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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metoo #issue

#metoo 펜스룰을 넘어서

editor 김지은

입력 2018.04.10 17:45:31

미투(Me Too) 운동의 반작용으로 직장에서 여성을 업무 등에서 배제하는 펜스룰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건전하고 평등한 직장 문화는 정말 불가능한 걸까. 미투 운동으로 바뀌는 기업 문화의 현주소를 짚었다. 
#metoo 펜스룰을 넘어서
미투 운동을 단순히 여성과 남성의 성대결, 성폭력과 페미니즘의 구도로만 이해하려 드는 것은 위험하다. 남성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무력화시키기 위해 동원된 수단이 ‘섹스’나 ‘물리적 폭력’ 이전에 ‘사회적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미투 운동은 단순한 성폭력에 대한 저항을 넘어선 혁명적 전환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그러나 미투 운동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남녀 간에 벽을 쌓고 또 다른 차별을 두는 ‘펜스룰’과 같은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펜스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02년 한 인터뷰에서 “아내 이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한 용어다. 펜스 부통령은 사생활 관련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 원칙을 고수했지만, 최근의 펜스룰은 남녀 사이를 가로막고 여성의 사회 활동을 위축시키는 조직 문화(fence · 장벽)의 의미로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회식 자리에 여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거나, 고용에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조직 구성원 스스로가 펜스룰을 만들어 적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터넷에는 남자 사원들끼리만 따로 모여 밥을 먹는다든가, 아예 말을 섞지 않으려는 남자 직원들 때문에 여직원들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미투 운동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동료들 때문에 상처를 받는 여성들도 있다.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와 권력을 기반으로 한 성폭력, 성차별을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성대결 구도로 남성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는 것처럼 왜곡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성폭력을 비롯해 불평등한 기업 문화는 조직의 능률과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이러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이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CASE 1 아모레·한샘, 오후 9시 이후엔 회식 금지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2년부터 ‘119 회식 문화 실천 가이드’를 도입해 회식 때는 한 가지 술로 1차에서 마무리하고, 오후 9시 이전에 귀가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혹시 모를 직원들 간의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고 건전한 회식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방책으로, 서경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매년 임직원들의 윤리 의식 강화를 위해 ‘윤리 서약’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중 두 번째 조항이 ‘임직원 존중’이다. 임직원 존중 조항에는 ‘함께 일하는 동료나 거래처, 협력 업체 근무자 등 다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인 언행 및 성적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비롯해 입맞춤 · 포옹 · 뒤에서 껴안는 행위 및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를 만지는 행위 또는 이를 강요하는 행위,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또는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성적인 사실을 묻는 행위, 그러한 사실을 타인에게 유포하는 행위, 회식 자리에서 옆에 앉아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성적인 관계를 강요 또는 제안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음란한 사진 · 그림 · 낙서 · 출판물 등을 게시하거나 보여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직급 또는 거래상 지위 등 자신의 위치를 이용하여 성희롱 등의 행위를 할 경우 더욱 엄중한 책임이 부과된다는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사내 성폭력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한샘도 최근 건전한 회식 문화를 지향하며 오후 9시 이후 회식 건에 대해서는 법인카드 결제를 막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CASE 2 롯데홈쇼핑, 여성 친화적 기업 문화

여성 고용 비율이 55%에 달하는 롯데홈쇼핑의 사례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2016년 공공 기관 및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고용노동부 조사)의 여성 고용 비율은 37.8%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여성 고용에 또 다른 펜스룰을 적용하려는 것과 대조적으로 롯데홈쇼핑의 인재 채용 원칙에는 ‘여성 인재들이 일하기 좋은 조직 문화 형성’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다. 특히 최근의 사회적 이슈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이달부터 ‘성희롱(성폭력) 대책위원회’를 신설해 성희롱 또는 성폭력 발생 예방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관련 문제가 발생할 시 보다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했다. 롯데홈쇼핑 성희롱(성폭력) 대책위원회는 롯데홈쇼핑 경영지원부문장을 위원장으로 컴플라이언스팀장, 윤리경영팀장, 인사팀장, 조직문화혁신팀장으로 내부 위원을 구성하고 외부 자문 기관과 연계해 운영한다. 성희롱 및 성폭력을 전담으로 처리하는 전문 위원회 제도는 업계 최초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CASE 3 현대카드 사내 성폭력에 무관용 원칙

현대카드는 10년 전부터 성폭력이나 성희롱 등의 사건에 연루될 경우 정상 참작 없이 바로 퇴사시키는 무관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채용 시 차별을 막고 면접자에 대한 편견을 배제할 수 있도록 사전 정보를 차단하는 세분화된 매뉴얼도 마련해두고 있다. ‘여직원’ ‘여사원’ 등 여성을 특정 짓는 단어 역시 암묵적인 금기어로 통용되고 있다. 현대카드 정태영 대표이사 부회장이 성폭력이나 차별에 극도로 엄격한 태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내부 인트라넷에 성희롱신고센터를 만들었다. 성희롱 또는 성폭력 관련 문제 발생 시 거쳐야 했던 복잡한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인트라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신고 접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는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것을 조건형 성희롱으로 간주하고, 고용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대한 불이익을 주는 것까지 ‘직장 내 성희롱’으로 규정한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오는 5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주, 상급자, 근로자의 성적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채용 탈락, 감봉, 승진 누락, 징계, 강등, 전직, 정직, 휴직, 해고 등 채용이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적용하는 것 또한 ‘성희롱’으로 간주해 제재 대상이 된다. 

성희롱과 관련된 사업자의 의무 사항도 추가되었다. 직장 내 성희롱이 있었다는 것을 안 사업주는 반드시 사실 확인을 통해 피해자의 근무 장소를 바꾸거나 유급휴가를 주는 등의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성희롱예방교육은 산업안전보건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 등과 함께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직장인 3대 법정 의무교육’ 중 하나로, 해당 사업장은 매년 1회 이상 성희롱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director 김명희 기자 designer 박경옥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여성동아 2018년 4월 6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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