 밖으로 당장 공룡이 나온대도 자연스러울 것 같은 원시적 풍경. 원래 채석장이던 이곳은 1997년 초식 공룡의 발자국과 중생대 식물화석이 발견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며 ‘안산 대부광산 퇴적암층’이란 이름이 붙었고 땅에서 물이 솟아 깊고 거대한 호수가 됐다. 서울 가까이에서 유일하게 공룡 서식지의 환경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지질층이라고 한다. 한국을 잘 아는 오스카 대사도 “서울 근교에 공룡의 생생한 흔적이 남아 있다니, 놀랍고 감동적”이라고 말한다. 공룡은 사라졌지만 시간의 흔적은 이렇게 켜켜이 쌓여 찰나를 여행하는 우리 곁에 남았다.


지독한 안개 속에서 앞으로 난 길을 찾아 걷는 재미

대부도관광안내소에서 솔숲 길로 이어지는 방아머리공원

대부도관광안내소에서 솔숲 길로 이어지는 방아머리공원

종현 어촌체험마을.

종현 어촌체험마을.

오스카 대사와 동춘서커스 무대에 잠깐 서보았다.

오스카 대사와 동춘서커스 무대에 잠깐 서보았다.

대부해솔길의 시작점은 대부도관광안내소다. 아침 안개 속에서 한쪽으로 수려한 해안 경관, 다른 쪽으로 소나무 숲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선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문득 노랑, 파랑 줄무늬와 홍보물이 요란한 동춘서커스 천막을 만날 수 있다. 1925년 동춘 박동수 선생이 창단한 동춘서커스는 9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관객을 찾아다닌 유랑 서커스단이다. 볼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동춘서커스는 TV가 보급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다 2011년 안산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대부도에 대형 천막을 설치한 후 상설공연을 시작했다. 옛날의 향수를 찾는 어르신들과 대부도를 찾는 가족 관광객들로 주말에는 제법 성황을 이룬다. 양해를 구하고 텅 빈 무대를 구경했다. 거대한 자본과 기술력으로 만든 요즘의 화려한 공연은 오로지 몸과 연습을 통해 모든 것을 표현하는 서커스의 본성을 갖지 못한다. 

마침 전날 태양의 서커스 ‘쿠자’를 관람했다는 오스카 대사는 “동춘서커스의 매력적인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간은 이곳에 쌓이고 우리들의 삶은 계속된다
구봉도 개미허리 아치교.

구봉도 개미허리 아치교.

날이 맑아서, 날이 흐려서 일몰은 늘 아름답다


시간은 이곳에 쌓이고 우리들의 삶은 계속된다
낙조전망대가 있는 고깔섬과 구봉도를 이어주는 개미허리 아치교는 썰물 때는 바닷물이 빠져나가 걸어 다닐 수 있지만 밀물 때는 뱃길이 된다. ‘개미허리’는 개미의 잘록한 허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개미허리 아치교에서 해안길을 따라 10여 분 걸었을까. 

어느새 서해안 최고의 일몰을 볼 수 있다는 구봉도 낙조전망대에 도착했다. 일단 ‘석양을 가슴에 담다’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나면 우리가 할 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선감 어촌체험마을 가는 길, 깊은 겨울로 접어드는 길.

선감 어촌체험마을 가는 길, 깊은 겨울로 접어드는 길.

대부해솔길 5코스에 있는 동주염전.

대부해솔길 5코스에 있는 동주염전.

낙엽이 포근하게 쌓인 구봉도.

낙엽이 포근하게 쌓인 구봉도.

아담한 언덕 같은 구봉도에서 낙엽을 밟고, 갈대숲이 이어지는 선감 어촌체험마을로 향했다. 이내 도착한 곳은 대부도 대표 천일염전인 동주염전. 1953년부터 지금까지 옛 방식 그대로 소금을 채취하는 염전이라 꼭 한번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하루 두 번 썰물 때 열리는 탄도 바닷길.

하루 두 번 썰물 때 열리는 탄도 바닷길.

대부해솔길 6코스에 있는 정문규미술관. 미술에 조예가 깊은 오스카 대사가 그림 하나하나를 꼼꼼히 봤다.

대부해솔길 6코스에 있는 정문규미술관. 미술에 조예가 깊은 오스카 대사가 그림 하나하나를 꼼꼼히 봤다.

탄도항은 누에섬으로 가는 1.1km의 탄도 바닷길이 하루 두 번 썰물 때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탄도항에 도착했을 때는 막 밀물이 시작되고 있었다. 물이 차오르는지도 모르고 누에섬을 구경하던 관광객들에게 오스카 대사가 손짓으로 빨리 건너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빨리 나오라는 외국인 신사의 애타는 몸짓이 시선을 끌었을 것이다. 탄도항으로 돌아와 한숨을 돌린 여행자들과 오스카 대사가 함께 박장대소를 한다. 우리는 이 순간을 대부해솔길의 추억으로 공유하게 될 것이다. 

길 위의 아름다운 인연이 이렇게 또 한 겹 쌓인다.

1년 동안 우리나라의 작은 길 여행에서 만난 하늘 , 산, 바람, 나무, 빗방울과 햇살, 그리고 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대부도에서 얻은 자연의 맛

시간은 이곳에 쌓이고 우리들의 삶은 계속된다
꽃게정식 

대부도에서는 꽃게가 많이 잡힌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살이 꽉 찬 국내산 꽃게를 활용해 만든 간장게장, 꽃게찜, 꽃게탕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일품인 바지락칼국수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 특히 대부도 바지락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있기로 유명하다.


여행 작가 손미나가 추천하는 대부해솔길 1코스, 6코스

시간은 이곳에 쌓이고 우리들의 삶은 계속된다
선감 어촌체험마을의 사륜바이크 체험.

선감 어촌체험마을의 사륜바이크 체험.

시간은 이곳에 쌓이고 우리들의 삶은 계속된다
총 18.1km, 5~7시간 소요

1코스 대부도관광안내소-동춘서커스-개미허리 아치교-구봉도 낙조전망대-종현 어촌체험마을-돈지섬안길
6코스 대부도펜션타운-선감 어촌체험마을-정문규미술관-안산 대부광산 퇴적암층-탄도항


시간은 이곳에 쌓이고 우리들의 삶은 계속된다

손미나 작가와 오스카 주한 에콰도르 대사는 대부해솔길 걷기에 두루누비(durunubi.kr) 사이트를 활용했습니다.


기획 김민경 기자 취재 이혜민 기자 사진 김성남 홍중식 기자 동영상 연출_김아라 PD 윤주민
디자인 김영화 제작지원 한국관광공사 매니지먼트 곽상호 스타일리스트 김기만


여성동아 2018년 12월 6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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