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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coverstory

이소연의 방식

pbeditor@donga.com

2017. 12. 28

드라마 속 서슬 퍼런 악녀의 모습만을 기억한다면 그녀를 반만 아는 것이다. 만난지 4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한 그녀의 ‘순발력’에 대해 들었다면 반의반 정도 안다고 치자. 날마다 조금씩 깊어지는 온전한 이소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연보라 니트 폼스튜디오. 벨벳 스커트 푸시버튼. 드롭 이어링 도나앤디. 앵클부츠 소다. 실버 링 해수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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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이것 외에 다른 길이라곤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는 천생 배우 . 일과 삶에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 그런 그녀가 지난해 쇼트커트로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 단지 그뿐인데 꼬박 15년을 보수적인 타입의 여배우로만 살아온 그녀의 일상엔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패턴 셔츠 딘트. 새틴 원피스 720. 양털 코트 스튜디오톰보이. 청녹색 슈즈 슈콤마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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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셔츠 오브제. 레드 재킷, 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롭 이어링 앰스웨그. 사이하이 부츠 알도.

실크 셔츠 오브제. 레드 재킷, 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롭 이어링 앰스웨그. 사이하이 부츠 알도.

니트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버건디 팬츠 콜라보토리. 가죽 트렌치코트 인스턴트펑크.드롭 이어링 게이트리스. 버건디 펌프스 렉켄.

니트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버건디 팬츠 콜라보토리. 가죽 트렌치코트 인스턴트펑크.드롭 이어링 게이트리스. 버건디 펌프스 렉켄.

배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크게 두 부류 중 하나에 속한다.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일과 삶을 구분 짓지 않는 사람, 그리고 일과 삶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 짓는 사람. 둘 중 어느 쪽에 속한 배우가 더 좋은 배우인지는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양쪽 모두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한다는 거다. 단지 그 방식이 다른 것일 뿐. 

배우 이소연(36)의 경우는 후자에 가까웠다.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이것 외에 다른 길이라곤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는 천생 배우. 그럼에도 일과 삶에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래야만 자신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사람들이 극에 더 몰입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배우로서 더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그녀가 지난해 쇼트커트로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최근작인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맡았던, 도도하고 시크한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위해서다. 머리 하나 바꾼 게 뭐 그리 큰일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꼬박 15년을 ‘보수적인’ 타입의 여배우로만 살아온 그녀의 일상엔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갑작스러운 헤어스타일 변화에 다들 놀랐다고는 하시는데 제일 놀란 건 저였죠, 뭐(웃음). 머리를 이렇게 짧게 자른 건 처음인 것 같아요.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나를 꾸미는 일에 관심이 생겼어요. 볼드한 느낌의 액세서리며,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메이크업에 특히 눈길이 가더라고요. 예전에는 세련되고 화려한 스타일이 제게는 잘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더 멋져진 것 같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굳이 다시 머리를 길러야 할까, 싶을 정도로요. 최근 작품이 끝나고 지금은 머리 길이가 꽤 자란 편이에요. 차기작에 따라 고민하게 되겠지만,이번엔 단발이 어떨까 싶어요.” 



전보다 과감해진 스타일의 영향일까.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토크쇼에 나가 2015년 남편을 만난 지 한 달 반 만에 결혼을 결심하게 된 소감을 전했고,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신혼집도 공개했다. 배우의 진짜 모습을 본다는 건 에디터 입장에선 무척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녀의 입장에선 조심스럽다. 

“집을 공개한 건 한채영 언니가 진행하는 ‘화장대를 부탁해3’이 처음이었어요. 제 화장대를 비롯해 집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공개했죠. 그땐 셀프카메라라서 부담감이 덜했는데 반려동물 리얼 예능 프로그램 ‘대화가 필요한 개냥’을 찍을 땐 무척 걱정스럽더라고요. 스태프들이 오시니까 집도 좀 치우고 그랬어요. 정말 쉬운 일은 아니구나 싶었지만, 얼마 전 새 식구가 된 새끼 고양이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출연하게 됐죠.”

