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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wakayama #travel

와카야마

리셋[re:set]이 필요한 사람들의 첫 번째 여행지

editor 김민경 기자

작성일 | 2017.12.14

와카야마
와카야마의 자연은 이런 느낌이다. 1천6백만 년간 태평양이 부드러운 사암에 새겨 넣은, 천일야화처럼 길고 긴 이야기. 일본인들의 눈에는 다다미 1천 장을 깐 것으로 보여 이름이 ‘센조시키’다. 일본 석양 100선에 꼽힌다는데, 날이 좋은 날도, 나쁜 날도 감동이겠다.


와카야마
133m 수직 낙하하는 ‘나치 폭포’(위)와 구멍 뚫린 섬 ‘엔게츠토’를 보면 왜 와카야마에서 자연을 숭배하는 신도 신앙이 발달했는지 설명이 된다. ‘나치 폭포’는 ‘기이 산지의 영지와 참배길’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와카야마
일본 진언종 불교의 본산지 곤고부지. 역사적 배경도 흥미롭고 건축적으로도 볼 것이 많다.


와카야마 북동부 고야산의 원시림 속으로 굽이치는 도로를 한 시간 남짓 달리면 문득 다른 시공간으로 빠져나온 듯 거대한 열린 공간에 도달한다.
와카야마
1, 6 에도 시대의 영화를 보여주는 와카야마 성. 해자 위에 ‘떠 있는’다리와 일본식 정원이 아름다운 모미지다니 정원이 있다.
2 온천 마을 유모미네에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유일한 온천‘츠보유’가 있다. 죽은 사람도 살렸다고 할 정도로 효능이 유명한데, 세계유산이 될 만큼 시설물은 낡고 좁다. 달걀을 익혀 먹은 뒤 목욕은 바로 옆 온천탕을 이용하자.
3 ‘토레토레 시장’에서 매일 열리는 참치 해체 모습.
4 갓잎에 밥을 싼 ‘메하리 스시’.
5 템플스테이가 제공하는 채식사찰 음식 ‘쇼진 요리’로 체질‘리셋’에도 도전해보자.


당신이 지금 막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상상해보자.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과 파란약처럼. 

오사카로 갈 것인가 아니면 와카야마로 갈 것인가. 오사카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번잡하고 화려한 매력이 빛나는 최고의 상업 도시고, 와카야마는 산사와 산사를 잇는 순례자의 걷기 길이 원시림을 가로지르고, 시간이 멈춰 서서 1천6백만 년 전 지층의 선명한 움직임을 지켜보는, 바다 암벽조차 도도한 곳이다. 

단언컨대 와카야마는 빨간약이다. 와카야마로 향하는 자는 진실을 마주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비록 진실 대신 수많은 인생 사진만 얻어 올지라도 말이다. 일본의 다른 여행지보다 서양인들과 젊은이들이 많고, 흰옷에 모자와 지팡이를 갖춘 순례자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들은 SNS에서 삶의 ‘리셋’을 위한 여행지로 와카야마를 추천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철학적인 문제와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는 여행지다. 

와카야마 시내엔 깊은 해자로 둘러싸인 와카야마 성이 있다. 높은 돌벽 위에 달빛을 머금어 내뿜는 듯한 새하얀 벽을 올려세우고, 검은색의 날카로운 전각을 겹겹이 얹었다. 뭇사람들의 접근을 거부하는 듯한 품새가 그 유명한 오사카성과 닮았다. 사실 오사카성도 와카야마 성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으로 지어진 것이다. 일본 전국을 최초로 통일한 권력자이니 여기저기 아름답고 과시적이며 견고한 성을 쌓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와카야마 성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히데요시 가문을 멸망시킨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들 요리노부에 의해서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와카야마 성을 다시 보면 권력의 속절없음에 대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듯도 하다. 

와카야마 북동부 고야산의 원시림 속으로 굽이치는 도로를 한 시간 남짓 달리면 문득 다른 시공간으로 빠져나온 듯 거대한 열린 공간에 도달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수많은 순례자가 오가는‘기이 산지의 영지와 참배길’로도 통하는 곳이다. 에도 시대에 2천 개의 사찰이 번창했고, 지금도 1백17개의 사찰과 신사가 모인곤고부지(金剛峰寺)라는 이름의 ‘종교 도시’다. 사찰과 신사의 건축양식이 각기 다르고 사연도 제각각이다.
 
이 중 절반 정도의 절에서 ‘슈쿠보(宿坊)’라 부르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슈쿠보는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머묾의 경험이자 리셋의 시작으로 인기가 높다. 이곳이 리셋 여행자들의 성지가 된 이유는 일본 명승 구카이가 당나라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돌아와 진언종을 설파하면서 816년 이곳에 세운 사찰이 곤고부지이기 때문이다.
 
진언종의 원리는 교리를 공부하지 않아도 주술적 주문만 외우면 도를 깨칠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에 산, 폭포, 바위, 나무 등의 자연물을 신으로 숭배하는 신도 신앙이 자연스럽게 더해지면서 일본 불교 문화의 독특한 성격이 생겨난 것이다. 원형의 자연 속에서 나를 찾고자 하는 현대인들이 와카야마를 발견한 건 자연스런 일이다.
 
곤고부지 내부는 일본 회화 걸작들로 가득해 눈이 황홀하다. 그중 버드나무 그림이 아름다운 방 야나기노마(柳の間)에서 도요토미히데요시의 양자 도요토미 히데츠구(豊臣秀次, 1568~95)가 할복자살을 했다고 한다. 히데요시가 뒤늦게 친아들을 낳은 뒤 양자인 그를 자결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거대한 나무숲에 고립된 듯한 이 영적 도시는 한때 최고 권력 투쟁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신화와 역사로 가득한 와카야마에서는 자연도 기암절벽의 물리적 공간이라기보다는 억겁의 세월이 쌓인 시간적 공간이다. 감탄을 자아내기보다 눈물을 짓게 하는 풍경이다. 리셋이 필요하다면, 꼭 찾아가야 할 여행지 목록 맨 위에 넣어도 좋은 곳이다.


와카야마
고야산 곤고부지에서는 ‘영지와 참배길’을 걷는 순례자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designer 김영화
취재협조 · 사진제공 일본정부관광국(JNTO, www.welcometojapan.or.kr/jro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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