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issue

황교익의 분노에 누가 기름을 붓나

EDITOR 이문원 문화평론가

2018. 10. 29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최근 백종원 더 본 코리아 대표를 저격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왜 네티즌들과 논쟁을 벌이면서까지 고집스러운 행보를 이어갈까.

이제 이런 걸 ‘뉴스’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황교익(56) 맛 칼럼니스트가 백종원 더 본 코리아 대표를 또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중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 저격이다. 인간의 미각으론 10여 종류 막걸리 맛을 분별한다는 게 불가능한데, 방송에서는 백 대표에게 권위를 실어주기 위해 그가 다양한 막걸리 맛을 분별하는 것처럼 연출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질려서다. 지난 1~2년간 황 칼럼니스트는 각종 방송과 강연, SNS 포스팅 등을 통해 백 대표의 요리관을 비롯해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등을 줄기차게 공격했다. 2016년에는 SNS를 통해 “백종원은 음식에 지나치게 많은 설탕을 넣는다”고 비판했고, 얼마 전에도 EBS ‘질문 있는 특강쇼-빅뱅’에서 “뚱뚱한 아저씨가 나와서 음식을 하는데 컵으로 설탕을 막 퍼 넣었다”고 말한 뒤 “괜찮아유~”라며 백종원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황교익과 백종원은 서로 앙숙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두 사람의 직업적 속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가 ‘메신저’라면 사업가는 일종의 ‘수신기’다. 메신저는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꽂는다. 사업가는 그와는 반대로 대중의 가치와 철학에 귀 기울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맛있다고 여겨야 할 것’들을 자신이 정해버리는 황교익과 반대로, 백종원은 대중이 맛있다고 여기는 게 뭔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러니 황교익 입장에서 백종원은 ‘자기 가치’가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대중에게 ‘좋은 것’을 주려고 하지 않고 그저 돈만 벌려는 장사꾼으로 비치는 셈이다. 그러나 백종원 입장에서 ‘좋은 것’이란 곧 ‘팔리는 것’이다. 시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걸 제공하는 것이지 공급자가 주고 싶은 걸 떠넘기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그런 흐름을 파악해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생존한다. 

이 같은 태도는 백종원 외에 TV 스타로 거듭난 셰프들의 공통점이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연복 셰프는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인들에게 자신이 만든 요리를 판매한다. 그런데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손님들이 맵다고 불평하면 맵지 않게 만들고, 반응이 안 좋은 메뉴는 바로 포기한다. 요리관을 소비자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가 소비자들에 적응한다. 



어찌 됐건 황교익은 현시점에서 특이한 입지를 지닌 인물이다. 인기 요식업자들이 아이돌처럼 유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들에게 훈수를 두는 이는 별로 없다. 그런 캐릭터에 기대되는 요소는 사실 전문성이 아니다. 입담이다. 그런 점에서 황교익은 지금껏 백종원을 철저히 마크해가며 기대치를 충족시켜왔다. 게다가 황교익과 백종원의 대립은 진보 진영 내부의 분열과 경쟁을 대리하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황교익이 어그로(관심을 끌기 위해 거슬리는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것) 댓글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어그로가 되어 이미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요식업계의 ‘톰과 제리’를 볼 날이 생각보다 길지 않을지 모른다.

기획 이혜민 기자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디자인 최정미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