이소연도 알고 보면

그녀의 신혼집에는 현재 세 마리의 반려동물이 산다. 결혼 전부터 키웠던 강아지 두 마리는 결혼 후 그녀와 함께 신혼집으로 이사를 왔고, 4개월 된 고양이 밍이는 지난해 말 새롭게 가족이 됐다. 

“남편도 고양이를 굉장히 좋아해요. 새 식구를 들이면서 가장 신경이 쓰였던 건 결혼 전부터 키웠던 강아지 루이와 제니였어요. 혹시 텃세라도 부리면 어떡하나 걱정이었는데 막상 데리고 왔더니 밍이가 언니, 오빠를 괴롭히는 것같아서 고민이에요. 그런데 며칠 전에 요 세 녀석들이 나란히 누워서 잠을 자고 있더라고요. 보실래요?” 

그녀가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뒤적이더니 액정 화면을 보여준다. 얼굴에는 행복이 한가득이다. 드라마 ‘천사의 유혹’(2009), ‘동이’(2010), ‘죽어야 사는 남자’(2017)에서 보여준 앙칼진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하긴, 지난해 ‘죽어야 사는 남자’ 촬영을 마치고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도 아프리카 난민촌 봉사활동이었다. 때로는 언니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난민촌 사람들과 교감하는 그녀의 모습은 MBC 다큐멘터리로 방영돼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작품이 끝나고 기회가 닿으면 자주 봉사활동을 가려고 해요. 아프리카는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비정부기구(NGO) 단체와 함께하는 해외 봉사는 지금껏 6~7번 정도 다녀왔어요. 얼핏 보면 제가 고생한 것 같지만 실은 그곳에서 제가 받고 오는 감동이 훨씬 더 커요.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고, 해줄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는 게 미안할 따름이죠.” 

닮고 싶은 여배우로는 선배 김미숙을 꼽았다. 배우로서의 성실함이, 외모에 묻어나는 인자함이 부럽다고 했다.
 
“배우로서 고민이 있다면 역시 나이가 드는 거겠죠. 대부분의 여배우들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청춘 드라마 여자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절대’ 아니에요(웃음). 그런 욕심은 당연히 없고, 해서도 안 되죠. 언젠가 저도 누군가의 엄마 역할을 하게 될 거고, 이모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그때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극에 잘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하고싶어요. 데뷔한 지 15년 정도 됐는데 신인 때 저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껴요. 그땐 제 연기에만 몰두하느라 다른 것엔 전혀 관심을 쓰지 못했는데, 지금은 상대 배우의 연기를 볼 줄 아는 여유가 생겼거든요. 이건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전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거.” 

그녀는 날마다 깊어지는 법을 연습하는 중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그렇게 그녀의 방식대로.

그녀의 신혼집에는 현재 세 마리의 반려동물이 산다 . 결혼 전부터키웠던 강아지 두 마리는 결혼 후 그녀와 함께 신혼집으로 이사를 왔고,4개월 된 고양이 밍이는 지난해 말 새롭게 가족이 됐다 .

체크 재킷 푸시버튼. 트렌치코트
 헤지스레이디스. 이어링 겟미블링.

체크 재킷 푸시버튼. 트렌치코트 헤지스레이디스. 이어링 겟미블링.

photographer 최문혁 designer 김영화
제품협찬 게이트리스, 겟미블링, 도나앤디, 딘트, 렉켄, 소다, 슈콤마보니, 스튜디오톰보이, 알도, 앰스웨그, 오브제, 인스턴트펑크, 콜라보토리, 폼스튜디오, 푸시버튼, 해수엘, 헤지스레이디스, 720 헤어 제이(에스휴) 메이크업 송유미(에스휴) 스타일리스트 전민정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트 이민영 박재은 성화연 어시스트 이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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